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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Feb 02. 2023

13일간의 극한 알바

 친구가 단기 알바(선거 운동)를 같이 하자고 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친구와 함께라면 도전해 보고 싶었다.  2년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운동으로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5월 19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지하철역 출구로 갔다. 출퇴근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향해 구청장후보 이름을 외치며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새벽부터 움직이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몸놀림은 불평 없이 움직이고 적응해 갔다. 오래 서있는 건 온몸이 내려앉는 것 같고 다리와 몸을 지탱하는 게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딘가 열심히 출근하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친구와 하루의 반을 함께 할 수 있어 몸은 힘이 들었지만 즐거웠다. 

친구는 긍정에너지가 많아 옆에 있기만 해도 즐겁다.

 육체적인 노동은 몸은 힘들지만. 나의 두뇌에게는 휴가를 준 느낌이라 할까?.

 내 몸은 자동으로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고, 나의 머리는 선택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을 필요도 없었다. 

하루 13시간을 나의 체력이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지하철역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서있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하루 4시간 정도 걸어 다니며 홍보하는 일은 잠시 앉을 수 있으니 할만했다. 

 딸이 퇴근 후 내가 일하는 지하철역으로 와서 응원의 말과 함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딸과 함께라서 가벼웠다. 평상시 운동을 즐기는 편이라 몸에 적응이 된 나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어떤 아주머니는 골반 근육이 파열되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적응해 가는 우리는 서로 대단하다고 서로를 응원해 주었다. 그런데 사전 투표 날 나 혼자만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가보니 의자가 있어 잠시 앉을 수 있는 장소로 괜찮았다.

 3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친구를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으면 항상 밝은 에너지를 주어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고마운 친구, 나는 그 친구가 잘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항상 응원한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인상에 남는 몇 사람이 있다. 

 교회 앞에 서 있는데 안내를 하시는 장로님이 음료를 사다 주신다. 정감이 담긴 음료는 갈증을 해소해 주는 귀한 음료였다. 나도 대접하는 손길, 도움의 손길이 되자고 다짐했다. 어느 팀은 상대가 마음이 안 맞는다고 두 사람이 따로 다니는 팀도 생겼다.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고씨 아주머니가 혼자 서 있었다.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왜 혼자인가요” 

“내 짝꿍하고 맘에 맞지 않아 따로 다니기로 했어!!” 하며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결정이 맞는다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음이 안 맞을게 뭐가 있지! 우리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 도와주고 즐겁게 다녔다. 아주머니가 눈에 안 보이니 궁금해졌다. 다른 동으로 파견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사단이 또 나고야 말았다고 한다. 옮겨간 조에서 참다 참다 단톡방에 올리고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사람이 그만둔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그 아주머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고생한다고 친구 집으로 와서 볶음밥, 탕수육을 사주는 친구도 있었고, 구암공원을 돌고 쉬는 시간에 시원한 음료를 사주는 고마운 분도 있어 감사를 전하고 싶다.      

 몸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주리를 틀면서도 적응해가고 있는 내 몸이 기특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에 놀란다. 목이 아프고 다리도 발바닥도 붓고 온몸이 아프다. 몸에 충분한 휴식을 주면 회복이 되어 다시 움직일 수 있으리라.

 아침에는 남편이, 점심은 친구가 챙겨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온 식구가 응원해 주고 힘을 주어 13일간의 극한 알바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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