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아."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다들 그러지 않나요? 그런데 막상 이 말을 곱씹어보면 애매합니다. 정확히 무엇이 맞지 않는 걸까요? 회사 분위기? 업무 내용? 아니면 내 능력이나 성격?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 먼저 이 '맞지 않음'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면 다음 직장에서도 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회사 자체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의사소통 구조. 이런 것들이 나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하죠.
또, 수직적 문화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상명하복이 당연시되고, 자기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 이런 곳에서는 아무리 업무가 좋아도 숨 쉬기가 힘듭니다. 이건 저 역시도 사회초년생 때 견지디 못했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마음가짐과 머리로 다시 돌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여우처럼(?) 잘 해낼 수 있는데 말이죠. 그때는 그게 어렵고 어쩌면 당연히 드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확한 지시 없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야근이 당연시되는 문화, 회식이 잦은 문화, 경쟁이 치열한 문화, 지나치게 느슨한 문화. 조직문화는 명확한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다만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만 있을 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업무 자체보다 '일하는 방식'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이건 조직문화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면접 때 들었던 업무와 실제 하는 일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또, 채용공고에 나왔던 업무와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획을 하고 싶었는데 단순 행정 업무만 하거나, 창의적인 일을 기대했는데 반복적인 루틴만 있거나 말이죠.
더 큰 문제는 업무 자체가 재미없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만 하나도 재미가 없고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에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 이 일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생각이 너무 자주 들 경우 등등
어떤 사람은 숫자와 데이터를 다루는 게 지겹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상대하는 게 소모적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정해진 틀 안에서 일하는 게 답답하고, 어떤 사람은 매번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게 불안기도 하죠.
직무 미스매치는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나만 그렇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업무는 다르고, 내가 상상했던 일과 현실도 다릅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이 일을 잘못 선택한 건가' 하는 자책이 따라오니까요. 단순히 '나랑 안 맞아!'라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이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직장 생활의 많은 스트레스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사람입니다. 상사, 동료, 후배. 이들과의 관계가 편한지 불편한지에 따라 회사 생활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상사와 맞지 않는 경우가 가장 힘들고 이 경우 퇴사를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거나, 소통 방식이 안 맞거나,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매일 보고해야 하는 사람이 불편하면 출근 자체가 고역입니다.
물론, 동료들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팀워크가 중요한 일인데 동료들과 협업이 안 되거나, 경쟁이 과도해서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라면 일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인관계 문제는 지금 이 직장에서 피한다고 해도 다음 직장에 가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다 잘 맞을 순 없으니까요.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기대는 나를 갉아먹는 안 좋은 것'이라는 제 글을 읽어보면 조금 도움이 되실 수도 있으니 한번 시간이 난다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불편한 사람이 있다'가 아니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가'를 구분해서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인격 모독, 심각한 갈등. 이런 수준이라면 물론 떠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가장 인정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혹시 내가 일을 못하는 건 아닐까, 내가 적응을 못하는 건 아닐까,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일부는 맞을 수 있습니다. 신입이니까 서투른 것은 당연하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퇴사를 고민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툴다고, 실수한다고, 아직 부족하다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성장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진짜 문제는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을 때', '이 일 자체가 내 적성과 완전히 맞지 않을 때', '나의 가치관과 충돌할 때'입니다. 그럴 때는 내가 문제라기보다, 나와 이 일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히 '내가 문제인가 봐.. 도움 되지 않는 나는 떠나는 게 맞겠어'라는 어설픈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하나가 아닙니다. 조직문화도 불편하고, 업무도 재미없고, 사람도 안 맞고. 모든 게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지, 무엇은 참을 만한 수준인지, 무엇은 개선 가능한지. 그래야 진짜 문제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업무는 괜찮은데 조직문화만 문제라면, 같은 직무로 다른 회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좋은데 직무가 안 맞다면, 사내에서 직무 전환을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문제라면, 그건 정말 떠나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일부만 문제라면, 좀 더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들 중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분해서 문제를 찾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맞지 않아"라는 막연한 감정을 "수직적 조직문화가 나와 맞지 않아", "반복적인 업무가 지겹다", "상사와의 관계가 힘들다"처럼 구체화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냥 힘들어, 지겨워, 안 맞아 라는 반복적인 생각으로만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변화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문제를 구체화해봐야 합니다.
문제가 명확해지면 해결책도 명확해집니다. 그래야 다음 선택을 할 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힘듦이 단순한 스트레스인지, 아니면 번아웃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힘듦'이라도 그 성질이 다르면 대처 방법도 달라지니까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세요. 회피하지 말고, 자책하지도 말고, 그냥 관찰하세요.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