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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인 Oct 30. 2023

꿈꾸는 그림자 / 거인

조정인의 동시 4, 5

꿈꾸는 그림자 / 조정인



              

정오 무렵, 단풍나무 아래 그림자 하나

조그맣게 가만히 엎드려있다.

검은 강아지 같다.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올 것 같다.   

  

단풍나무는 건너편 작은 나무에게 닿고 싶지만

그림자가 자라길 기다려야 한다.  

   

해질녘 가까스로 길 건너에 다다른 단풍나무 그림자가 

작은 나무 발등을 보드랍게 핥는다. 

    

제 자릴 못 떠나는 나무는 그림자가

제 마음의 걸음걸이, 

꿈의 걸음걸이인가 보다. 




거인 / 조정인



                

거인의 물손바닥이 

후박나무 잎사귀를 세차게 때린다.     

내가 맞은 것도 아닌데

뺨이 얼얼하다.  

   

집이 출렁거린다. 집이 배 같다.      

거인의 수레바퀴만 한 푸른 눈이 번쩍번쩍, 

방안을 휘둘러본다.   

  

일어서서 창문을 닫을 수도 없다.

오줌도 마려운데…… 

그냥 이불을 뒤집어썼다.   

  

검은 망토 자락이 흔들흔들 

방을 지나간다. 

    

나는 콩알만 해진 심장 속으로 

까맣게 숨었다.                         



문장웹진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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