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시윤이의 꿈

외손녀

by 배초향

글쓰기에 집중이 안된다.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건가? 브런치에 들어온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아직 초보자처럼 지내고 있으니 한심하다. 내 것을 쓰고 남의 글도 읽어가며 실력을 늘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 낮에는 출근하니 시간이 없고, 저녁에 집에 오면 부엌에 들어와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세 시간이 흘러간다. 성당도 가야 하고. 욕심이 너무 많은지. 욕심부리지 않고 살고 싶은데 자꾸 하는 일이 늘어난다. 핑계일까.



아홉 살 외손녀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할머니 집에 온다. 어렸을 때는 우리 집에서 자주 지내며 자기도 했다. 엄마 떨어져 자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벌써 바쁘다는 말이 나온다. 저녁에 학원 가지 않고, 내가 약속이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을 잡아 일주일에 하루 우리집에 오기로 결정했다. 엄마가 바쁘니 엄마 손길이 부족한 부분을 우리 집에서 채워간다. 좋아하는 음식을 만든다. 집에서 안먹는 새로운 음식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번 수요일에는 갈비찜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집에 떡 만드는 기계가 있는데 매번 떡을 직접 만들어 간다. 재미로.


어렸을 때부터 뭔가 공책에 끄적거리기를 좋아하더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자꾸 그려서 버리다 보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기록으로 남기면 어떨까. 대화하다가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성숙하다.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생각해서 알려달라고 했더니 '꿈'을 얘기한다. 이런저런 꿈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손녀 책을 만들게 됐다.


꿈이 수시로 변해서 애를 먹었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있어서 좋기도 하다. 제법 글을 잘 써왔다. 그림 그리기 쉽도록 내가 정리해서 다시 보내주는 피드백을 수차례 걸쳤다. 글을 쓴 후 그림 그리기도 하고, 먼저 그림 그린 후 글을 쓰기도 했다. 3개월에 걸쳐 오고 가고 수정하고, 전화하면서 열심히 책을 만들었다. 그런 시간 동안 더 가깝게 보낸 것 같아 보람이 있다. 할머니가 작가라고 내가 글을 수정해 주면 제법 인정해 준다.

책 출판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알려줬더니 잘 따라왔다.

작은 그림들은 큰 그림 속에서 따와서 사용했다.

캔바를 이용해 편집하고 출판사에 인쇄를 맡겨 POD로 정식 출판했다.

책 표지


친구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해서 2학년 끝나기 전에 출판을 완료했다.

3학년이 되면 새로운 친구들에게도 준다고 해서 서둘러 완성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시윤이는 1학년 입학하면서부터 반장을 하고 싶어 했다. 우리 가족 모두 적극적이지 못해 선거 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 유독 시윤이는 선거벽보가 벽에 붙어도 엄청 자세하게 살펴보고 관심이 많더니 반장 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3학년부터 반장선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심 홍보로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2학년 겨울방학이 끝난 2월 학교에 가져가더니 그냥 가져왔다.

울상이다

이유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교사가 되는 꿈을 그렸는데 칠판 한 구석에 떠든 사람 이름이 쓰여 있었다. 당연히 그냥 아무 이름이나 적어둔 것으로 생각하고 물어보지 않았다.


칠판에 쓴 이름이 자기 반 남학생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아이가 계속 떠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주려고 보니 그때야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나눠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3학년이 되어 다들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

3학년 올라가서 보니 그 남학생이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한다. 같이 올라간 아이가 3명인데 그 중 그 남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은 친구들 손에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반장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좋아한다.

26명 정원인데 16명이 출마했다고 한다

요즘은 옛날과 전혀 다르나 보다

마지막에 남녀 두 명이 동수여서 두 명이 재투표를 실시했다고.

그렇게 반장이 됐다고해서 칭찬해줬다


책 출판으로 아이가 한걸음 자란 듯하다

출판할 때는 글 하나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됐다.


#어린이그림책 #아홉살시윤이의꿈 #박시윤 #어린이작가

작가의 이전글문정동 당산목에 고유제를 지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