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지 마. 넌 그냥 자만했던 거야.
20대 때는 누가 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보면 괜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내 외모에 대해 크게 자신감도 넘쳤던 시절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나가서 눈이 마주치면 나한테 관심이 있어 쳐다보는 거라 생각했다.
그 당당함이 사람과의 관계를 할 때에도 도움이 되면 좋았으련만.
이런 생각은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들긴 했다. 무슨 자신감...
아무튼 누가 날 쳐다보거나, 말을 걸면 관심이 있어서라고 생각했고 혼자 내심 기대를 했다.
내가 이런 상황일 때 날 도와주겠지, 그 사람도 날 신경 쓰겠지. 이런 생각들은 실제로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을 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준다.
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나랑 눈을 마주친 것이고, 필요하니 말을 건 것뿐이다.
그때는 그냥 너무 자만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이 있을 거라 착각했다. 그러나, 그건 분명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었다.
그 생각 깊숙이 있는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믿음을 꺼내 진짜 자신감으로 만들면 좋았을 날들이 이제는 점차 없어진 것이 안타깝다. 자만을 버리면서 자신감까지 함께 버리고 있는 건 아닐지.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세상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이 항상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그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관심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거다.
요즘 나는 20대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던 그 사람을 말이다.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그 밑바닥의 믿음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먼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나를 그렇게 볼 이유가 없다.
세상의 모든 남자가 날 좋아한다? 착각이다.
하지만 그 착각 속에 숨어 있던 자신감만은 진짜였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내가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안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고 해서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동시에 이것도 안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까 착각하지 말자.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감은 가지자.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믿음만큼은 착각이 아니니까.
20대의 나에게 부족했던 건 근거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30대의 나에게 부족한 건 용기다. 그 시절의 당당함을 조금만, 딱 조금만 다시 가져와야겠다. 이번에는 착각이 아니라, 진짜 자신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