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조기를 장만해서 신이 나 있는데 이 대목에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많은 가전제품 중에 관심사인 건조기라니 요즘 주부들 간에 화제 인 듯싶다.
살다 보면 가전제품을 장만할 때가 온다. 그럴 때면 우리 집도 신경전이 시작된다. 말로 하지는 않지만 남편의 속을 읽을 수 있다.
'돈을 아껴야지. 그거 왜 사려고 해!'
나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필요한 물건은 사야 한다는 판단이 되면 행동으로 옮긴다. 그렇게 되기까지 내 안에서도 신경전이 필요하다. 결국은 결제는 남편의 몫인데 어차피 살 거 기분 좋게 ‘그래 사줄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인 남편은 돈 벌기 힘드니 아껴야 한다고 하면서 못 사게 하겠지만 우리 주부들은 조금이나마 편리하게 생활하고 싶어 한다.
1년 전 이사를 했는데 건조기는 꼭 사고 싶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둘 공간이 없어 그냥 살기로 했다.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는 게 집안일이다. 그중에서도 빨래는 왜 그리 많은지. 금방 빨아 널었는데 빨래바구니가 가득 채워져 있다. 네 식구가 벗어놓은 빨랫감, 베란다는 길고 쓸모 있고 좋다. 그런데 빨래 통을 가지고 세탁기로 가는 통로는 좁아 건조대를 지나가기엔 몸을 쪼그리고 가야만 한다. 그나마 내가 몸이 날씬하니 지나가기가 수월하지 뚱보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 부부는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냥 참고 사는 것에 습관이 되어 있다.
불편하면 개선을 하며 살 생각을 해야 발전이 있다고 한 아들의 말이 생각이 난다. 생각해 보니 신혼 때도 임시로 산 기억이 많다. 지금 당장 선반을 만들어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보기 좋을 텐데 다음에 더 큰집으로 가면 하지 ‘다음에‘라는 내 마음에는 '그건 내 할 일이 아니야 남자가 해줘야지‘ 하는 내면에 있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품고 말하기를 어려워한 부분들이 많아 그냥 지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즘 주변의 아줌마들이 이구동성으로 건조기에 대해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 더욱 사고 싶어 진다.
자리를 마련해 놓기 위해 베란다의 물건을 정리하고 인터넷 검색하고 사이즈를 재서 건조기 놓을 자리를 마련했다. 남편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있었지만 드디어 건조기를 들여놨다. 딸의 도움이 일조를 했다.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건조기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는 물론 버튼만 누르는 세탁기가 있었지만 세탁기도 반자동, 수동을 사용해서 반은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건조대가 없어진 베란다는 뻥 뚫려 넓어지고 내 마음까지 시원하다. 빨래를 너는 과정을 생략하고 건조기에서 옷들을 꺼낼 때 온기가 남아 따스함과 보송보송한 옷의 촉감은 나를 춤추게 한다.
“나는 외친다! 너무 좋다!” 건조기를 한 번 돌릴 때마다 먼지 필터에 먼지양이 가득 쌓여 있어 한 번 더 놀란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건조기의 존재가 더 소중함을 느낀다. 잘 마를까? 눅눅할까? 이젠 걱정은 끝이다.
타월의 촉감도 보들보들 폭신하니 호텔에서 사용했던 그 느낌이다.
요즘은 스마트시대,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은 더욱 편리하고 생활이 윤택해지고 있다. 요즘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Smart)란 단어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똑똑한, 영리한 뜻을 가진 스마트가 가전이나 전자제품에 결합되면 ‘스스로 똑똑해진다’라는 뜻을 갖게 된다. 과거에는 기능만 가졌던 전자제품들이 4차 산업시대인 요즘은 기계가 똑똑해졌다.
기계가 대신해 주는 일들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들고 직업도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도 있다. 창의적인 일, 사회적인 일, 감성적인 일은 소통과 관련된 일이므로 AI가 다 할 수는 없다. 기계에 밀려 대신 맡길 수 있어 집안일의 일손을 덜어주니 주부들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