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9시가 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아직 월요일 아침까지 10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벌써 출근길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 문을 열고, 자리에 앉는 그 순간까지. 머릿속으로 내일을 예행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밤 12시가 되어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늘 들지만, 유독 일요일 저녁부터는 우울해지고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스스로가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회사도 잘 다니면서 운동도 하고, 자기 계발도 하고, 부업도 한다는데?" 저는 그럴 체력도, 그럴 비전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회사만 잘 다니는 것도 벅찼으니까요. 몇 달째, 일요일 밤의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퇴사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이렇게 다니는데 나만 유난인 거야..'
처음에는 설렘이었습니다. 합격 통보를 받던 날, 첫 출근을 하던 날, 명함을 받던 날. 사회인이 된 것 같아 뿌듯했고, 어른이 된 것 같아 자랑스러웠습니다. 부모님께 첫 월급으로 선물을 드리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3개월쯤 지났을까요. 출근이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출근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 기간이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처음엔 힘들다고 했으니까요. 6개월쯤 되니 '이제 슬슬 괜찮아지겠지'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된 후에도 여전히 일요일 밤은 두려웠습니다.
특별히 상사가 나쁘거나 동료들이 괴롭히는 건 아닙니다.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야근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출근이 싫습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괴롭히는 건 아니지만, 회사의 정치도 보기 싫었고, 그 안에 섞이는 것도 싫고, 일을 잘해도 줄을 잘 타는 사람이 더 승진하는 더러운 문화도 싫고, 이유는 따지고 보면 많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 하루만 버티자'라고 다짐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제 반 왔다'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다시 내일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상한 건, 주말에도 완전히 쉬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토요일 오전까지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이제 주말이야' 하는 해방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토요일 저녁부터는 슬슬 마음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일요일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어", "우리 때는 그보다 더 힘들었어"라고 하시니까요. 실제로, 우리 아버지만 보더라도 한 직장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다니시긴 하셨으니까요. 그때는 그때만의 문화가 있었잖아요. 하긴, 요즘 회사 선배들에게 고민을 털어놔도 "1년 차면 원래 그래, 적응하면 나아져"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해요.
친구들은 어떨까요? 어떤 친구는 "나도 그래, 다들 그러면서 다니는 거야"라고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친구는 "그럼 그만두고 다른 거 알아봐"라고 쉽게 말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그런 조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이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 나만 유난히 나약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에요.
입사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퇴사를 고민한다는 게 사실은 부끄러웠어요. 나만 나약한 것 같았으니까요.
SNS를 보면 다들 열심히,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았어요. '조금만 더 참으면 나아질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동시에 '이렇게 힘든데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질문도 떠오릅니다.
답답한 마음에 퇴사라는 키워드를 인터넷에 괜히 검색해 봅니다. 1년 차 퇴사, 조기 퇴사, 신입 퇴사. 그러다가 '1년 미만 경력은 이력서에 독'이라는 글을 보면 다시 겁이 납니다. 내가 원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기 위해 검색하는 것인데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출근합니다. 버티는 것인지, 다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지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일요일 밤이 두렵고, 월요일 아침이 무섭고, 퇴사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이런 고민은 결코 이상하거나 나약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있는 것뿐이니까요. 그리고, 더 나은 성장으로의 과정에 있으니까 어찌 보면 그건 무책임함이 아니라, 책임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이 연재는 '무조건 퇴사해라' 혹은 '무조건 버텨라'라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스스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혼란스러운 마음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려 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고민이 정말 '적응 기간'인지, 아니면 '떠나야 할 신호'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고민은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