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초향 Mar 09. 2023

가장 못난 꽃

회양목꽃

난 요즘 가슴 뿌듯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오히려 가슴이 쪼그라질 때도 있다

그건 약간 브런치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가을 때까지만 해도 난 작가라는 명칭을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브런치에 입성하게 되어

허울뿐이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물어봤다

작가라는 명칭을 받을 자격이 어떻게 되는지

맞는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살짝 그 언저리에

 들어가기는 한 것 같았다.

브런치에 한 번에 입성한 사람이 그런 걸 물어보고 다니면 안 된다는 충고까지도 들었다.     

그래서 난 내 글에 구독까지 해 주신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가능하면 구독 작가님들의 글을 다 읽는다.

그리고 댓글을 달려고 노력한다.

인제 라이켓이 뭔지, 작품은 어떻게 만드는지 정도는 터득했다.   

  


브런치에 들어오기 전과는 달리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시간표가 변경되었다.

엄청난 시간 투자를 하고 있다.

일찍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읽고 썼다면

꽤 괜찮은 뭔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응원하는 가족들도 있는데

이왕 들어온 것 열심히 따라가 보려 한다.     



요즘 내 시선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지금 내 처지를 살짝 닮은듯해서 더욱 관심이 가는지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하게 있지만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작은 키에 애기 손톱보다 더 적은 잎을 수 없이 달고 서 있다.

눈보라와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하얀 눈이 내려주면

이불 덮고 그거라도 고맙다고 하며 끝내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아파트나 공원의 작은 화단에 생 울타리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하고 있다.

     



그러고도 다른 화려한 봄꽃들이 피기 전에 소리도 없이

살짝 찾아온다. 다른 꽃보다 일찍 일어나 먼저 나와 보지만

못난이들이라 소리 내지도, 폼을 잡지도 못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찾아와서 자기 들끼리의 잔치에

벌들만을 손님으로 초대할 뿐이다.

다른 꽃들은 다들 잘 드러나도록 화려한 색상으로

사람과 매개체를 유혹하지만 머리가 안 좋은지      

이 꽃은 가죽질의 초록 잎에 엷은 황백색의 꽃을

잎도 없이 수술과 암술만을 달고 있다.


보색도 모르는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주나는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황백색 꽃이 엷게 피어있다.

가운데 암술 하나에 4개의 수술이 그 주위를 빙 둘러 서있다.

꽃받침만 있지만 꽃잎은 없는 불완전화이다.  

추위에 견디느랴  줄기에 털도 송글송글 달고 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가엾어 올해는 내가  꽃 사진을 크게 찍어 여기저기 퍼 날리고 있다.

‘작은 이 아이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아이는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강원도 회양지방에서 자란 우리 특산종이다

석회암 지대에서 주로 자란다.

그냥 자르지 않으면 제법 크게 자란다.

창경궁에 가면 200년이 넘었다는 제법 큰 회양목이 춘당지 옆에 자라고 있다

자라는 속도는 오동나무가 으뜸이지만

이 회양목은 느린 속도로 으뜸이다.


그래서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서 도장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가을이 되면 열매는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최고이다

예쁜 부엉이 세 마리가 초록 잎 위에 살짝 숨어있다

아이들과 부엉이 찾기 게임을 하면 너무 좋아한다.   

 

옛 궁이나 고택에 가면 틀림없이 한 두 그루씩 심어져 있다

호패나 낙관, 조각재로 쓰이고 목판활자로도 쓰였다.

누군들 크게 자라고 싶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화려한 꽃을 피워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겠는가

자신의 못난 꽃 때문에 주룩 들지 않을까 가여운 생각이 든다.  

   

나태주 님의 시 ‘풀꽃’을 들여다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그래서 나태주님 따라 자세히, 오래 쳐다보니 더 사랑스럽다.     

비록 매화나 산수유 같은 뛰어난 아름다움은 없지만

봄이 오기 전부터 꽃을 피우고도 관심도 못 받고 사라져 가는

이 작고 못난 꽃에도 관심을 가져 주면 내년에는 더 많은 꽃을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할 것이다.               

     

사진  복사 유출 금지

작가의 이전글 주말 오후 공원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