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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pr 25. 2023

아파트 한 바퀴 돌며

야생화 구경하기

   


여기저기 꽃 잔치이다. 일요일 오후 아파트 현관을 열고 나오자 불두화가 하얀 머리를 내밀고 인사한다.


백당나무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 부스럭 거린다. 머잖아 헛꽃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한쪽에선 하얀 이팝나무가 발아래 야생화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으며 이쁨을 자랑하고 있다. 벌써 벚꽃들의 잎자루는 바닥을 뒹굴며 흔적을 거둘 생각을 안 한다. 뒷 끝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아쉽다. 난 그래서 벚꽃과 목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1주일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두 달가량을 꽃잎과 꽃받침으로 존재를 바닥에서 쓰레기로 알린다.    

 

아파트가 제법 정원이 커서 우리 토리 데리고 나가 산책하며 꽃구경하기 좋다. 토리도 능숙해져 내가 사진 찍으려고 폼을 잡으면 딱 멈춰서 기다릴 줄 안다. 제법이다. 산책 나가자는 말을 귀신처럼 알아듣고 반응한다. 눈빛부터 달라진다. 짧은 꼬리를 떨어지도록 흔들어 되며 자기 옷 넣어둔 서랍장 앞으로 달려가 기다린다.      


우리 토리도 꽃구경을 열심히 한다. 코를 대고 냄새 맡느라 떠날 줄을 모른다. 요즘은 바닥에도 전체가 꽃으로 덮여 있다.


맥문동은 싹을 제법내고 있다. 비비추와 옥잠화도 뾰족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고 둥굴레는 예쁜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줄기에 아래로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려면 꽃에  무릎끓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해야 눈맞춤을 할 수 있다.


둥굴레


        


노란 씀바귀가 지천이다. 그 옆에 있는 고들빼기와 친구 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 살랑거린다. 둘은 서로 닮았다. 5장의 노란 꽃잎이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다들 국화과이고 쓴맛이 많이 난다. 쓴맛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약효가 좋다는 말도 될 것 같다. 이 많은 약초들이 지천이다. 그렇다고 화단에 있는 꽃들을 먹을 수도 없으니 참아야겠다. 우리 토리나 실컷 즐기라고 해준다.


    

씀바귀

쓴맛이 가장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고들빼기에 비해 잎과 뿌리가 가늘고 길다. 면역력도 증진시키고 심신을 안정시킨다고 하여 한번쯤 봄에 먹는다고 하는데 난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다. 난 힘든 것은 지양하는 편이다. 그래서 힘든 운동도 잘 안 하고, 먹기 거북스러운 것은 잘 안 먹는다. 별로 좋은 스타일은 아닌 듯한데 별로 고칠 생각도 없다.  


고들빼기는 씀바귀와 달리 잎이 거칠다. 결각모양의 톱니가 있어 약간 무서운 느낌도 난다. 뿌리도 오동통하고 굵고 강하다.  고들빼기김치로 담기 위해서는 쓴맛을 빼고 담가 먹는다.         

 


      

봄맞이꽃이 하얀 손을 흔들며 반갑다고 인사한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것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가는 줄기에는 털을 가득 달고 다섯 장의 하얀 꽃잎을 하늘거린다. 여러 개의 꽃줄기가 나와 우산형 꽃차례를 이루고 있다  작은 꽃의 가운데 노란색으로 단장하고 있다. 봄맞이꽃은 앵초과이다.

     

그 곁에는 연보라색의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큰 개불알풀이 소복이 피어있다. 이른 봄부터 나와서 지금까지 피어있는 이 야생화들은 여름을 지나도록 남아 종자번식에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큰 개불알풀은 큰 봄까치꽃이라고 요즘은 부른다.  민들레씨앗들은   꽃대를 올리며 어디로 떨어질지  눈치보기 바쁘다


큰개불알꽃과 민들레


     

벌써 꽃마리는 그 예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기설기 엉켜 잡초처럼 변모해 가는 모습이 아깝다. 병아리의 날개쭉지가 나온 것처럼 못생겨져 버려 아쉬운 모습이다.

그곁에 황새 냉이도 길게 키운 줄기에 벌써 긴  기둥같은 열매를 달고있다. 일반 냉이가 주걱모양인 것과 비교된다


꽃마리와 황새냉이

      

처음으로 내 눈에 띈 꽃이 보인다. 주름잎이다. 흔하지 않은 풀이라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이다. 연한 보라색 꽃이 총상으로 달렸다. 화관이 두 개로 가라진 다음 아랫입술은 다시 3개로 갈래지고 중앙 갈래 조각에 2줄의 황색선이 보인다. 깊숙이 수술이 보인다. 꽃받침으로 쌓여 있다.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었다. 잎이 도란형이고 둔한 톱니가 보이고 옆면이 주름이 져있는 모습이다.   


   

이른 개나리는 잎을 내더니 벌써 벌레들에게 몸을 내주고있다. 시커먼 벌레가 야속하게 배를 불리고 앉아있다.


배롱나무에도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때죽나무도 작은 꽃자루를 내밀고 달려있다.

머잖아 주렁주렁 방울을 찰랑거릴 것이다.     



아파트 한 바퀴를 빙 돌며 보니 없는 꽃들이 없는 것 같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많은 자연들이 우리 곁에서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양에 안차는지 집에 안들어가겠다고 버티는 우리 토리~~

한바퀴를 더 돌아왔다. 우리집에서 우리 토리를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뒷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는 데는 장사가 없다.


   

자연은 무한한 사랑으로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난 이 선물들을 정말 감사하게 받아 귀하게 간직해야겠다.

새로운 풀과 꽃, 나무들이 매일 새롭게 이어져 난 지루하거나 우울할 틈이 없다.

내가 받은 큰 선물이다.     




대문 사진은 살갈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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