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와의 동거(2)
G사의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 정확하게는 상대를 발 묶기 위한 상대방의 약점이 필요한데 Q를 통해 이것을 얻을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더구나 일개 제조본부장으로서 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장님을 독대하고 또 그를 상대로 주도권을 가지고 온다는 게 정말 막연하고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어떻게든 하나님께서 그 방법을 가이드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G사에서 우리 회사의 D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하여 이미 접근하였다는 사실이 기억나서 현재 D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I팀장을 만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I팀장은 G사에 대하여 G사가 접근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황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지금처럼 혼란한 상황에서 G사 사장님은 자신에게 비밀리에 접근하여, 자신의 회사로 팀원들을 모두 데리고 오면 자신에게 임원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 그럼 G사 사장님에게 연락하여 우리 회사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장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해줄래요?"
당연히 G사 사장으로부터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G사 사장님을 만나신다고요?"
Q는 먼저 전화를 걸어왔고 굳이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 G사 사장님을 뵙고 직접 그분의 계획을 들어보세요."
Q는 지금의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태이니, 제가 G사 사장님을 만나 그분의 사업계획을 들으면 사태를 전환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였는지 저의 결정을 환영하였습니다.
그다음 날 G사장님은 핵심 임원들과 함께 회사 현관에서 저와 I팀장을 환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보여주는데, 현재 한 층을 임대하여 사무실과 연구실로 쓰고 있는 크지 않는 규모의 회사였습니다.
사장님은 자신들이 이 업계에 떠오른 신생업체로서 수백억의 투자자금을 유치받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우리 회사를 인수하면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주력인 A사업부에서 매출의 성장동력을 상실한 듯이 보였기 때문에, 자신이 인수를 하면 D사업부를 중심으로 자신들이 사업을 잘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우리는 다시 재상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G사장님의 입에서 상장폐지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제 저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잠재적인 오너들은 이 상장폐지를 자신의 계획에서 이미 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 회사의 소유권을 쥐고자 하는 세력들에게 상장폐지는 어쩌면 하나의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장폐지가 되면 한 주간 정도 정리매매를 할 기회가 주어지고, 실망한 기존의 소액주주들은 증권을 투매해 버리기 때문에 상장과 상관없이 회사를 가지고 가려는 대주주에게는 주식을 헐값에 대량 매입하여 자기 지분을 높여 더욱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됩니다.
"그럼 우리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A사업부는 어떻게 운영하실 생각이신가요?"
G사 사장님은 예상 밖의 질문에 당황하셨는지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 아 그야 그건 R본부장님에게 맡겨야지요. 저희는 R본부장님이 잘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당시 가장 핫한 신생기업인 구글에서도 '경영진들은 자신의 매출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에 자신의 시간의 70~80%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매각하면서 제가 만난 그 어떤 세력도 우리의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A사업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나, 성장 전략에 대하여 얘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기로는 G라는 회사가 수백억의 투자자금을 모았지만 자신의 주력사업인 D사업에는 사내의 리소스로 그만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소비처가 없었습니다.
결국 G사는 사업부운영과는 별도로 특정 회사를 인수하는 안 외에는 그 투자금을 사용할 대안이 없었고, 마침 우리 회사는 그 정도의 가격에 살 수 있는 매물이 되었고, 우리 회사 내에 매출은 얼마 되지 않지만 D사업부도 가지고 있으니, G회사로서는 우리 회사가 현재로서는 그 투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회사를 인수한 이후 투자자들은 투자금에 대한 수익률을 따지지 시작할 텐데, 우리 회사 전체는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D사업부가 당장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투자금을 회사 인수에 쓰고 나면 D사업부에 투자할 돈은 한계가 생길 거고 결국 현재의 조그만 규모의 두 회사 리소스를 합치는 게 D사업부의 경쟁력이 될 텐데, D사업부 주력경쟁사의 규모에 비해 합병이 큰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저희 비상대책위원회는 J회장님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것은 J회장님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인수하신 후에 D사업에 대한 기술적 파트너로서 G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드리기 위하여 왔습니다."
저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에 마지막 발언에서 여기에 온 목적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싸늘히 식어 버렸고, G사장은 매우 언짢아하며, 본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자신이 있어요? 내가 듣기로는 J회장의 입장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최대한 J회장님을 보필할 예정입니다."
"그래요? 한번 해봅시다. 우리도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거요. 누구도 승자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저는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런 방안이 서있습니다.”
"뭐라고? 아니 그래 봤자 당신은 일개 종업원에 불과해. 상황이 당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
G사 사장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제는 반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자 여기서 그럴 게 아니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오히려 G사장 뒤에 있던 G사장보다 나이가 한참 더 들어 보이던 부사장이 상황을 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R 비상대책위원장님도 생각을 좀 더 해보시고..."
저는 이제 서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니 이 모임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일개 종업원으로서 분에 넘치는 말을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내 사과를 하였습니다.
향후 G사와 어떠한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을지 모르고 이것은 J회장님 결정하실 부분인데 이 관계를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G사 사장이 불쾌하게 생각하였던 부분은 제 개인의 태도의 문제로 한정하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는 제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고개를 숙이며 거듭 사과하였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이 회의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 터인데, 이 모임이 비상대책위원장의 오만함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각인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중요한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듭된 사과를 어른으로서 받아 주지 못하는 G사장의 이미지가 더 각인되었으면 했습니다.
"사장님 제가 주제넘게 굴었던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지막까지 거듭 사과하였습니다.
한 예닐곱 번 사과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G사장은 끝내 노여움을 풀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모습에 주위의 임원들이 서둘러서 이 자리를 파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저를 재촉해서 밖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G사장을 제외한 다른 임원들은 저를 따라 1층까지 내려와 건물 밖에서까지 저와 I팀장을 전송하여 주었습니다.
저에게 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던 I팀장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안색이 굳어져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야 우리가 G사장이라는 우산 속에 들어가기에는 그 우산이 너무 작아 보인다.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저는 오는 길에 I팀장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들이 다시 한번 G사로 흘려들어가기를 기대하였습니다.
G사를 나오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 G사에 비하여 J회장님은 누님으로부터 수십 만 원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여 자수성가하여 자신이 모으신 돈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이 아닌가?
현재까지 J회장님은 아무리 자신의 밑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소홀하게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예 과장님 G사 사장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저는 생각이 정리가 되자 Q에게가 아닌 G사 동영상을 보내 준 증권사 그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작정한 대로 감정을 오버하여 역정을 내었습니다.
" 아니 도대체 그 사람 뭡니까? 사람에게 그렇게 모욕을 줘도 유분수지... 제 평생 그렇게 안하무인격인 사람 처음 봤습니다."
전화를 받은 증권사 차장의 매우 당황하는 얼굴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하늘이 두쪽 나도 그 사장과 함께 못 갑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Q 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는 저의 눈치를 살피며 저를 달래느라 애를 쓰는 듯했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G사 사장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Q 씨의 목소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말을 끝내 잇지 못했습니다.
"J회장님이 Q사장님을 한번 만났으면 하시는 데 만나 보시겠습니까?"
서너 시간 후 다시 전화를 건 Q 씨는 J회장님을 만나겠다고 하였습니다.
"R본부장, 자 출발할까요?"
"예 회장님, 저는 Q와 간단한 인사만 하고 물러나겠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계속 있어도 돼요."
"아닙니다. 제가 빠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합시다."
약속장소인 강남의 고급식당까지 저는 J회장님의 차를 타고 갔습니다.
Q 씨는 혼자 이미 약속장소에 나와있었습니다.
저는 Q와 간단한 인사를 한 후 집으로 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Q 씨는 증권사직원을 통하여 자신의 주주총회소집권을 J회장님에게 이양한다는 서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는 모든 사항들에도 자신은 동의한다는 서면을 보내주었습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자 이제 모든 사태가 끝났으니 오늘은 반드시 술 한잔 하셔야 합니다."
K변호사는 Q 씨의 위임장이 회사에 도착했다며 그날 자신이 사비로 술을 살 테니 꼭 나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K변호사는 마침내 H도 회사가 주는 제안을 받아들여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했습니다.
"야 C팀장, 내가 요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거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거 아니야?"
그 술자리에는 K변호사와 C팀장 그리고 저만 있었습니다.
(C팀장의 단짝인 U이사도 초대되었지만 갑작스러운 회사 일도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C팀장은 펄쩍 뛰었습니다.
"응 아무래도 이거 처음부터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던 거 아니냐고?"
K변호사가 술에 취해 화장실로 가 장시간을 비우자(?) 저는 이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술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념 섞인 목소리로 C팀장에게 퍼부었습니다.
"그래 아빠 계획이 뭐예요?"
"뭐 계획? 나 계획이 없어. 세상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거든..."
최근에 한국영화상 최초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의 주인공인 이 아빠는 온 가족이 큰 어려움에 몰리게 된 절박한 상황에서 계획이 뭐냐 라는 아들의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말미에 젊은 아들은 아버지의 조언을 무시하고 참으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서 끝나기는 합니다만...
여기까지가 저의 전쟁이야기의 끝입니다.
과연 저는 누구의 설계대로 장기판의 말처럼 행동했을까?
어디까지가 계획된 것이었고, 아니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처음부터 계획이라는 것이 없는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대응해 왔던 것일까?
저는 이 모든 것을 오롯이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둡니다.
저에게 있어 분명한 것은 유한한 인간과는 달리 나의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전지(全知)하셔서 모든 계획을 세우실 뿐만 아니라, 전능(全能)하셔서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 가신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사건을 계획하시고 허락하시고 나를 여기에 투입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욥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
주께서는 못 하실 일이 없사오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이니까 나는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도 없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 (욥기 42장 1절~3절, 6절)
이 사건 후 10년이 지난 지금 욥기를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욥은 고난을 받은 이후 이전에 (하나님에 대하여, 하나님의 뜻에 대하여)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던 것을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하나님의 계획을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