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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Dec 15. 2023

12월의 겨울눈

아들 결혼 준비

올해를 마무리 지을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에 그리 바빴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죽이고 있으니 스스로도 웬일인가 싶기도 하다.  맘이 조급해서 인지 딱히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컴퓨터에서 작업도 시들해진 듯하다. 겨울비가 주룩주룩 여름비처럼 내리고 있다. 신이 났는지 개나리도 피고, 철쭉도 빨간 꽃을 여기저기 피워대고 있다. 덤불 속에서는 파릇한 새싹이 고개를 내밀며 나오고 있으니 지구 온난화현상이 심각하다는 증거일 것 같다. 이런 멋진 날 공원 안의 작은 쪽 길을 우산을 쓰고 걷는 일은 언제나 운치 있다.

작은 연못에는  생을   잠시 쉬고 있는 연들이 기하적인 무늬를 그리고 있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은 아직 엄마품을 그리워하는 잎들을 못 떨구고 붙잡고 서있다. 플라타너스 커다란 잎들은 도로를 제멋대로 굴러다니더니 젖은 낙엽이 되어 다소곳이 바닥에 붙어있다. 얼마 전에 아저씨들이 시끄러운 낙엽청소기를 들이대더니 그래도 공원길이  깔끔하다. 작년 이맘때는 눈이 쌓여있던 곳이 지금은 빗물이 고여 있기도 하다. 겨울은 나목이 되어있는 나무들이 긴 수면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들이다.


바람이 지나갈 공간도 주고, 서로가 그리워할 만큼 간격도 주며 가지들이 뻗어있다. 가지가지에 겨울눈들이 꽁꽁 쌓여 달려 있다. 나도 겨울 오기 전 방의 창틀에도 바람막이를 집어넣어 두고 커튼도 두꺼운 것으로 교체시켰다. 난 나무처럼 겨우내 잠만 잘 수 없으니까 더욱 부지런을 떨었다.  김치냉장고에 김치도 잘 담아 가득 채워뒀다. 내가 자연한테 배웠는지 자연이 나한테 배웠는지 모르지만 우린 함께 겨울 준비들을 열심히 하고 겨울을 나고 있다.  따뜻한 봄날을 기대하면서 함께 버틴다. 작은 참새들도 잠시 짬을 내어 먹이 활동을 한다


이번 12월은 나에겐 특별한 날이다. 나이 든 아들이 결혼 안 하고 있어 애태웠는데 드디어 담주에는 결혼을 하게 된다. 어디에 있다가 인제 나타났냐고 수선을 피우며 예비며느리를 초대했던 기쁜 날도 있었고, 양쪽 부모가 만족스럽게 자녀들에게 축하해 주던 상견례도 치르고 드디어 결혼하게 됐다. 아들 직장이 대구이고, 사돈네가 대구분들이라서 우리가 대구로 내려가기로 예식장을 잡았다. 번거롭고 힘들지만 우리 쪽에서 양보하니 쉽게 해결되어서 좋았다.  친구들이 다들 승용차로 가겠다고 하다 보니 관광대절 버스를 두대 부르기도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일부러 먼 거리까지 갔다 오시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간식인 것 같다. 간식 준비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긴 하다. 200인분을 포장하고 맡기고 있다.


얼마 전 울진에 지진이 나서 온 국민의 새벽잠을 깨웠던 일이 있었다. 아들이 처가댁에 들려 밥을 먹는데  사돈께서 "  **이 외갓집 식구들이  **가 결혼해서 너무 좋아 뛰어다니다가 땅이 꺼져서 지진이 났다"라고 하더라고 한다. 울진 금방이 외갓집이다고 한다. 지진 난 일을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다고 전한다. 우리 딸네 손녀는 화동준비하느라 바쁘다. 신부보다 더 들떠 있다. 딸도 덩달아 멋진 옷도 사고 신바람 났다. 키가 크고 늘씬하니 내가 볼 땐 아직 아가씨 같다.  


기나긴 준비시간을 거쳐서 인제야 아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자식은 결혼을 해야 드디어 어른이 된 것 같다. 요즘은 차츰 내 근심이 걷어나가는 것 같아 머리가 맑아졌다. 통통하게 여물어져 가는 겨울눈이 내년이면 꽃이 되고 잎도 되어 내년 봄이면 더욱 멋진 나무로 살아갈 것이다. 통통한 겨울눈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고, 작은 겨울눈은 잎으로 피어나서 엄마 나무를 멋지게 살려줄 것이다. 우리들도 지금까지 갈고닦아서 쌓아둔 보물들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더 좋은 날들이 환하게 빛나길 바라본다.


예쁜 자수를 놔서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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