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머물러 있더니 아가보라 하는 한 선지자가 유대로부터 내려와 우리에게 와서 바울의 띠를 가져다가 자기 수족을 잡아매고 말하기를 성령이 말씀하시되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이 이같이 이 띠 임자를 결박하여 이방인의 손에 넘겨 주리라 하거늘 (사도행전 21장 11~12절)
"야 C차장, 내가 어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O대표 말이야? O대표는 이번에 처음부터 회사의 인수가 목적이 아니고 후임자에게 넘겨주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만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거 아닐까?"
"예? 아니 설마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C팀장은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고지식한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한 듯했습니다.
"아니 O대표의 아버지가 상당한 부동산 자산가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들이 지금 감옥에 가게 생겼는데 왜 잠자코 있지? 나 같으면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횡령한 돈 메꾸고 회사를 인수하겠다.
아들 감옥 안 가도 되고, 버젓한 회사의 오너도 되고."
C팀장의 반응은 그날 오후에 바로 나타났습니다.
저를 우리의 아지트인 옥상으로 부른 것입니다.
"O대표의 아버지는 아들이 철딱서니가 없어 믿지 못한답니다. 지금 부동산을 팔아서 현금으로 메꾸면 결국 다 말아먹을 놈이라고요.
차라리 감옥에 가서 몸으로 때우고 너 좀 정신 차리라고.., 그래야 부동산이라도 지킨다면서., "
그리고 C팀장은 묻지도 않는 그간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사장님이 소개하신 첫 번째 매입 의사를 밝혔던 회사와의 계약이 무산되자 회장님은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많이 타격을 입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외에 또 따른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는데, 앞에서 약간 이야기한 것처럼 H감사가 이 계약이 불발한 이후로 계속해서 회장님에게 자신에게 공동경영권을 주던가 아니면 회사를 자신이 소개해주는 회사에 매각하라고 협박하는 통에 회장님께서 받은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셨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미 종업원, 주주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매각한다는 사실을 철회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H감사가 기어코 그 소개료를 약속한 업체를 데려오고 매입을 위한 실사가 이루어지고 있자, 회장님은 이 사실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셨고, 또한 매우 다급해하셨습니다.
그러자 이 사실에 대하여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시던 사장님께서 급기야 유력한 해외동포 재력가를 데리고 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H감사에게 통보도 없이 계약사실을 통보하고는 이제 회사 업무에서 손 떼라고 했는데, 문제는 이내 그 유력한 인사가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며, 잠시 손을 빼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황하신 사장님께서 고육지책으로 데려온 사람이 O대표였는데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O대표이사를 통해 S이사와 K회장이 들어와서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M&A에 경험이 많다고 떠벌리고 다녔던 F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된 정황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C팀장의 말을 어디까지가 사실인 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C팀장이 설계자로 가는 Key man이라는 것은 명백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설계자가 짠 판에서 움직이도록 세워진 존재라는 것을요.
다만 설계자의 의도가 회사(엄밀히 말하면 종업원들과 소액주주들)에 이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은 방향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그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 일이 그렇게 자신이 의도한 대로 굴러갈까요?
전능한 존재가 아닌 바에야..,
"R본부장님,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우리도 떳떳하게 경쟁하고 싶습니다."
한편 J회장님의 사람들이 이렇게 회사에 들어와서 실사를 하고, 주인행세를 하자 가장 다급해진 것은 바로 대주주 Q 씨와 D사장이었습니다.
"J회장님은 이쪽 업계에 대한 경험이 없으시지만 우리의 G회사는 이쪽 분야의 전문가이고 또 G사장님은 사회적으로 촉망받는 사업가입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시면 따로 투자 계획서를 만들어 회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하여 청사진을 제출하겠으니 J회장 쪽과 비교하여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 공정한 절차가 아닐까요?"
D사장님은 수시로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간절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답답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J회장님은 비록 계약을 하였다고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실제적으로 돈을 집어넣는 것에 대하여는 머뭇거리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지만 아무리 투자를 위한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돈이 들어오기 전에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한 종업원들인 우리도 이 상황에 대하여 여전히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J회장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들을 해왔는지를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이때, 회사에 투자하는 주체가 되는 회장님의 계열사 모든 임원들이 이 투자를 반대하였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회사의 사업 전망에 대하여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또한 경영진들이 거액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한 회사입니다.
재판이 시작이 되면, 횡령금이 얼마나 되는지 종잡을 수도 없는 예측 불가능한 불안정한 요소들이 가득한 회사를 실사도 끝나기 전에 투자한다고 하셨으니 그쪽 회사임원들이 자신의 회사의 운명마저도 좌우될 수 이러한 결정에 찬성할 리가 없습니다.
그만큼 저희 회사의 상황이 정상적인 제삼의 경영진들이 보기에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어 이게 뭐예요?"
어느 금요일 오후 저는 본연의 업무인 제조본부장으로서의 업무도 봐야 하기에 업무를 보며 자리에 앉아있는데 C팀장이 서류를 하나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아 이거요? 이건 우리 종업원들은 J회장님의 회사 인수를 지지한다는 연판장입니다. 비상대책위원들이 모두 서명을 했습니다."
"예? 아니 이런 걸 비상대책위원장인 저에게 묻지도 않고 돌렸어요?"
C팀장은 평소답지 않게 저의 언성이 높아지자 좀 당황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에게도 J회장님이 인간적으로 보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분이셨고, 공식적으로 유명 로펌까지 대동하여 정식적으로 접근한 유일한 세력이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저에게 두고 가세요. 주말 동안 생각 좀 해 보고요"
저는 사인을 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하여 또 한 템포를 늦추었습니다.
"여보, 지금 J회장님의 계열사 건물로 가요."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내가 또 뜬금없이 말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 회사 건물은 저희 교회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물론 멀었어도 갔겠지만요)
일요일이니 건물은 당연히 잠겨 있었고 우리는 건물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건물 정문에서 잠시 기도를 하였습니다.
"여보 너무 안 좋아"
아내는 영적으로 안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안 좋은 장소에 가면 얼굴이 굳어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특히 바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많은 장소를 가야 하는 저와 관련된 일에서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때 아내가 전화로 신호를 보내면 저는 다시 한번 내가 만나는 사람과 하려는 일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분별하고자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일에도 아내가 그런 사인을 보내자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주일 저녁 내내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J회장님의 개입을 반대할 명분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분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인지 기도하는데 제가 잊고 있던 하나의 원칙이 생각이 났습니다.
다음날 월요일 아침 회의실에 비상대책위원들이 모두 모여 서로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상대책워원장으로서 상황을 계속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왔지만 이렇게 소집하여 모인 적이 없었구나 하는 것을 자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비상대책위원장이 월요일 아침부터 회의를 소집하였으니 다들 무슨 일인가하고 의아해한 것입니다.
“제가 처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을 수락했을 때 저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소유권 분쟁에 있어서는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비상대책위원장을 내려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연판장을 손에 들고 모두에게 보여 준 후 그 연판장을 세로로 쭉 찢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직 경영권이 정해지기 전에 특정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서류에 모두가 사인을 했습니다.
저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만약 이것이 비상대책위원들의 뜻이라면, 이 뜻을 받들지 못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J회장님이 회사를 인수한 것처럼 우리 회사 부사장 명함을 파고 회사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하던 F와 이미 모든 말을 맞추어 함께 붙어 다니던 L이사는 화가 나 '당신 마음대로 하라'며 소리치며 회의실을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상대책위원들은 비상대책위원장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사님 지금 와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시는 것은 회사를 망하게 놔두는 것입니다. 너무 무책임한 발언 아닙니까?”
회의를 마치고 나가는 저의 팔목을 잡고 돌아 세운 U이사의 알굴은 흥분하여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소유권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U이사님입니다.”
MOU를 맺었다고 해서 투자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J회장님 측도 첫 번째 접근한 기업처럼 MOU를 맺고 실사를 하는 동안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데, 과연 구할만한 사람인지 따지면서 구해줄지 말지 검토하고 있는 사람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럴 때일수록 무작정 J회장님만 바라보고 기대다가 또 헛물을 켜게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원칙으로 세운 중립을 더 유지하는 게 회사를 위해서 낫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상황에서는 U이사나 L이사나 J회장님이 구세주와도 같았을 것입니다.
새로운 경영진이 오게 되면 대부분의 이사들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L이사는 발빠르게 움직여 F와 입을 맞추어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확보하였습니다.
그리고 앞 전에 큰 회사가 들어왔을 때, 인사와 재무는 일반적인 직무라 U이사의 자리는 위태하였습니다.
하지만 J회장님의 자회사는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 우리 회사에 자신의 직원, 임원을 파견할 만큼 인력이 넉넉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따라서 평상시에 잔머리를 잘 굴리기로 유명한 U이사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이 인수자를 꼭 붙잡아야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한편 제가 연판장을 찢어버리고 중립을 선언하면서 C팀장을 보니, C팀장은 당황한 듯 핸드폰을 들고 어디엔가 다급하게 이 긴급한 상황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J회장님 측으로부터 반응이 왔습니다.
J회장님께서 당장 투자돈을 송금할 것이니 지급 절차가 마무리되는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연락이 d왔습니다.
이제는 회사가 드디어 대주주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상장폐지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로 갈 수 있는 가장 큰 불안요소, 대주주의 부재 상황이 해결된 것입니다.
이젠 투자금이 들어올 테이고, 회사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새로운 경영진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젠 진짜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의 순진한 착각이었습니다.
마치 먹이를 한번 봤으면 포기하지 않는 하이에나처럼 B이사가 다시 움직인 것입니다.
바울이 대답하여 여러분들이 어찌하여 울어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느냐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당할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 하니 (사도행전 21장 13절)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에 대하여 여러 명의 선지자들이 바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똣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 그것에 숨어 있는 하나님의 참된 뜻을 깨닫는 것은 하나님(성품)을 아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아는 유일한 길은 그분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주야로 묵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결국 J회장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내의 예감은 앞으로 있을 저 개인과 J회장님과의 엉키고 설킨 질기고 고통스러운 인연을 하나님께서 미리 보여주신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