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봄은 노란색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바람이 옷 사이로 살랑살랑 스며드는 어느 봄날, 사회 초년생인 나는 회사에
출근해 있었다.
푸근해 보이는 아줌마가 사무실 책상에 있는 화병에 노란 프리지어 꽃을 꽂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꽃을
갈아주는 보험 아줌마다. 화병 너머에는 우리 사장님이 있다. 거래처와 통화를 하면서 소리를 친다. 부장이
놀란 표정으로 사장을 쳐다본다. 나와 함께 경리 업무를 보고 있는 남자 직원은 겁에 질린 표정이다.
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남자 직원 두 명중 한 명이 “아이고, 우리 사장님 또 저러시네”라고 나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공장에는 많은 직원들이 새까만 타이어를 굴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거래처와 통화를 마친 사장이 오늘도 역시 내 옆에 있는 남자 직원에게 다가오더니 통화할 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치면서, 서류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발로 ‘쾅쾅’ 찬다. 그 책상이 부서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남자 직원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겁에 질려 고스란히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사장이 무섭기도 하고, 남자 직원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프리지어 꽃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오늘도 역시 사장의 큰 소리에 놀란 나는 프리자아 꽃을 바라본다. 그때 프리지어 꽃은 나에게 “너 처음 겪는 일이라 무서운가 보구나!! 내가 위로해 줄게”라고 말을 거는 듯하다. 나는 그에 화답하듯 ‘노란 프리지어 꽃’을 바라보며, “고마워 프리지어야, 너는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구나! 앞으로도 사무실 전체를 밝혀주렴”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때 그 프리지어 꽃을 잊지 못한다.
프리지어의 꽃말은 천진난만, 자기 자랑, 당신의 앞날이다. 우리나라 고온기인 여름 재배는 어렵고 가을에 정식한 구근은 온난화 지방에서는 생육이 계속하여 곧 꽃눈 분화하고 봄에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개화한다.
순수한 아이를 상징하는 천진난만함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기 자랑으로 미래의 희망을 담아 당신의 앞날에 소망을 듬뿍 주고 싶은 꽃말이 더욱더 아름답게 보인다.
지금도 변함없이 봄이 되면 프리지어를 생활 속에 가까이 두고 추억하며, 한 해의 시작이라는 기대감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