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산만한 아이

by 제이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은숙이는 부모의 기대가 컸다.

첫째가 아들이길 바랐지만, 딸이었던 은숙이에게 부모님은 냉정하면서도 차가웠다.

요즘같이 딸바보의 부모님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숙이는 늘 밝았다. 밝은 걸 넘어서 늘 활발했다.


그래도 첫째인 덕분에 그 시대에 어려서부터 튼튼 영어를 하며 영어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주셨고, 피아노, 미술, 웅변학원, 에어로빅, 한자 등 남들 다 하는 학원과 학습지는 모두 했었다. 그러나, 어느 하날 잘하거나 흥미를 크게 느끼는 것은 없었다. 구몬, 빨간펜도 했지만, 공부에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우리 집에선 장녀였지만, 친척들 중에서는 양쪽 모두 둘째였던 은숙이는 늘 친척 언니의 비교 대상이 되었다. 특히, 잘 나가던 친척언니는 그 좋은 강남에, 그것도 압구정동에 사는 언니였고 공부도 꽤 잘했던 모양이다. 그에 반해 은숙이는 공부에는 영 두곽을 나타내지 못해 친척들만 모이면 어깨가 한없이 축 늘어져있었다. 그런데 은숙이의 부모님도 그렇다고 은숙이를 꽤 두둔하거나, 다독여주는 건 없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친척 어른들은 은숙이와 언니가 모여있는 한 공간에서 언니에게 칭찬을 아낌없이 해대곤 했다.

"어쩜 그렇게 공부를 잘하니"

"우리 아이 공부도 좀 봐주렴"


늘 위축되어 가는 와중에도 은숙이는 그래도 밝았다. 그런데 한편에는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을까.

학창 시절 여러 지원을 받았으나,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었던 은숙이는 자신이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남에게 '자랑'이 되고 싶었던 부모님에게 은숙이는 마냥 자랑의 대상이 되진 못했다.

은숙이의 부모님 모임이 있을 때면 늘 같이 따라가던 은숙이는 청소년기가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알 수 없는 쑥스러움이 생겨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부끄러워했다. 부모님은 은숙이의 그런 모습을 보곤 "우리 애가 좀 산만해요~"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 말을 자주 듣던 은숙이는 스스로가 정말 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알 수 없는 자신감 하락이 챙겨 스스로를 싫어하고, 원망하고, 심하게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은숙이의 반항이 그때부터 생긴 것일까.

알 수 없는 은숙이의 반항이 시작되어 버렸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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