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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Jan 31. 2023

 가족 나들이


  남편은 맛집을 잘 안다. 일주일 전 김포에 있는 박촌 순댓국에 이어 오늘은 신촌에 있는 유명한 '연남서갈비' 향했다. ‘연남서갈비는 서서 먹는 원조 소갈빗 집이다. 아쉽게도 몸이 안 좋아서 딸은 불참했다.

 우리는 갈빗집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렀다. 아들과 나는  햇반 3개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갈빗집으로 갔다. 왜냐하면 이 고깃집은 김치와 밥은 준비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먼저 고깃집으로 갔다.     

 식당 안은 뽀얀 연기로 가득 차있고 숯불향을 머금은 고기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한다. 저쪽 구석진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남편이 보였다. 불판 옆에는 풋고추가 담긴 그릇과 이 식당의 특별 양념장이 놓여 있다. 나는 집에서 준비해 간 김치를 꺼냈다. 불판 위에는 양념이 잘 된 선홍색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은 고기를 내 앞에 한 점, 아들 앞에 한 점, 나눠주는 남편의 모습이 더없이 다정하다.

 고기를 입에 넣는 순간 달달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은 정말 일품이고 너무 맛있어서 먹고 또 먹었다.

 맛있게 먹던 중 고기의 탄 부분을 발견했다. 고기의 탄 부위를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말이 생각나 떼어내려다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이코 아까워라!!’ 얼른 주워 씻어서 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도 나의 눈은 자꾸 떨어진 고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불판 위에도 맛있는 고기가 잔뜩 있는데 내 발밑의 고기가 계속 신경이 쓰인다. 땅바닥에 있는 고기를 바라보는 내가 신경 쓰였는지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던 남편이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그 고기 엄마 안 보이게 발로 밀어 놔라!”

 아들이 발로 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쭉 밀어 휴지에 싸서 버렸다. 그 고기가 내 눈앞에서 없어지자 신경 쓰였던 생각도 사라졌다.

 잠시 내가 왜 그랬는지 속으로 웃었다. 식당 안은 많은 사람들이 서서 고기를 구워 먹느라 바쁘다. 고기를 굽는 광경을 보며  캠핑 온 거 같다고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남편은 우리를 먹이느라  즐거운 표정으로 고기를 굽기에 바쁘다. 남편도 고기를 구우면서 간간히 입속으로 넣는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연탄불에서 굽는 고기는 타도 맛이 있다. 탄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 만큼은 잊고 싶다.

고기를 다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연탄 광에 연탄이 쌓여있다. 어린 시절 연탄을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온돌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고마운 추억의 연탄이다. 엄마가 외출을 하시면서 연탄을 갈아주던 생각이 난다.      

 밖에는 자리가 없어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도 조금만 늦게 왔어도 저 사람들처럼 줄을 섰겠지?‘ 하는 마음에 더없이 만족감이 든다.

 

 배부르게 소갈비를 먹고 우리는 고깃 집에서 나와서 홍대 거리를 걷기로 했다. 공원을 지나 동네 간판을 보며 천천히 걸었다. 옛날 집을 개조한 특이한 카페가 보이니 내심 나도 이런 곳에 내 건물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걷다 보니 드디어 홍대 정문이 보이는데 공사를 하고 있었다. 홍대는 남편의 추억의 거리, 그 옛날 홍대생이었다.  ‘여기가 철길이었는데 ~~~  몇 년 만에 와본 건지. 활기찬 젊은이들의 거리로 변해있다.’  한다.

옷가게, 액세서리가게, 음식점, 모자 파는 집을 지나가다  나도 젊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가게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써보았다.

마음에 드는 베이지색 모자로 결정했다. 남편이 계산해 주었다. 모자를 사서 쓰고 활기차게 걷다 보니 큰길이 보이고 홍대 전철역이 보였다.

 아들은 외출을 하는 날이면 꼭 서점에 가는 좋은 습관이 있다. 홍대입구역 전철역 앞에 있는 서점에 들어갔다나는 요즈음 작가가 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책을 둘러보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책 제목만 읽었는데도 희망적 느낌이 오고 관심이 갔다. 아들은 오늘도 책 한 권을 샀다. 다른 집 자식들은 나이가 들면 각자 시간을 보낸다는데 황금 같은 주말에 가족데이트와 함께 서점도 들르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가족 나들이 할 때마다 서점은 코스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딸이 참석을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을 약속했다. 영등포구청역에 있는 "아귀찜" 먹으러  가자.

 우리 식구가 맛집 탐방 가족이 되었네.

오랜만에 식구끼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행복이란 이러한 소소한 것에서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들을  어릴 때 데리고 다녔다면 이제 장성한 아들의 보호를 받고 다니는 기분이다. 말로만 들었던 젊은이들의 데이트장소를 함께 걷고 있자니 공연히 마음이 즐겁다.

 ‘함께라서 즐겁고 기쁘다’라는 표현은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듯이 자주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서로 웃고 담소를 나누는 가족 데이트를 보내며 또 다른 추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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