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초향 May 22. 2023

물향기 수목원

남개연의 미소


몽실몽실 노랗게 피어오르는 봄은 귀여웠다.

연둣빛 새싹이 나기도 전부터 노란색은 곁에 와줬다.

 노란 산수유 꽃이 오고, 노란 생강나무 꽃이 오고, 노란 개나리 꽃이 왔다.   

그렇게 봄이 무르익으면 길가에 샛노란 애기똥풀이 한두 개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잎과 줄기에 무성한 털을 달고 멋진 노란 꽃잎을 달고 길가에 도열해 있는 요즘이다.

사람이 온실 속에서 이처럼 예쁘게 가꾸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저절로 자란 잡초이기 때문에 몸 관리를 스스로 하며 더 강해지고, 더 예뻐졌으리라 여겨진다. 꺾으면 애기똥 같은 물이 나와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큼 유명해진 꽃이다.  

봄망초가 고개를 숙이며 바통을 개망초에서 넘겨줬는지 한창 빈 공간을 차지하며 키를 키우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봄을 다 보내기 전 모임마다 다들 한 번씩 야외를 나가기를 원한다. 나이 탓일 수 있지만 매번 이때쯤 한 번씩 야외 모임을 하고 있는 과거 동료들이다.

토요일, 봄꽃들이 다 사라지기 전 물향기 수목원으로 향했다. 오산은 지하철 교통편이 됨에도 불구하고 내가 동쪽에 붙어살아서 그런지 서쪽 지역으로는 발길이 잘 옮겨지질 않는다. 그래서 모처럼 오산에 있는 수목원으로 가기로 했다. 10명 모임인데 3개월 전부터 약속을 잡았는데도 결국에 7명만 출발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왜 그렇게 오히려 바빠지는지.


   

내가 50대에는 나이를 먹으면 삶이 조금은 느긋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가 생겨 마음의 여유가 생길 거라 여겼다. 사장이 두 명 있는데 토요일도 일이 생기면 노는 것은 뒤로 밀려야 해서 스트레스가 많지만 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한 명은 전날. 한 명은 아침에 못 갈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난 15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그냥 만년 회장이다. 무조건 의사 결정되면 뒷말 없이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아직 탈 없이 격월로 모여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있다. 젊어서 만났는데 지금은 다들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으니 조금은 애틋하다고 해야 하나 싶다.  난 소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3명이 못 나온 이유를 한 명씩 설명해 줬다. 이유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할 일 없이 안 나올 사람도 없다.  하는 일이 다르고, 나이 차이가 있고, 남녀가 있지만 오래 만나다 보니 집안얘기, 회사얘기 등을 하며 서로 상담도 한다. 남녀가 같이 있어서 그런지 남자들도 자기 집 얘기를 잘해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낸다.     


 


오늘은 내가 숲해설을 해주기로 하고 수목원으로 결정했다.     

물향기수목원은 경기도 오산에 있는데 경기도에 있는 10만 평 규모라고 하니 제법 큰 수목원이었다. 희귀종이 있는 수목원이 아니고 기존에 있는 산지에 산책길을 내어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는 최적인 듯했다. 내 입장에서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수목원이었다. 오히려 공원이라고 했어도 좋았을 것 같았다. 2006년에 조성되어 아직은 수목도 크지 않고 일반적인 수목만이 있었다. 내가 도감에서만 보고 처음으로 접하는 루브라참나무가 있어 반가웠다.    

 

나무 설명을 몇 번씩 말해 줬는데도 새까맣게 잊고 또 물어본다.  붓꽃이 있고, 만첩빈도리와 쥐똥나무, 팥배나무. 목백합. 오동나무 등 흔한 나무만 있었다.  나한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한다.  그거야 아주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니까 더 많이 책을 보고 더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산딸나무


정말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수목원이었는데 가운데에 연못이 있었다. 이 수목원의 최고봉이었다. 윤슬이 반짝거리는 수면 위로 수련이 빨갛게 올라와 있고, 남개연이 둥둥 떠다니며 연못에서 춤을 추고 있다. 요즘은 갖가지 연들이 많이도 자라고 있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남개연은 처음이었다.  가운데에는 한국식 정원인 원형 정원이 있었다.



붓꽃들이 춤추는 남개연을 부러운 듯 다보며 박수를 보낸다


붓꽃과 노란꽃창포


수련과 마름

       

 남개연

잎은  물 위에 뜨고

긴 꽃자루를 위로 올려 꽃대 끝에 ㅣ개씩의 꽃이 핀다      

남개연은 가운데 암술머리에 붉은 화장을 하고 있다. 


햇살은 

남개연과 수련이 떠있는 연못에 잔잔히 내려와 앉아있다





춤추는 남개연


아쉬울뻔 했던 수목원이 연못의 남개연으로 흐믓한 하루를 보람있게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길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