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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Jan 30. 2023

소원이 이루어졌네

    

"축하합니다. 아들입니다."      

 

 남편은 출근하고 혼자 있는데 양수가 터졌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겁이 덜컥 나서 친정엄마, 언니한테 전화를 하고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분만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산모가 많이 고통스러웠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분만실에서 대기실까지 들리는 소리는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나는 시끄러운 속에서도 혼자 조용히 기도를 했다.

 드디어 분만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동안 출산 호흡법에 대한 책을 본 게 큰 도움이 되었고 서른이 넘어 노산이지만 한 시간 반 만에 아기를 순산했다.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인지 확인한다. 분만실 앞의 전광판엔 축하 메시지로 아들의 소식을 알린다.  

 결혼을 하면 누구나 임신을 하고 아기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난임 기간이 많이 길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부터 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주변에서 임신 소식이라도 들리면 나도 모르게 부러워서 견딜 수 없었고 해결할 방법은 알 길이 없고 답답하기만 했다. 친정엄마는 우리 부부에게 몸에 좋다는 많은 약들을 해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봐도 안 되는가 보다.

 온전히 내 마음은 아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생각을 돌려보려고 서예학원에 등록하여 붓글씨에 전념하기로 했다.

 나의 마음 그릇에 이것저것 담겨있으면 새것을 담을 수 없고 깨끗이 비어 있을 때, 좋은 것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며,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를, 준비된 그릇에 채울 수 있다는 것임을 알았다. 결혼 후 5년이 지나도 아이 소식이 없지만 선몽을 꾼 후로는 마음도 편안해졌다.

 어느 날 영화 장면과 같은 선명한 꿈을 꾸며, 언젠가는 내게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꿈속에 어떤 천사 같은 분이 나를 등에 업고 맑고 얕은 물가에 내려놓는데, 살아있는 조개가 바글바글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에 조개가 있네.’ 하며 주우려고 하자 그분이 저기 가면 더 좋은 게 있으니 조개는 다음에 주우라고 했다. 나를 다시 업고 깊은 물길을 지나 얕은 물가에 이르더니 곧은 땅으로 올라왔다. 그곳엔 칡넝쿨처럼 무성한 잎들이 풍성하게 달려 있었고, 호박처럼 큰 열매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나는 열매들을 보는 순간 ‘내 것이 준비되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첫 번째 열매를 얼른 따서 품에 안았다. 그동안은 열매들을 바라만 보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내 손으로 열매를 땄으니 태몽꿈이 분명함을 직감했다. 그 열매를 안고 집으로 가는데 내 앞에 시꺼먼 것들이 나타나 빼앗으려고 난리가 났다. 그 귀중한 열매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울 때, 내 옆에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 열매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며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근심 걱정은 사라졌다.         

 그럴 즈음에 몸의 변화가 생겨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임신입니다”라는 말은 마치 꿈만 같았다. 진료실을 나와 복도에 앉아 있는 엄마를 보자 그 때야 실감이 났다. 엄마를 끌어안고 임신이라고 하며 한참을 울고 있는데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5년 만에 기다리던 임신 사실을 알리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우리 부부는 인간의 한계점에 부딪히자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대에 빗나가고 말았고, 그 한계를 넘어서 내 마음 깊은 곳에 내가 의지하는 하나님께 소원을 빌기로 했다.  

 꿈속의 두 가지 열매는 두 자녀라는 뜻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2년 뒤 두 번째 사랑스러운 공주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생기는 데까지 낳아 보세요!!”라는 지인의 말에 한바탕 기분 좋게 웃은 적이 있다.

나에겐 자상한 아들과 언제나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친구 같은 딸이 있어 한없이 행복하다.

 막연한 기다림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지만, 기도해서 얻은 확신은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몽을 통해 약속을 믿었기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때가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그 당시엔 캄캄한 터널을 가는 기분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노력해야 할 몫은 바로 나 자신뿐이다. 나만의 밝은 빛을 찾아서 그때를 기다리며 나서야 한다.

 인간의 노력은 한계가 있기에 신의 영역인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마음의 소원-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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