내 사랑 더, 더, 더, 무모해질 테다
덩치 큰 산짐승들이 내려와 인간의 살림을 뒤질 것이다
그리운 곳으로부터 바람은 불고
기꺼이 마음을 앓겠다는 각서라도 써야할 것이다
이 사랑은 무모하고 무용하다 그래서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들엔 이유가 없다
밤의 검은 창문을 두드리는 이 무국적 바람은
어딘지 기시감이 있다
그날
습한 바람은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낮고 느리게 울며
발목을 감았지
그것은 지표면의 것이 아닌
지구 내부 맨틀로부터 뛰쳐나온 거대한 짐승의
미친 열정이 내뱉는 신음 같은 것
지독한 번민의 날들을 부러 게으르게 지나고 있다
나의 사랑 더, 더, 더 쓸모없어질 테다
여름이 응집된 열매들은 만추의 빛을 입고
자정 너머에서 부스럭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