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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pr 05. 2023

전설 속의 목련들

목련 -2

목련의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한눈팔았더니 세상이 달라져 버렸다. 일장춘몽이었나?

모든 자연이 다 바뀌어 버렸다. 그 많던 매화랑 벚꽃이 흔적만 남기고 떠났다. 그래도 백목련과 자주목련은 떠났지만 목련과 자목련등은 꽃이 아직 피지 않아 다행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많이 보는 목련은 백목련과 자주목련, 자목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토종인 목련과 일본목련, 산목련이 있다. 그 외에도 가끔 보는 별목련, 중국목련등이 있다.  목련의 우아한 모습을 봤다면 아마도 특이한 모습을 봤을 것 같다. 하얀 옷으로 치장한 요정들이 나뭇가지 끝에 딱 걸터앉아 먼 산을 보듯 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해를 쳐다보고 돌아가는 꽃들은 많이 있지만 북쪽을 향하고 있는 꽃들은 별로 없다. 목련의 꽃봉오리가 나오면서 일제히 북녘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목련을 북향화라고도 부른다.

 

                           북쪽을 향하고 있는 백목련

  


백목련, 자목련, 자주목련에 대한 전설을 들어보면 더욱 애틋한 생각이 들 것 같다.

이야기는 떠도는 것에서 내가 조금 각색했다.  어차피 이야기이니까.

   

남쪽 바닷가에 어여쁜 요정 같은 공주가 살고 있었다. 이 공주는 혼기가 찼지만 마음에 드는 배필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폭풍이 몰아치던 날 바닷물에 휩쓸려온 한 청년을 발견하게 된다. 공주는 청년을 구해 따뜻하게 돌봐주고 대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청년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청년은 북쪽에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메모를 남기고 떠나버리고 만다.    

  

이에 크게 상심한 공주는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게 된다. 세월이 흘렀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견딜 수 없었던 공주는 북쪽으로 청년을 찾아 떠나간다. 청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힘든 것도 잊고 북쪽으로 가 마침내 그 청년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웬걸? 청년을 이미 결혼하여 부인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나 상심했던 공주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공주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되는데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청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이 공주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게 된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청년의 아내는 자기 때문에 공주가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며 얼마 후 죽게 된다. 그래서 청년은 아내를 공주 무덤 곁에 만들게 된다. 다음 해 공주가 잠들어있던 곳에서 나무가 자라는데 하얀 옷을 입은 요정 같은 백목련이 청년을 기다리듯 북쪽을 바라보며 피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아내가 묻힌 자리에서는 자색으로 얼룩진 백목련보다는 작은 자목련이 피어 남편을 그리워하며 북쪽을 바라보게 된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주색 옷을 입은 요정으로 피어났겠는가?  

    

백목련으로 태어난 공주와 자목련으로 태어난 아내를 쳐다보며 너무나 괴로워하던 청년은 공주와 아내가 잠들어있는 곳에서 죽게 되는데 다음 해에 자주목련으로 피어나게 된다. 공주와 아내의 가여운 넋을 기리기 위해 안쪽에는 흰색, 바깥쪽에는 자주색이 물든 옷을 입고 피어났다. 백목련이 피고 나서 자주목련이 핀다. 그리고 자목련이 피게 된다. 자주목련으로 태어난  청년은 죽어서라도 가엾은 두 여인들을 가운데에서 돌보고 있다고 한다.     

 

백목련이 피고 난 후 자주목련은 1~2주일 뒤에 피기 시작한다. 종처럼 우아하게 모여 있다 서서히 피기 시작하는데 떨어질 때는 정말 내가 부끄러워 덮어주고 싶을 정도이다. 꽃잎의 겉은 자색이고, 안쪽은 백색이다. 꽃잎이 6장이고, 꽃받침이 꽃잎 같아 9장으로 보인다.     




우리 토종 목련인 목련은 제주도가 자생지이다. 관상용으로 기르지만 그리 흔하지 않아 오래된 아파트 안이나 공원에서 가끔 볼 수 있었다. 며칠 전 서울숲에 들렸더니 전에 없었는데 근래에 심었는지 목련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보호수로 지정된 영향이 있었나 본다. 잎보다 먼저 흰색 꽃이 피는 데 양성화로 6개의 꽃잎이 있다. 3개의 꽃받침은 일찍 떨어져 6장 꽃잎만이 바람에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나풀거린다. 기부에는 연홍색으로 칠해진 걸 볼 수 있다. 꽃이 활짝 피어 벌어져서 피기 때문에 백목련에 비해 아름다움이 떨어지다 보니 많이 심어지지 않나 보다.     

토종 목련

 


산에서 잎이 가장 큰 나무를 찾으면 일본목련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속성수로 넓은 마디와 잎이 크기 때문에 산속에서도 우뚝 서 있어 보인다. 목련이 눈처럼 피어 올라올 때에는 꿈쩍 않고 있던 일본목련 겨울눈은 공원의 목련이 다 떨어지고 난 후 그제야 서서히 커다란 잎을 낸다. 목련과 전혀 다른 길쭉하고 매끈한 겨울눈에서 잎이 나오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3일이면 전체 잎이 다 나와 잎이 수평을 잡는다. 커다란 잎을 가진 일본목련이나 칠엽수의 겨울눈은 비슷한 모습이다. 겨울눈 껍질이 벌어지며 어린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이 알에서 새끼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구겨진 잎을 펼치며 나오는 모습이 새 생명의 탄생을 보는 것 같다. 매일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니 새끼들이 태어나서 걸어 다닐 때까지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잎이 난 후 꽃이 하늘을 향하고 강한 향기를 품은 정말 아름다운 황백색으로 피기 시작한다. 황백색의 꽃 안을 들여다보면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하얀 수술 밑의 수술 밥은 붉은색으로 자리 잡고 있고, 위에 꽃밥은 황백색으로 들어있는 모습이 또 하나의 꽃이다. 일본목련나무는 가을이 되면 바닥에 커다란 잎이 땅에 떨어져 뒤집혀 회색으로 수북이 쌓여있다. 우리는 일본을 왜놈이라고 비하하는데 이 일본목련은 크기가 커서 일본목련을 볼 때마다 항상 ‘왜놈’이란 생각이 오버랩된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산목련은 일반적인 목련과 다르게 잎이 피고 난 다음 꽃 봉오리가 맺히는데 향기가 좋고 아름다워 함박꽃나무라고 하며 차로도 먹기도 한다. 함박꽃나무도 일본목련과 마찬가지로 매끈한 가죽질의 겨울눈에서 잎이 난 후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함박꽃은 가지 끝에 옆이나 아래를 향한 다소곳한 모습으로 은은한 향기가 난다. 일본목련 꽃과 비슷한듯하지만 활짝 핀 꽃을 보면 더 아름답다. 그 안에 수술대와 꽃밥 전체가 적색인데 위에 암술이 황록색으로 모여 앉아있다. 김일성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어서 북한 국화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답다.     

 




3월의 꽃 잔치가 끝나면서 서서히 봄이 지나가고 있다. 봄은 꽃에 취한 덕분에 이처럼 빨리 가는지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도둑맞은 듯 흘러간다. 요즘 한창 귀룽나무 꽃이 온통 흰구름처럼 피어나고 있다.

작가명을   황영심배초향에서 황영심을 빼고 배초향으로  했습니다. 변함없이 사랑해주세요. 요즘 바빠 다른 분 글 읽는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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