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 데는 필요한 게 참 많다.
많이 비우고 이사를 왔다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니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다지 쓰지 않지만 버리기 애매한 물건들,
물욕에 사들인 옷들과 신발들,
유통기한 지나보이는 냉동실 가득한 음식들,
몇 번 가지고 놀다 거들떠도 안 보는 아이 장난감들
머릿속에 쌓여가는 짐들까지
문 닫아두면 안보일 서랍이나 창고에는
더 이상 숨겨둘 곳이 없어
점점 눈에 보이는 곳까지
가득 차고 있다.
새나 짐승들은 그다지 뭘 모아두지 않는다.
이사 갈 때도 몸만 홀연히 떠나던데,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
있을 때도 쌓아두고, 떠날 때도 이것저것 이고 지고 떠난다.
저 세상 가는 날이 되어서야 내 몸만 오롯이 떠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