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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Feb 11. 2023

행복해 보여요

 햇살이 따스한 토요일 아침, 딸은 약속이 있어 우리 세 식구만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하러 갔다.

우리 부모님은 온화하신 분이었다. 7남매를 키우고 출가시키느라 고생 많이 하셨지만 두 분이 물려주신 유산은 금보다 귀한 믿음이다.

성묘를 마치고 장구경에 나섰다. 마침 오늘이 김포 장날이다. 김포에서 맛집인 박촌순댓국에서 우리 세 식구는 순댓국을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옛날 생각이 난다며 떡볶이 사줄까? 저거 사줄까? 이거 사줄까? 하며 추억에 잠겨 좋아하는 모습이 아이 같다. 줄 서서 사 먹는 것도 재미라며 남편은 붕어빵을 사 왔다.

붕어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부러운 듯 쳐다본다.

붕어빵 어디서 파나요?

잠시 후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앞에 지나가다 서서

"정말 행복해 보여요!" 하며 활짝 웃으니 우리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붕어빵 같이 드세요?" 했더니 아니라고 하며 아주머니는 놀라  뛰어간다.

그때 재치 만점인 우리 남편이

"가다가 로또 사서 2등 당첨되세요". 하니

아주머니도 재치 있게 " 어머! 내가 그걸 바라고 있는데" 하며 손뼉을 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래서 우린 또 한 번 웃었다.

시골 장날의 풍경을 돌아보고 있는데 닭장 속의 닭들이 빨간색 벼슬을 자랑하듯 '꼬끼오' 하며 소리친다.

시골의 닭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 이색적이고 새롭다. 나의 어린 시절 닭장 속에 닭들에게 모이를 주던 생각이 났다.

 개구리는 식용인지 애완동물처럼 키우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색을 띠고 업어져 있는 모습들이 인상에 남는다.

동네 시장보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괜히 기분이 좋은 건 무엇 때문일까? 사람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어서일까? 가족과 함께 해서일까? 아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시골풍경이 연상돼서 일까?  아무튼 웃음이 절로 나오고 신이 난다. 아들도 이런 시골 풍경에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동생도 같이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는지 아들이 동생한테 카톡을 보낸다. 담에 같이 오자고 ~~

행복이란 이렇게 소소한 일에서 찾을 수 있구나!! 다음 주에 또 다른 곳에 가기로 약속해 본다.

나는 장날이란 말은 들었지만 처음 경험한 한 날이었다.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백화점 쇼핑을 하며 청바지도 사고 책도 샀다.

산소에 갈 때에는 부모님 생각에 보고 싶고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행복해 보여요' 미소 짓는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잊게 해 준  인상 깊은 날이다.

앞으로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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