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안통한다면 멈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
특별한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병원에 방문했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도 찍고, 사진도 찍고,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일부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고, 그 부분은 다음 정기 검진 때 다시 하기로 했다.
검진일에 다시 방문했을 땐 이전에 안내받은 대로 추가 검사만 하는 줄 알았고, 치료비를 지불해야 되는지는 몰라서 그다음 주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비용이라는 안내를 사전에 받긴 했지만, 어떤 검사와 어떤 치료의 비용인지 정확한 설명이 없었기에 방문 당일, 비용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문의했고, 조정이 가능한지를 병원 측에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러시면... 없었던 일로 할게요. 그냥 안 하는 걸로 하시죠."
"네? 아니, 제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라..."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저희도 무리해서 하고 싶지 않거든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대화의 온도가 급격히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비용 조정이 어렵다면 그냥 원래 금액대로 해도 되는데요. 궁금해서 여쭤본 건데..."
"아닙니다. 이미 마음이 불편하신 것 같은데, 저희도 그런 상태로 진행하고 싶지 않아요."
표면적으로는 정중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큰소리가 오고 간 것도 아니고, 누가 먼저 화를 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화 속 심리전과 미묘한 긴장감이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제가... 뭔가 잘못 말씀드린 건가요?"
"아니요, 잘못은 없으세요. 다만 서로 생각이 다른 것 같아서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비용 문의가 그렇게 기분 나쁜 질문이었을까. 물론 병원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순 있다.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저희 병원 방침상 비용 조정은 어렵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답 대신 돌아온 건 사실상의 거절이었다.
"오지 말라는 건가?"
"거부하는 건가?"
그런 말이 오간 건 아니었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그저 환자로서 당연한 질문을 했을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된 걸까.
그 순간 깨달았다.
불편한 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면,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고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이해시키려는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미 그런 대화가 시작된 이상, 서로의 생각 차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진 것이다.
구차하게 내 생각을 더 전달하며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할 필요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내 생각을 고수하거나 설득할 필요도 없다. 그런 대화가 지속될수록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듣게 되고, 감정만 더 상할 뿐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낀 순간엔, 그냥 그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멈추는 것. 그게 어쩌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병원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다만 서로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일찍 알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