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 집에서 멀지 않은 풍무동에 있는 장릉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쾌적한 공기, 나무들도 쭉쭉 뻗은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 몇 백 년이 지난 나무들이 관리가 잘되어 있어 더욱 상쾌함과 깔끔한 느낌을 준다. 붉게 물든 단풍 옷을 입고 우리를 맞아주니 환호성이 절로 난다. 우리는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자연에 흠뻑 빠져 들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바라본다.
저수지 끝에 흰 두루미 한 마리가 보인다. 그런데 꼼짝도 안 하고 어딘가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 왜 혼자 일까? 짝은 어디 갔을까? 많은 생각에 잠긴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분다. 그 광경은 우리에게 낙엽 눈을 뿌려주며 좋은 추억을 담아가라는 듯하다. 바람을 타고 풀냄새의 싱그러움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왕릉이기에 주변 나무 산림들이 원시림에 가깝고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기에 그럴 것이란 추측도 해본다. 길을 걷다 보니 떨어진낙엽잎으로 카펫을 깔아놓은 듯 우리는 그 위를 걸으며 바스락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걷다 보니시골에서 본 듯한 마당 넓은 집 한 채가 보여 들어갔다. 여러 개의 방들이 디귿자 형태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돌방을 데우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어린 시절에 본 추억이 떠오른다. 엄마가 새벽부터 가마솥에 밥을 지어주던 생각이다.
헛간 같아 보이는 소외양간도 보인다. 전통의 집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제사를 준비하는 곳이고 재실(齋室) 안쪽 공간은 제법 넓다. 그때 당시 이곳 관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까?
옛추억에 빠져 집 구경을 다하고 나와 보니 연못 안에 시들어 말라있는 연꽃들이 보인다. 지금은 가을이라 연꽃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내년 여름철에 오면 정말 아름다운 연꽃들도 볼 수 있을 거라는 여지를 남기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역사문화원이 있어 들어가 본다. 왕릉의 설치 과정과 조선왕조 연대표를 바라보며 역사 시간에 외우는 데만 여념이 없던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릉은 조선 16대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현왕후 구 씨의 능이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는 왕릉 조성과 관리에 효와 예를 갖추어 정성을 다하였다. 왕릉을 조성할 때에는 풍수사상에 따라 최고의 명당을 선정하고,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하여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왕릉 조성과 관련된 모든 절차와 관리 상태는 상세란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모범으로 삼도록 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각 왕릉에서는 매년 산릉제례를 지내면서 역사적 전통을 잇고 있다. 조선 왕릉과 같이 500년 이상 이어진 한 왕조의 왕릉도 드물다.
밝은 색의 기운은 기분 좋게 하는 마력이 있는가 보다. 가을 단풍 빨간 잎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책갈피에 넣어 보존하고 싶을 만큼 그 잎이 빛이 난다. 푸르른 소나무 숲도 있고 저수지도 보이고 많은 것을 보여주니 고마울 뿐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걷는 즐거움은 온몸에 활력을 주는 듯하다. 특히 단풍나무를 마주칠 때면 엔도르핀은 배가되어 팍팍 솟아오른다. 이래서 가을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다니는가 싶다.
가을의 절정인 단풍구경을 이곳에서 볼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즐겁다. 마지막으로 아쉬움에 다양한 색깔의 단풍잎 옆에서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담는다. 김포의 명소인 장릉에 와서 일상을 뒤로하고 힐링하는 우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