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되고, 나는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잘못을 했어도 자기방어를 본능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야기 전달할 땐 더더욱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잣대가 중요하다.
자신과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기준' 말이다.
남편과의 웃픈 에피소드가 있었다.
남편이 고기를 재워놓는다고 편의점에서 양념을 사올 거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같이 사다준다고 나한테 물어봤다. 삼각김밥이 먹고 싶어서 사달라고 했고, 돌아온 남편은 삼각김밥이 모두 팔려서 하나도 없다며 대신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왔다고 말했다. 과자를 사온 남편의 마음도 고마웠지만, 장난도 치고 싶은 마음에 나는 이렇게 한마디를 거들었다.
"아~~ 삼각김밥 먹고 싶었는데~~"
이 소리를 들은 남편은 불편한 목소리를 즉시 표현했다.
"뭘 사다줘도 늘 불만이여~~ 아이구~"
남편의 표정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고, 동시에 괜히 말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장난이 상대방에겐 불평불만의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큰 다툼으로 번지진 않았다.
문제는 다음 날 발생되었다.
아이의 머리에 있던 집게핀이 느슨해져 떨어질 것만 같아서 아이와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 꽉 다시 찝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던 중 아이 핀 일부가 부러졌고 파편이 튀었다. 아이가 보면 속상해할까 봐 파편을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하는 말은 이러했다.
"제대로 안 알려줬네~~ 제대로 알려줬어야지~~"
이 말이 그동안 우리 사이에 불편함을 유발하는 말이 없었으면 모를까, 자신도 남을 탓하는 것 같은 말이 기분 나쁘다고 했으면서 정작 나한테는,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공격하는 듯한 말투가 나를 찔렀다.
나는 기분 나쁘다고 표현했지만, 오히려 신랑은 그런 내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듯 되려 삐졌다.
생각을 해보자.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가 아니다.
그냥, 자신만의 기준에서 생각을 하게 되니 계속 이런 사소한 싸움 아닌 싸움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나 먼저 굳이 하지도 않아도 되는 말을 했다. "삼각김밥 먹고 싶었는데"라는 그 한마디.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지만, 남편에게는 노력을 폄하하는 불평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남편도 "제대로 안 알려줬네"라는 말을 던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 둘 다 자신이 한 말은 '별 뜻 없는 말'이었고, 상대방이 한 말은 '공격'으로 느꼈다는 거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었다.
나는 장난이었다고 생각했고, 남편은 사실 지적이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그냥 한 말이었다고 생각했고, 나는 비난으로 받아들였다. 각자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정당화하는 서사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깨달은 게 있다. 결혼 생활에서 '누가 맞냐'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 중요한 건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느냐였다.
내가 장난으로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면,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말도 나한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이해해달라고 하면서, 상대방의 예민함은 트집으로 치부해선 안 되는 거다.
남편과 나는 결국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에게 '너는 이랬잖아'라고 따지기 전에, '나도 그랬구나'를 먼저 인정하기로 했다.
"나도 네 기분 상하게 하는 말 했어. 미안해."
"나도 그랬어. 앞으론 조심할게."
간단한 말이지만,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먼저 굽히는 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재판이 아니다. 승패를 가리는 게임도 아니다.
내로남불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한테는 관대하고 남한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버리는 것.
내가 실수했을 때 바라는 그 따뜻한 이해를,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주는 것.
그게 바로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 필요한 '공정한 기준'이 아닐까.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가 쌓이고 쌓여서 관계를 만든다. 그 기준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다면, 결국 둘 다 지치고 만다.
오늘도 나는 배운다. 상대방에게 요구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을.
"나는 그 기준을 지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