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환 그 이후, 큰아들의 직장 후반전(17)

Q와의 동거(1)

by 리본안

J회장님이 데리고 온 유명 로펌의 K변호사는 알고 보니 제 고등학교 친구의 절친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로도 별도의 사적인 자리를 갖지 않았고, 여전히 서로에게 존대를 쓰곤 하였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럼 회장님 측은 H감사의 소송에 대하여 어떤 대책이라도 세우고 있나요?"

"사실 우리는 맞고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H감사에 대하여 회사가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우선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K변호사에게 질문을 하였는데, K는 직업인 변호사다운 주장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전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H감사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이러한 부류는 회사를 상대로 갖은 소송을 벌려 돈을 뜯어내는 데 익숙한 부류입니다.

이런 사람은 돈 얼마를 줘서 달래면 마음이 바꿨다며 또다시 돈을 요구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픈 암적인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합니다.

어설프게 돈으로 달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아시잖아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거 끝이 없다는 거..."

사실 이때 저는 제조본부장의 위치로 돌아갔으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관심을 끊는 것이 상책입니다.

특히 관리본부의 일이니, 담당 임원인 A 신임 경영대리인에게 맡기고 그저 고지식한 제조본부장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하나님께서 저에게 미리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Key를 생각나게 하시니...

이 아이디어를 그냥 무시하기에는 회사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저는 저에게 일어나는 사건, 인물, 사소한 일들조차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훈련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만나는 누구도 저는 되도록 적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하나님께서 이러한 관계, 사실들, 인물들을 어떻게 쓰실지 모르기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지내왔습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Q였습니다.

Q는 J회장님이 회사에 투자를 하셨기 때문에 더 이상 대주주가 아니고, 한때는 J회장님과 소유권을 놓고 경쟁하는 입장에 있었기에, J회장님께 속해있는 작금의 회사 사정상 되도록 멀리해야 할 사람이었지만, 저는 혹시나 하여 Q를 여전히 한결같이 대했습니다.

그랬기에 이전에 Q와의 접촉하면서 Q가 O대표 등 경영진을 내몰기 위하여 업무정지가처분소송을 준비하였던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당시 Q 역시도 G사를 끌어 들일 계획이 있었기에 업무정지가처분소송을 홀딩하고 O대표를 설득해 지름길로 가야 하는 가 등의 옵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Q에게는 다른 옵션이 있었습니다.

Q는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주주총회소집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임시주총에서 대표를 세워야 하는데 대다수의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여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대표를 할 만한 경영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자신의 참모인 D사장조차도 이쪽 분야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독립회사의 대표이사로 있는 G사 사장을 대표로 세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한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한 고민들을 저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백하였기 때문에 저는 Q가 정기주총소집권을 발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H와의 협상은 잘 되고 있나요?"

얼마 후 K변호사에게 그간의 진척 상황을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글쎄요. 잘 될 리가 있습니까?"

K변호사는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우리로서는 H 외에 대안이 없으니까요. H도그걸 알고 있으니 고자세로 나오고요 "

저는 잠시 뜸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혹시 Q가 정기주총 소집 발의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 그렇긴 한데, Q가 우리 의사대로 움직여줄까요?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을 텐데..."

K변호사는 이것 또한 험난한 협상을 요구하는 일이라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Q 씨가 요구하는 게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결국 J회장님의 측근인 A경영대리인은 K변호사와 함께 협상테이블에 나온 Q 씨, D사장 측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K변호사를 통하여 들었습니다.

Q 씨는 누가 경영권을 잡는가 하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신이 손실을 입은 주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였습니다.

곧 상장폐지로 가서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당장의 현금 보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Q 씨에게는 D사장을 통해서 소개받은 G사라는 다른 옵션이 있습니다.

만약 J회장님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정기주총을 미루더라도 G사가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실권을 잡은 후, J회장님의 계약문제는 파기하며 필요할 경우 일정의 위약금을 물어주면 그만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J회장님과 O대표이사의 계약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던 때라 그 계약 자체를 소송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경영진들이 누가 되던 이 계약은 두 당사자간의 채무관계로 전략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사태가 진행되면 회사는 상장폐지 되겠지만 자신의 몫을 챙길 수만 있다면 그것은 Q와는 상관없는 일이 됩니다.

그렇게 Q는 서두를 이유가 없었으니 이 협상 또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Q와 관련되어 어떤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Q에 대하여 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하고, 결국 Q가 기대고 있는 동영상 속의 G사 사장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고 일단 상대를 만나면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안도 하나님께서 늘 깨우쳐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현재 J회장님의 대척점에 있는 적을 일개 제조본부장인 제가 만나는 것에 대하여 J회장님과 F나 경영대리인 A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일이었습니다.


"어이 R본부장, 이게 내가 만든 우리 회사의 조직도인데... 한번 봐줘요."

F부사장은 벌써부터 회사의 모든 경영권을 위임받은 사람처럼 움직였습니다.

그 조직도에는 회장님 밑에 자신이 있고 모든 조직을 자신의 산하로 두는 체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부사장님은 우리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시는 거죠?"

"어.. 어... 아마도 영업본부장?"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묻자 F부사장은 가뜩이나 서툰 한국말을 더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 저와 같은 레벨의 본부장인데.. 왜 부사장님이 조직도를 만드시는 것인지..."

저는 J회장님의 인수 이전에 F가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독립적인 일개 대리점 사장이었기 때문에 F에게 기대하는 우리 회사에서의 역할이 아마도 영업본부장쯤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F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던 것입니다.

"어 회장님의 지시사항이야. 내가 향후 조직도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고..."

"그런데 왜 저보고 조직도를 보라고 하시는지?"

"어... 그것은 내가 이 회사의 조직을 잘 모르니까... 그리고 다른 임원들은 다 동의했어. 그러니 R이사도 confirm 좀 해달라고..."

다른 임원이었던 L은 이미 원하던 연구소장직을 얻었고, U이사는 경영대리인 A상무의 밑에 들어가 가장 안전한 우산을 얻었으니 F부사장의 조직도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F부사장은 이참에 자신이 만든 조직도를 R본부장을 포함한 모두가 동의해 주었다고 하며 J회장님께 보고하여 조직도를 확정할 심산이었습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J회장님이 이제 오너가 되시고 대표이사가 되시니 저는 본부장으로서 대표이사께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직접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 그래... 그러던지... 내가 J회장님께 말씀드려 볼께..."

F부사장은 눈치를 보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아니요. 저는 J회장님과 독대하고 싶습니다. 회장님께 드릴 말씀도 있고요.

부사장님이 말씀드려 제조본부장이 회장님을 한번 찾아뵈었으면 한다라고 전해 주세요."

"R본부장에 대하여 말씀 많이 들었어요. 좀 고지식하다고 그러던데..."

아마도 J회장님은 회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제일 먼저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가는 대부분 F에 의해서 이루어졌을 거고, 가뜩이나 남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었던 F로서는 자기에게 상냥하지 않은 저에 대하여 좋은 말을 하였을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니 나에 대한 평가 중에서 그나마 점잖으신 J회장님이 꺼내놓기에 가장 완화된 표현이 '고지식하다'라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적으로 경영권을 쥐었지만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J회장님은 회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며 아주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사람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찾아뵈었으면 한다고 하였으니, 회사 밖 찻집에서 2시간 가량 이어진 만남에서 J회장님은 내심 반기는 기색을 굳이 감추시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들었고, 회장님은 특히 회사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때로는 장황하게 설명하셨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 회사의 인수에 대한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 심리였습니다.

그동안 전 사장님이 얼마나 회장님을 설득하셨는지, 특히 사장님의 친구인 F는 막바지에는 거의 회장님 집 근처에서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하면서 당신을 설득하셨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실사가 끝나기도 전에 투자를 하신 것은, 물론 긴박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셨고, 거슬러가면 특히 연초에 갑자기 떠올랐던 어떤 영감이 자신을 여기로 이끌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에, 저는 제가 회장님을 독대하려고 한 용건을 조심스럽게 꺼내었습니다.

"회장님, 혹시 Q를 직접 만나실 요량은 없으신지요?"

"글쎄,,, 내가 뭐 굳이 만날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회장님 외에 2대 주주이니 언젠가는 한번 만나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이왕이면 지금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요? R본부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번 만나 보지요."

회장님께서는 선심 쓰시듯 말씀하셨습니다.

"회장님 그전에 제가 Q의 힘을 좀 빼놓았으면 합니다. Q의 뒤에 G사가 있는데, G사 사장님을 한번 만나보려구요"

산전수전 다 겪으신 회장님께서는 저의 말을 이내 이해하셨습니다.

"G사?"

"예 혹시 알고 계시는 회사이신지..."

"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D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예, 회장님께서 향후 우리 회사를 경영하실 때, D사업부의 사업 제휴 파트너 후보자로서 G사가 어떤 역할이 있을지 알지 못하니 겸사겸사 G사 사장님을 뵙고, 지금은 한발 물러나시고, 향후에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서 함께 협업할 것이 무엇이 있는지 J회장님께 말씀드려 보겠다는 식으로 제안을 해 볼까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내가 R본부장에게 전권을 위임할 테니 한번 만나 보세요."

그렇게 회장님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나니 이제는 어떻게 G사에 접근하고, 어떻게 주도권을 가지고 다루어야 하는가가 남았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Q를 통해 만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제가 접근하는 목적이 Q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경로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리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나님께서는 G사로 가는 다른 길을 곧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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