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인 신작 동시 6, 7 (문장웹진 2023. 0901)
그 아이 / 조정인
벌써 3일째다.
맨 앞줄 자리 하나가 빈 것은.
머리꼭지 빨간 리본이 안 보이는 것은.
반에서 제일 키 작은 아이.
키 큰 아이들 틈에 섞여 얘기할 때면
흘러내린 안경을 검지로 올리며 고개를 젖히지만
그 애 얘긴 아무도 듣는 것 같지 않다.
오늘따라 감은 두 눈 속에
그 아이가 아주 잘 보인다.
그 애가 힘주어 말할 때, 목에 일어서던 푸른 힘줄이
이마를 지나가는 가느다란 실핏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안 보여서 잘 보이는 그 아이.
교실 볕 바른 창가엔 베고니아가 빨갛게 피었다.
날아라, 돌멩이 / 조정인
마술사의 깜깜한 상자에서
흰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돌멩이한테서 새를 꺼낸 적 있어.
엄마가 보고 싶은 날 언덕에 올라
힘껏, 돌멩이를 날렸어.
오른쪽 어깨를 한껏 뒤로 젖혀
엄마가 보고 싶은 만큼 커다랗게
돌멩이를 날렸어.
돌멩이가 잊고 있던 날개를 꺼내 멀리 날았어.
이마에 흰 구름을 묻히고 아주 멀리.
엄마아아아…… 오지 않는 엄마를 불렀어.
허공이 목구멍을 크게 열고 아아아아아아……
대답하며 달려왔어.
문장웹진 2023.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