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환 그 이후, 큰아들의 직장 후반전(16)

by 리본안

"본부장님, 지금 소액주주방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이제 새로운 경영대리인이 와서 업무를 인수받고, 정기주총을 준비하여 J회장님을 공식적인 대표이사로 맞이하기 위하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낯선 직함도 벗었으니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제조본부의 일만 관심을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여 스트레스성 식도염이 생겼어도, 여유가 없어 병원조차도 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고, 병원에 들러 내시경검사를 받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안한 일상을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품질의 E과장이 달려와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이상한 움직임에 대하여 다시 상기시켜 준 것입니다.

"어 그게 뭔데?"

말을 하면서도 이제는 비상대책위원장의 업무를 내려놓았으니 더 이상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부담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J회장님과의 제삼자배정유상증자 계약건 말이에요. O 대표가 이건으로 상당한 금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워낙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상황이라 저는 '그래서 뭐 '라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였습니다.

"주주방에서 그 H가 쓰는 닉네임 있잖아요... 그 닉네임이 그 소문을 계속 퍼뜨리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관여해서도 안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일은 새로 온 경영대리인 A가 처리할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H감사가 소액주주들을 대동하고 우르르 회사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제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R본부장님,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고 싶으니 당장 오시랍니다."

하지만 저는 자리에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난처한 듯이 말했습니다.

" 아니 나를 왜? 난 이미 비상대책위원장직 내려놓았잖아?"

그런 자리에 괜히 나서서 새로 오신 J회장님, 특히 경영대리인으로 온 J회장님의 최측근인 A상무에게 주제넘는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긴 한데... 그들이 R본부장님을 계속 찾습니다."

"그래? A경영대리인은 뭐라시는데?"

"경영대리인님도 R이사 모시고 오라고 저에게 지시하셨습니다."

저는 더 이상 마다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기도를 하면서 대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회의실에 들어가 보니 한눈에 상황파악이 되었습니다.

H감사는 소액주주들을 선동하여, 큰소리를 치고 있었는데, 공격 대상은 앞에 앉아 있던 A경영대리인이었습니다.

마치 어디서 굴러 먹다 온 사람들이냐 라는 비난의 뜻이 다분히 담겨 있었고, A는 이런 공격에 답변하느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오자 H감사는 우군을 만난 듯 저를 반겨하였고, 소액주주들의 기세도 더 등등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H감사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을 의도적으로라도 그대로 발산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여기 왜 왔어?”

그러자 H감사는 상당히 당황하였습니다.

"아니 R본부장, 왜 그래요. 우리 사이좋았잖아~"

"아니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느냐고?"

그렇게 제가 소리를 지르나 H감사 옆에 있던 소액주주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야? 아니 당신도 K회장, O대표와 한패였어?"

갑자기 회의실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소액주주들은 비상대책위원장인 저를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고 폭력이라도 휘두를 기세로 저를 둘러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액 주주 중에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분이 앞으로 나서더니 슬그머니 저의 팔짱을 끼고 저를 회의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몇몇 소액주주들이 따라 나왔고 위기감을 느낀 총무과장이 얼른 따라 나왔습니다.

제가 끌려 나오다시피 회의실 밖으로 나오자 저의 함성을 듣고 회의실 밖에서 웅성거리며 모여있던 직원들이 저로부터 소액주주들을 떼어놓고 저를 에스코트하고 삥 둘러섰습니다.

저는 저희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를 받으며 그 층을 나와 저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기도 하였지만, 그동안에 소액주주들도 도대체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라고 스스로 사태를 파악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저를 소액주주로부터 보호하면서 회의실에서 빼내주셨던 그분이 저의 자리를 수소문을 하여 찾아오셨습니다.

" 비상대책위원장님, 사실 저희도 H감사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소액주주방에서 H감사의 행태를 감시해 보니, H감사는 이 소액주주모임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고 있는 듯하여, H감사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심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들은 믿을 수 있는 회사 내부의 사람은 비상대책위원장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모처럼 시간을 맞추어 이렇게 찾아왔는데, 저희들을 만나서 그간의 사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줄 수 없으실까요?"


"감사님 제가 화를 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H에게 사과부터 했습니다.

"아니 뭐 괜찮아요. 상황이 이런데 뭘..."

H감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더듬거렸습니다.

"자 저희는 비상대책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으니 두 분은 좀 나가주실 수 없으실까요?"

그 나이 지긋한 소액주주가 A경영대리인과 C팀장에게 말하자 두 사람은 이 상황을 모면하게 되어서 그런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저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제가 저는 괜찮다고 고개를 끄떡이자 둘은 바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은 제 뒤에 보디가드처럼 서있는 총무과장에게로 갔습니다.

"이 친구는 괜찮습니다. 목격자가 한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소액주주들은 더 이상 나가라는 말은 못 하고 다들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었습니다.


"자 여기 저의 핸드폰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기의 핸드폰을 다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차분해지자 제가 저의 핸드폰을 꺼내 들며 이야기하였습니다.

모두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의아해하면서도 모두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만연되어 있던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상황에서, 이 자리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누군가 녹음하여 외부에 누출시키지 않을까 걱정하여, 사전에 이를 방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는 시도로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의도는 딴 데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회의장에 저에 대한 의심과 이에 따른 분노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 적대감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소액주주방 대표의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회의실 타원형테이블에 놓여있던 핸드폰 하나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두들 그 핸드폰의 소리에 주목하여 그 핸드폰 앞의 사람을 바라보는데, 그 핸드폰의 주인은 조금 전 H감사 옆에서 저에게 화를 내고 큰소리쳤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전화받으세요. 그건 제가 전화하는 겁니다."

그러자 주위의 눈치를 보며 전화받기를 주저하던 핸드폰의 주인공이 쭈뼛거리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 보십시오. 저는 여러분들의 대표라고 하는 분의 전화번호를 통해 그동안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정보 중 소액주주들이 알아야 할 정보가 있으면 언제나 투명하게 공개를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저의 종업원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화번호는 제가 안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대표가 수소문하여 저에게 연락한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들도 동일한 생각을 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망하면 종업원들도 여러분들도 망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 종업원들의 대표로서 비상상황을 소액주주들과 함께 연대하여 풀어야 한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여러 분들이 저를 믿지 않고 이렇게 저에게 적대를 하면, 어떻게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장내의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믿지도 못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왜 만나려고 하십니까?”.


그러자 소액주주대표는 비로소 감정이 풀렸는지 바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왜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들이닥치게 되었는지 털어놓기 시작하였습니다.

소액주주들이 던진 질문의 요지는 J회장님과 그의 경영진들이 믿을만한 사람들이냐라는 것이었습니다.

"J회장님은 상장된 회사의 이름으로 투자하신 분입니다.

따라서 그 회사의 주가를 위해서라도 우리 회사를 성장시키실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유주가 속히 와서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그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대책은 수립되어 있습니까?"

"그것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 그건 새로 오신 A 경영대리인이나 U이사가 답변해 주실 것입니다."

"그럼 U이사를 불러 주십시오"

그러자 총무과장이 U이사와 그의 보스인 A경영대리인을 데리고 왔고, 두 사람이 이에 대한 실무적인 답변들을 하면서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였습니다.


"J회장이 대표가 되려면 주주총회가 개최되어야 하는데, 지금 O대표는 주주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없는데..."

그러자 졸지에 구석으로 밀려나 구경꾼 신세가 되어버린 H감사는 우리들의 대화에 자꾸 끼어들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 중얼거리며 자신에게로 주의를 끌고자 했습니다.

"O대표는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받은 상태이고..."

"정기주총을 개최하려면 나의 도움이 필요할 건데..."

그러나 이러한 H감사의 목소리는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난 듯하여 허공을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들으려고 주위의 사소한 신호에도 안테나를 예민하게 세우는 습관이 있어서 H감사가 계속 끼어들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싶어 주의를 기울이고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H감사의 주장의 요지는 J회장님이 정식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기주총이 개최되어야 하는데 자신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이것을 자신이 파투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것이 H감사 자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어서?'

이미 H감사는 경영권이 다른 이에게 넘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모든 지분을 팔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경영권이 거의 J회장님에게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 판에 끼어드는 위험한 도박을 할 만한 물주를 데려올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J회장님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낼 요량이었습니다.

그래서 J회장님의 측근인 A앞에서 계속 서성거리며 어필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A는 이 소액주주들의 질문에 대응하느라 H감사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는 듯했습니다.

노름에서 아무리 블러핑을 해도 당하는 상대방이 이 판을 읽지 못하면 통하지 않습니다.


마침내 소액주주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모두 J회장님에게 힘을 실어들이기로 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잠시 보고는, 분위기도 살필 겸 회사 현관으로 나왔을 때에는 일부 주주들이 남아 경영대리인과 U이사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소액주주 중 한 분이 저의 팔을 잡았습니다.

제가 돌아보니 아까 그때 소액주주와 싸울 뻔했을 때 저를 그 소동에서 빼어주셨던 그분이셨습니다.

그분도 평소 H감사의 의도를 경계하고 있었던 분이라 회의실에서 H감사가 되뇌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만약 H감사가 정기주총을 방해하게 되면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이 생기고, 또 정기주총을 시행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되며, 정기주총 날짜 이후 얼마 되지 않는 상장폐지실질심사 완료 기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못할 경우 상장폐지가 될 것이 뻔한데, 지금은 그게 걱정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에게 H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향후 H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감시해 주시고, 혹 전해줄 정보가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얼마 후 H감사는 O대표이사가 소집하여 자신을 감사에서 해고한 이전의 임시주총이 주식이 없는 사람들에 의하여 소집된 것이니 무효 라고 하며, 임시주총 무효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자신의 감사권 해임 결의안도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동시에 임시주총의 결의로 대표이사가 된 O가 합법적인 권한이 없다고 하며, O대표이사 업무정지가처분 소송을 내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연적인 결과로 O대표이사가 소집 요청한 정기주총개최안도 무효라고 하며 이것도 정지시켜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따라서 J회장님이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인계받을 수 있는 주주회의 결의도 무기한 연기될 위험에 빠져버렸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저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저의 오지랖 같은 촉이 또 발동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내려놓았던 비상대책위원장의 업무에 복귀하여 끝까지 이 미션을 감당해야 하는 길로 하나님이 몰아가시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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