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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pr 09. 2023

이보다 더 향기로운 순 없어

분꽃나무


화려한 벚꽃잔치는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정말 일장춘몽이 따로 없다.

지나간 것을 붙잡고 있으면 뭐 하리. 인간이 훼방하지 않으면 자연은 이어진다.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강아지가 땅에 코를 박고 끙끙거리듯 난 어디에 예쁜 꽃이 피었나 두 눈을 부릅뜨고 다.     


핸드폰 갤러리에 사진이 넘쳐나는데도 정리도 못하면서 자꾸만 찍으러 나간다.

정리하는 것은 힘들지만 꽃을 보는 자체는 즐거우니까 자꾸만 정리가 미뤄진다.

누가 해줄 것도 아닌데 시간 내야지만 반복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이번 주일은 집안일을 하려고 멀리 나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부활절 행사도 있어 멀리 갈 수도 없다.

덕분에 산마늘과 두릅을 몽땅 구입해 장아찌도 담고, 토종닭을 사다 이것저것 한약재도 넣어 남편 봄 보신도 해줬다. 요리하는 것도 사진 찍는 것만큼 좋으니 이래저래 즐거운 휴일이다.  


   


자연은 언제나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요즘이 향기로 말하면 최상의 기간이다. 만인이 좋아하는 라일락 향기가 지나가는 곳마다 향기를 내뿜으며 도열해 있다.

요즘은 흰색 라일락도 많아 보인다. 무뚝뚝이라면 따라올 자 없이 으뜸인 우리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자기 돈으로 꽃을 사 와 본 적이 없는 남편이 라일락꽃이 피면 한 송이씩 꺾어와서 준다. 어디서 꺾는지는 모르겠는데 한 송이를 꺾어 뒤에 감춰 들고 들어온다. 무슨 소년이 첫사랑 소녀에게 꽃을 주는 것도 아닌데 뒤에 숨겨 들고 와서 해마다 이 라일락꽃을 선물한다. 꽃병에 꽂아 성모님 앞에 두면 일주일은 거뜬히 가는 것 같다. 꽃을 꺾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인데 라일락 향기에 취해 준법을 잊은 듯하다.  그렇게 우리 집은 라일락 향기와 이른 봄에 사다 놓은 철쭉 화분과 함께 집안에 봄이 가득 채워진다. 봄을 느끼기에는 철쭉 화분 만한 것도 없다. 화려하고 오래가고 관리하기도 편하다. 꽃이 떨어지면 밖의 화단에 가져다 심는다.

   



이른 아침 올림픽공원 야생화단지에 갔다.

단지 입구에 터널식으로 만들어 덩굴식물이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다래와 으름덩굴이 한창 기새를 떨치며 잎이 나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 보인다. 으름덩굴은 서울숲에 가도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꽃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더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잎은 오래된 가지에서 모여 달리는데 꽃만큼 아름답다.  5~7개의 복엽이 진초록으로 잎자루에 매달린다.  커다란 암꽃에는 점액질이 들어있는 암술머리가 있다. 그리고 주렁주렁 달린 작은 수꽃이 있다. 수꽃에는 수술대의 바깥쪽에 꽃밥이 2개씩 붙어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이쪽을 보면 여왕개미가 생각난다. 암꽃을 보면 여왕개미를 보는 듯하다. 열매는 익으면 바나나처럼 안에 과육이 들어있다.   

  

큰꽃이 암꽃. 작은것이 수꽃이다


향기 따라 들어가면 향기의 백미인 분꽃나무가 있다. 야생화단지 근처까지만 가도 향기 따라 찾아갈 수 있다. 희귀종이라서 찾게 보기 힘든 나무이다. 홍릉에도 한그루 있긴 하다. 가지 끝에 백색과 연한 홍색의 꽃이 취산 꽃차례로 핀다. 화관이 길게 나며 끝이 5갈래로 갈라진다. 잎도 같이 나기 시작하는데 약간 심장형으로 두툼하다. 분꽃 향기는 라일락 향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향기를 낸다. 주변의 꽃들이 맥을 못 추릴 정도이다.     



지나가 버린 목련과 벚꽃만 꽃이 아니다. 마지막 남은 겹벚꽃은 더 화려한 모습으로 피어있다.

항상 겹으로 된 꽃들은 조금 늦은 시기에 피게 된다. 겹벚꽃은 분홍색이 많지만 간혹 흰색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요즘 폼을 잡는 나무가 있다. 서부해당화다. 겹벚꽃과 피는 시기가 비슷한 소교목이라서 이름을 헷갈려한다. 긴 꽃자루에 연한 홍색의 꽃이 피면 겹벚꽃만큼 화려하다.

겹벚꽃. 흰색과 분홍색이있다


                       우리집 벽에 피어 있음  서부해당화



 끝이 없이 자연은 어여쁘게 이어진다. 예쁜 하얀 꽃들이 또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복사꽃, 배꽃, 야광나무꽃이 빛을 발하고 아래에선 조팝나무가 하얀 도깨비방망이처럼 흔들거린다.    



 

일 년 중 가장 향기로운 꽃들이 가장 많은 때이다

향기로운 밖으로 산책 나가면 눈과 코까지 즐거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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