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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pr 20. 2023

고군산군도여행기

신시도자연휴양림에 묵다

숲 친구들 8명과 함께 고군산군도에 떠나기로 했다. 매년 상, 하반기 1박 2일 일정이다. 취미가 같아 함께 하는 여행은 항상 행복하다. 지역에 따른 특색 있는 나무들과 풀도 볼 수 있고 친목 도모도 되니 가능하면 함께 한다.   고속열차가 정차하는 익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각자가 알아서 9시까지 도착했다. 거기서 스타렉스 한 대를 랜트해서 2일 동안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가장 편리한 방법 다.   

  


고군산군도는 고려시절에 진지로 사용했는데 조선 세종 때 진지를 군산으로 옮기면서 진지와 지명까지 가져가고 기존자리를 古군산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다시 엣 명성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현재 고군산군도는 신시도,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등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천혜의 해상관광공원임은 틀림없었다. 수많은 섬을 돌아다녔지만 이곳처럼 많은 섬을 연결하여 걸어서 다닌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방조제를 건너 신시도를 지나 무녀도에 도착했다. 비가 온다던 하늘은 다행히 흐리멍덩하다. 섬의 형태가 장구와 술잔을 놓고 춤을 추는 무당의 모습 같다고 해서 무녀도라고 했다 하는데 멀리서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출렁거리는 쥐똥섬의 모습을 보고 멀리서 안녕을 빌어야 했다.   


쥐똥섬이 보이는 별맞이

   

한 바퀴 돌다가 이곳의 지질히 특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섬이란 걸 증명한 줄무늬 바위가 바닷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사스레피나무가 빙 둘러 서있고 곳곳에 골가시나무가 허전한 바위를 덮어주고 있었다. 곳곳에 붉은, 흰 동백이 아직 봄이 가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노란 꽃술을 내밀고 반갑게 인사해 준다. 바닥에는 갯냉이, 살갈퀴, 봄까치꽃이, 광대나물, 꿩의 밥, 개감수 등이 지천이다. 노란 유채꽃이 남녘임을 알려준다.   


돌가시나무와  사스래피나무

 

소사나무의 수꽃과 암꽃이  함께 피어있다


 광대나물

온몸을 찢긴 바다의 생명들도 용왕님께  마지막 인사하려는 듯 손을 벌리고 기도하고 있는 것 같다. 곁에 선 갈매기들이 측은한 듯 위로해 준다.  무녀도에서 장자대교를 거쳐 장자도로 넘어가는데 굴피나무 새순이 바닷물을 부러워하고 산벚나무가 마지막 힘을 모으고 있다. 빨간 예덕나무 잎과 청미래덩굴이 새순을 내며 부지런히 새 생명을 키우고 있다. 소사나무 수꽃과 암꽃이 신혼 방을 차린 듯 수줍게 함께하고 있다.    


예덕나무


 

굴피나무



줄 서서 먹는다는 장자도 호떡카페에 들렀다. 뭐든 상식을 파괴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실감 났다.

윤슬이 반짝거리는 바다를 쳐다보며 슈크림이 든 호떡과 커피를 먹는 맛도 색다르다.  


장자교 스카이워크를 건너니 저 멀리 장자도가 한 줌으로 들어온다. 집 떠났다 돌아온 할배바위를 장구밥 열매가 지키고 있다. 뭍을 바라보며 떠난 님을 그리워하며 목이 메었을 누군가의 사연을 가득 안고 있을 그들을 따라 해변을 걸었다.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망주봉을 빙 돌며 주군을 기다렸을 귀양객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남녘 섬들은 귀양살이하던 섦음에 복받친 한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슬픈 곳이 많다.


선유도 해수욕장


     


원래 선유스카이썬라인은 짚라인 타신 분들이 좋아하던 곳이다.. 12층 높이서 하강하는 재미가 크기도 하겠지만 난 눈으로 보는 것도 벅차다. 맛 집으로 유명하다는 ‘고래포차’의 회는 달콤한 맛이었다.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 정말 맛있었다. 떨어지는 석양을 뒤로하고 신시도로 향했다. 신시도 휴양림에서 시끌벅적하게 즐기다가 아침에 일어나본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온통 그림 같은 풍경은 탄성을 지어내기 충분했다. 고군산군도에서 눈에 보이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길 이름이나 숙소 할 것 없이 이름 지음에 신경을 무지 썼나 보다. 하나하나 무지 예쁜 한글 이름들이 빛이 난다. 딱딱한 듯한 군산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비단강길, 햇빛길, 상현달, 물빛, 달빛길... 전체 이름이 예쁜 한글 이름들이 반짝거린다.     


숙소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


해맞이공원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신시도를 12시까지 산책했는데 가는 발길마다 발을 옮기기도 힘들 정도이다. 섬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식생들도 예뻐서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유난히 많이 보이는 동백꽃은 머잖아 동백섬으로 이름 불릴 것 같다. 뚝 떨어진 꽃을 주워 달콤한 꿀을 먹어본다.  청매래덩굴이 온통 예쁨을 자랑하고 있다. 영롱한 물빛을 머금은 오이풀은 햇살에 눈을 지그시 감는다. 한창 애기손을 내밀고 있는 신갈나뭇잎은 연둣빛의 수술을 달고 있다.     


청미래덩굴


오이풀의 일액


신갈나무가 어린 순과 수꽃,  빨간 암꽃을 달고 있다



오후에는 군산은파호수공원으로 갔다. 군산에 이처럼 멋진 호수가 있다니 감탄스러웠다. 총 3시간 코스의 호수가 깨끗하게 단장하고, 주변을 벚꽃이 도열하여 이른 봄에는 관광명소로 거듭난다고 한다. 미제저수지가 있던 곳을 아름답게 데크로 연결시켜놨다고 한다. 야간에는 불빛의 환상적인 모습이 아름다운 길과 함께 더욱 빛날 것 같았다. 가로질러 반만 돌았는데 노니는 물닭과 일광욕하는 거북이가 함께 한가로운 일상을 하고 있었다.   군산 시내로 나와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에 나왔던 사진관도 구경하고, 그 앞의 뭇국이 유명하다는 한일관에 들려 저녁을 먹고 여행을 마치고 익산으로 돌아왔다. 군산의 멋과 맛을 만끽한 여행이었다.




몸 말리는 거북과 물닭



한일옥 앞에 마주 한 사진관에는 영화 속 그대로 보존되어 사진찍도록 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이름을 곳곳에 명명해 준 군산시청 직원들의 애씀에 감사드립니다.




일요일 저녁에 아시는분의 부탁으로 '봄꽃이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합니다

줌으로 진행되니 꽃에  관심있으시고 시간되시는 분들은 들어와서 함께 해주세요.

부족하고 부끄럽긴 한데 어떻게 안 할 수도 없어 진행하게되었답니다.




이번주 일요일 저녁 숲해설가 황영심 작가와 함께 떠나는 힐링 콘서트 '봄꽃 이야기'가 한국작가협회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봄꽃 향기 가득한 힐링 시간 즐겨보세요.


https://blog.naver.com/jimboy2013/22307634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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