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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Jan 29. 2023

나의 꿈

 


 초등학교 다니던 어느 날 하얀 종이에 검게 물들여진 글씨를 보고 내 가슴이 뛰었다. 곱게 써 내려간 액자 속에 붓글씨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언젠가는 꼭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의 고향은 서울 변두리의 작은 마을이다. 평온한 시골 동네라 학원이 없었다. 그렇게 꿈을 묻어둔 채 지내다 결혼 후에 드디어 서예학원에 등록해 하루 종일 붓글씨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세종문화회관 강당에서 직접 쓰는 휘호대회와 서예협회에 제출해서 상장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해를 붓글씨에 빠져 살다가 서예학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통신대와 병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부로써 살림을 하며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몸이 약해서 결국은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도 힘들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뀔 때 젊은 나이임에도 뛸 수 없을 정도였다.

정말 나로서는 심각하지만 몸 상태를 알아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외관상으로 상처가 있거나 골절이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식구들은 내 몸이 어느 정도 아픈지도 가늠할 수가 없었고, 나 혼자만 느낄 수 있는 통증이다. 건강을 먼저 생각해서 내려놓아야 했는데 그때는 몰랐다.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의 성격은 시작을 했으니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용납이 안 되고 결국엔 끝까지 하다가 통신대 졸업은 했지만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신세가 되었다.


 얼마 후 몸 상태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많이 호전이 되어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것은 사람들을 만나는 영업 일이었다. 그러나 한번 잃은 건강은 온전하지가 않았고 조금만 무리를 하면 힘이 들어 걸어 다니는 것도 무리였다. 남들하고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세우고 천천히 하는 게 답이었다. 그래도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그만 나의 몸은 원점으로 가버렸고 다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몸이 조금 회복되자 건강과 관련된 틀어진 체형을 교정해 주는 바디슈트를 직접 체험해보게 하는 일에 눈을 돌렸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을 하니 고객들과 진솔함이 통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날도 2층에 있는 피부샆으로 올라갔다. 원장은 따뜻한 커피를 주면서 처음 만났음에도 우리는 한참을 이야기를 하면서 친하게 되었다. 그때 원장은 심리상담사 공부를 하고 있었고 나도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왜 행복하지 않은지 내면의 불안함과 짜증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었는데 심리공부를 하면서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행복감과 자유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심리 상담사의 꿈을 안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싶었고 미래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상담사로서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린 시절 꿈꾸었던 서예학원 원장도 이루지 못한 몸의 한계가 그렇듯이 또 발목을 잡는다. 무슨 일이든지 한번 빠지면 열심을 다하는 열정은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마음뿐 약해진 몸은 바쳐주질 못하니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아들의 질문은 내 생각을 깨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답을 찾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글을 통해 표현해 보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다.  

 ‘붓글씨를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 듯 글을 쓰는 일과 일맥상통 하네’라고 아들은 말했다.

그래서 나의 내면의 소리를 알게 되어 지금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아들 고마워!’

 평범한 글이 싸여 한 권의 책이 되고 위로와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난 소명이 있고,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음을 믿으며 도전에 나섰다.

 기억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지금 나의 아름다운 일상과 떠오르는 생각을 쓰기로 했다.

매일 조금씩 일상을 쓰다 보면 시간이 흐른 뒤 내가 그 순간을 무엇으로 채웠는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매일 한 줄이라도 꾸준히 써 내려간다면 그런 사람이 진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며 나의 향기를 남기고 싶고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발자취를 다시 뒤돌아보며 작업하는 중이다.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들, 저편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내가 쓴 글 하나가 단 한 사람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부터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칠십이 된 작가의 모습을 그리며 현재의 육십 인생의 하루하루를 글로 그림을 그리는 날들로 채워가길 다짐한다. 올 해도 한 편의 글을 차곡차곡 모아 여러 편의 글이 되니 어느 해보다 뿌듯했다. 앞으로도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글을 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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