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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pr 08. 2023

몬도가네였던 시절

개구리와 도롱뇽

 난 초등 3학년 때까지 시골에서 자랐다. 오빠 없이 딸들만 있어서인지 그리 부잡스럽게 놀러 다니지 않았다. 난 원래 몸이 튼튼하지 못해 집안에서 엄마 뒤를 따라다니며 집안일을 돕고 말썽 없이 착하게 지냈다. 누구와 싸워보거나 엄마, 아버지께 크게 혼나본 기억도 없이 그냥 그렇게 순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또래 남자들이 말하는 개구리 잡아 구워 먹는 얘기, 메뚜기 잡아먹는 얘기 등은 딴 나라 같다. 아마 그땐 먹을 것도 없고 놀잇감도 없었으니 이것저것 먹을 것에 집착했을 것이다. 남자들이 가장 신나 하는 얘기는 군대이야기와 어렸을 때 이상한 것 잡아먹고 놀러 다닌 얘기인데 시작하면 날이 새도 끝이 안 난다.    


       


지금도 3월이면 꽃샘추위가 한 번씩 오곤 한다. 올 3월은 꽃 잔치를 벌이느라 꽃샘추위가 없었지만 일반적으로 꼭 한 번씩 추웠다. 3월 꽃샘추위에 부는 바람을 ‘할미바람’이라고 한다. 보통 바람의 신을 ‘영등할미’로 부르는데 이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영등할미의 엉킨 머리카락을 보고 이런 바람을 할미바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서 바닷가에선 음력 2월 초하룻날 영등재를 지내며 바람의 신을 달래기도 했다. 이건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영등재를 지낸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기억나는 것이 많지 않지만 개구리 알 잡아 오다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다.

난 어려서부터 추위에 약했다. 조금만 추워도 얼굴과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3월 어느 날  엄청 추웠나 보다. 하늘은 찌뿌듯하니 온통 어두컴컴하고 비바람과 함께 할미바람이 불어 몹시 추웠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갑자기 추워 떨리는 것 같다.  예전에는 7살만 먹었어도 제법 집안일도 도왔다. 지금은 아마도 예전처럼 얘들에게 일을 시키면 아동학대라고 할것이다.  그땐 혼자서도 할 일을 했다.

그 추위에 나는 혼자 뜰채를 들고 개구리알을 잡겠다고 논가에 있는 웅덩이에 갔다. 그땐 지금같은 패딩이 있었겠는가. 솜 누비나 입었으면 잘 입지 않았을까 한다. 가는 중에 이미 몸은 다 얼어 퍼렇게 질렀다. 웅덩이 가장자리에 서서 그 미끈거리는 알을 힘들게 뜰채로 떠서 그릇에 담았다. 그것도 무서워 바닥에 몇 개 잡았다. 욕심도 없고 야무지지도 못했으니까 당연했다. 그런데 오다가 그것마저 가져오지도 못하고 다 엎어버렸다. 빈통을 들고 오다가 아버지를 만났는데 무지 혼이 났다. 나답지 않게 뭐 하려 개구리알을 잡으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벌벌 떨며 울고 왔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집에 와서 며칠을 누워 죽을뻔했다. 개구리알만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보통 3월 5, 6일을 경칩이라고 한다. 남산에 산림치유지도사로 근무하고 계신 동기분이 계시는데 개구리 알과 도롱뇽알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도심 안에서 개구리울음소리를 듣기는 극히 어렵지만 남산의 소생물권에서 일부러 키우고 있다 한다. 봄꽃 사진도 찍을 겸해서 개구리알을 보러 갔다. 경칩에서 2주 정도 지난 18일이었는데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이 웅덩이에 모여 있었다. 청소하시는 분이 개구리알을 건져 밖에 버려 가지고 다 말라죽어 버렸다고 분노하고 계셨다. 알고 그러셨는지 지저분하니 건져 버리셨는지 알 수 없다. 낙엽이랑 엉켜있으니 지저분하기도 했다. 또 개구리 잡아먹던 옛날 얘기를 한참 들어야 했다. 손주한테 그런 얘기하면 몬도가네인 줄 아니까  하지 말라고 했더니 다들 그때는 단백질 보충원이 개구리였다고 열변을 토하신다.   


   


오늘 사진을 보내오셨다. 개구리알은 올챙이가 되어 돌아다니고 도롱뇽도 제법 커졌다. 벌써 성채가 된 얘들도 보인다. 먹이사슬이 되어 얼마나 개구리가 될지는 모르지만 멸종위기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도롱뇽은 더 보기가 어려워졌다. 천마산에 갔다가 모처럼 계곡에서 모여 있는 것을 봤는데 흔치는 않다. 흐르는 계곡 중 물이 고이는 쪽에 알을 낳는다.     

개구리나 도롱뇽은 양서류로 같은 집안이다. 도마뱀은 도롱뇽과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파충류라서 집안 자체가 다르다. 도롱뇽과 도마뱀이 같은 것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05년 천성산 원효터널을 뚫을 때 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환경단체와 내원사의 지율스님의 반대가 극심했다. 도롱뇽이 원고가 되어 재판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하여 공사가 몇 년이 늦어져 수백억이 손실 났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현재 도롱뇽뿐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잘 자라고 있다 한다. 얼마 뒤 영주의 내성천 문제로 환경단체를 따라간 적이 있는데 그때 지율스님과 함께 토론회를 했다. 지율스님의 강단이 놀라웠다. 스님이 아니셨으면 우리나라 진보를 이끄셨을 거라 생각됐다. 그런 분들 때문에 그래도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을까 한다.    


      작년 장마때 공원에서



요즘 가장 심각하게 자연훼손이 우려되는 것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이다. 강원도지사가 케이블카 건설 허가 내줬다고 대통령한테 90도로 인사하는 것을 봤다. 케이블카 건설로 인하여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질 거라고 한다.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 파괴를 줄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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