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힘든 걸까, 번아웃일까

그냥 회사가 가기 싫은 걸까

by 제이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울 때가 있죠.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피곤하고, 샤워하고 옷 입는 것조차 힘듭니다.

'지옥철을 뚫고 또 어떻게 출근하지.. 으.. 싫다'

출근길에는 막히는 차들 사이에서 괜스레 짜증만 나고, 지하철을 타면 꽉꽉 막힌 사람들 틈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또 사무실 문을 열 때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긴 합니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이 돼서 동료들과 웃고 떠들고 하다 보면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로와 번아웃의 차이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것과 번아웃 상태라는 것은 다릅니다. 피로는 쉬면 회복되지만, 번아웃은 쉬어도 회복되지 않거든요.

평범한 피로는 이렇습니다. 바쁜 한 주를 보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칩니다. 하지만 주말에 푹 쉬고 나면 다시 출근할 에너지가 생깁니다. 월요일 아침이 상쾌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견딜 만합니다. 이게 그냥 누적된 피로라 할 수 있죠.

그런데, 번아웃은 다릅니다. 주말 이틀을 꼬박 누워 있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휴가를 다녀와도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미 다시 지쳐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 길어져도 회복되는 느낌이 없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감정의 소진입니다. 처음에는 일이 힘들어서 짜증이 났다면, 이제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습니다. 화도 나지 않고, 기대도 없고, 그냥 무감각합니다. 월요일도 금요일도 똑같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정말 피로한 건지, 번아웃은 아닌 건지 체크해 볼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번아웃의 신호들

번아웃에는 몇 가지 특징적인 신호가 있습니다.


1. 신체적 신호
만성적인 피로감,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이런 증상들이 몇 주, 몇 달 계속됩니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 몸은 계속 아픕니다. 주말에도 피곤해서 하루 종일 누워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 정서적 신호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사소한 일에 과도하게 예민해집니다. 아니면 반대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좋았던 일들이 이제는 재미없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3. 인지적 신호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간단한 업무도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고, 실수가 잦아집니다. 기억력도 나빠져서 방금 들은 말도 잊어버립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4. 태도의 변화
일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가 생깁니다. "이거 해봤자 뭐 달라지겠어", "다 무슨 소용이야". 동료들에게도 무관심해지고, 팀 활동에도 소극적이 됩니다. 출근은 하지만 최소한의 일만 하고 버팁니다.


1년 차에게 오는 번아웃

"아직 1년밖에 안 됐는데 번아웃이 올 수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그런데 드물긴 하지만, 가능해요. 오히려 더 그렇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신입 사원은 모든 게 처음입니다. 업무도, 조직 생활도, 직장 문화도. 에너지 소모가 엄청납니다. 거기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인정받고 싶은 욕구까지 더해집니다.

주변에서는 "1년 차면 원래 그래", "적응 기간이야"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참게 됩니다. 내 한계를 무시하고,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버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있거나, 타인의 기대에 민감하거나,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자기 한계를 넘어서까지 일을 떠안고, 쉬어야 할 때도 쉬지 못합니다.


내가 번아웃인지, 단순 피로의 누적인 건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버티는 것이 상책은 아니라는 겁니다.


나는 지금 어느 단계일까

스스로 점검해봐야 합니다.

주말에 쉬면 다시 출근할 힘이 생기는지?

일 외의 시간에는 괜찮은지?

좋아하던 일들이 여전히 즐거운지?

잠을 잘 자고 있는지?

식욕은 정상인지?

집중력이 예전과 비슷한지?


대부분 "아니요"라면, 여러분은 번아웃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피로의 누적을 풀 방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꾸만 현실을 회피하고 단순 싫다고만 외치기엔 해결 방법이 아니니까요.


버티는 것이 때로는 용감한 게 아닐 수도

"조금만 더 버텨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잠깐 멈춰 서세요.

버티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쉬는 것이, 떠나는 것이 더 용감한 선택입니다.

여러분의 건강이 회사보다 중요합니다. 커리어가 소중하지만, 당신 자신은 그보다 더 소중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실제로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 바로 '이력서'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1년 차 퇴사가 정말 치명적 일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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