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문이 열리며 하얀 강보에 쌓인 아기를 안고 간호사가 급히 뛰어나온다.
모든 문이 튼튼한 자물쇠에 의해 잠겨있고 관계자외 출입금지 라고 쓰여 있는 문만 반쯤 열러 있다. 간호사는 반쯤 열려있는 문을 발로 밀치며 급히 뛰어나간다.
지하주차장까지 숨바쁘게 뛰어나온 간호사는 익숙한 듯 아무 말없이 검은 카니발옆에 서 있는 허름한 옷차림의 중늙은이에게 아기를 안겨주고 중늙은이 또한 익숙한 듯 아기를 받아서 차에 오른다.
간호사가 아기를 안고 뛰어 나왔던 수술실에서는 또다른 간호사가 또 다른 아기를 안고 앞전의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관계자외 출입금지 문을 통하여 사라지고, 이어서 수술실문이 열리며 새하얀 천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려진 한 시신이 수술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사라진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위를 33명의 소년, 소녀들이 오르고 있다.
검은색 웃옷과 검은바지 차림이고 등뒤에는 각기 다른 번호가 힌색으로 새겨져 있다.
또한 얼굴 색도 검은색, 황색, 흰색 등 가지각색이다.
보호장비라고는 허리에 묶은 가는 줄 하나가 전부인데 모두의 얼굴은 굳은 신념속에 움직이는 투사들인 마냥 날카로운 눈과 입술을 다부지게 앙다물고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때
갑자기 “억”하는 숨을 삼키는 듯한 비명과 함께 한 소년이 떨어지며 가는줄에 허리가 반쯤 꺽인채로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
“000405-2-D 하산”
나머지 32명의 소년, 소녀들은 절벽에 기어오르다 떨어진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오르는 것에만 전념을 한다.
약 4시간이 지났을까 높이 108 m의 절벽을 넘어선 소년, 소녀들의 등번호가 불리어지기 시작했다.
“000803 완등” 뒤이어 “001108-1 완등” “001102 완등, 000105완등” 중간에 떨어진 1명을 제외한 32명이 모두 완등을 했다는 마이크 목소리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산위를 올랐던 소년, 소녀 들이 우르르 나오자 지도자인 듯한 중년의 남성이 낮은 톤의 목소리로 모일 것을 지시한다.
“집합... 모두 집합해라”
“여러분 수고했다. 오늘 불행하게도 1명이 낙오를 했지만 나머지 32명은 모두 무사하게 완등을 했다. 다들 축하자리로 가서 기분 좋게 파티를 즐기도록.”
“와” 소년, 소녀들이 파티장소로 우르르 몰려간다.
그들과는 별도로 절벽을 오르는 도중에 낙오한 000405-2-D는 매우 불만이 가득찬 눈초리로 허공만 쳐다보고 있다.
“000405-2-D 이리와”
피부색이 황색이며 키와 몸집이 또래보다 약간 작은 소년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다는 눈초리를 하며 다가온다.
“왜 그랬나 한번도 낙오하지 않고 모든면에서 두각을 나타났었는데 오늘은 낙오도 하고 영 분위기가 아닌데 무슨일 있나.. 혹시 어제 통보된 번호표 때문인가?”
그제서야 소년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 떨어진다.
중년 남성이 한번더 “어제 일때문인가?” 물어본다.
000405-2-D 소년은 고개를 숙이며 “그렇습니다” 며 대답을 한다.
“저는 그림자가 되기 싫습니다. 항상 숨어다니며 어린아이들이나 보호하는 보호자 노릇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뭐야. 누가 너한테 그런 소리를 했나. 그림자는 뭐고, 보호자는 뭐야”
중년 남성이 크게 화를 내며 다그치지만 000405-2-D 소년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고개를 들고 대들 듯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저는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저쪽 세상에서 저와 같은 짝이 죽거나 잘 못되면 제 번호 뒤에 D가 붙는 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D가 붙게 되면 사회속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의 저쪽 사회속 짝을 그림자처럼 붙어서 보호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동안 온화하게만 보였던 중년 남성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지도록 무섭게 변하다가 일순간 다시 온화한 미소를 보이면
“알고 있었나.. 어떻게 그런 것을 알게 되었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였나” 하고 물었다.
“누구랑 같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3일 전에 대장님 심부름으로 전산팀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산팀 문을 조금열었을 때 안쪽에서
“000405-2에게 내일부터 D를 붙이라는 명령서가 왔네..”
“뭐 000405-2? 000405-2는 00중에 최고의 실력자 아닌가.. 거기다 IQ도 175라며 대장님이 매우 아끼던 대원인데 아까운데..”
“그런데 어쩌겠나 사회쪽 000405-2 짝이 크루즈 여행을 같다가 크루즈가 침몰하며 그림자와 같이 죽어버렸다지 않나”
“참 아깝네.. 000405-2는 모든면에서 역대 최고의 실력이 있어서 조만간 사회쪽에서 큰일을 할 것 같았는데... 이대로 그림자가 되어야 하다니...”
“이런 말들을 들었습니다. 대장님 한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요”
“알았다. 알았으니.. 지금 000405-2가 알고 있는 내용은 함구하도록 알았나..그만 가봐”
그제서야 000405-2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파티 장소를 힐끗 쳐다보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중년 남성은 000405-2가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의 참모를 보며
“이봐 가서 상부1팀 팀장 내방으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똑똑”
“들어와”
“부르셨습니까”
“앉아. 오늘 바로 상부해야 되겠어. 여기 명부”
상부 팀장이 000405-2-D라고 적혀있는 명부를 바라보며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터를 꺼내서 불을 붙인다.
“오늘 까지 입니까”
“아니 지금 바로 실행해.. 지금 자기 방에 있으니까 동료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조용히 불러서 실행하도록”
“그리고 실력이 매우 뛰어나니까 조심하고 제거한 후 반드시 소각하도록 알았나”
“알겠습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아니 자넨 왜 파티장에 안갔나”
000405-2-D는 들어오는 중년층 사내를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장님이 방에서 잠시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자네 잠깐 나하고 나가서 이야기좀 할까.”
그때 소년의 눈빛이 한순간 매섭게 번뜻였다.
“실례지만 당신은 누군데 같이 가자는 겁니까”
“나를 모르나.. 나는 훈련팀 부팀장이야. 오늘 자네가 낙오를 했다고 하길래 상담하려고 그래”
“아- 그렇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겠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바로 옆이니까 옷은 안 갈아입어도 되”
“알겠습니다.”
“쏴-” 하는 물내리는 소리와 함께 소년이 나온다.
문이 스르르 열리며 중년층 사내가 앞으로 향한다.
한 발뒤에 000405-2-D가 사내 뒤를 따라 걸어가니 어느새 3명의 건장한 남성이 000405-2-D를 에워싸며 좌, 우측과 뒤에 맞춰서 걸어 간다.
어느덧 정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와서 잠시 멈추는가 쉽더니 스르르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안으로 모두 들어간다.
산위 정상과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이라서인지 1분30초만에 180m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이라는 표지판 불이 두차례 깜빡이더니 문이 열리며 찬 바람이 훅-하고 들어온다.
중장년층의 사내가 먼저내리며 “내려” 하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000405-2-D가 중장년층을 따라서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따르던 사내들이 소매에 숨겨두었던 칼을 소리없이 빼어 들더니 000405-2-D의 양 옆구리를 향하여 찔러왔다.
순간.. “찍-” 칼이 뼈에 부딪히는 아주 기분나쁜 소리와 “퍽”, “파박”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칼로 공격했던 두 사내가 나뒹굴러진다.
뒤에서 칼로 공격했던 사내는 000405-2-D가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며 뒤돌려차는 발 앞부분에 목울대를 맞고 비명한번 못지르고 고꾸라지고, 연이어 팔꿈치로 오른쪽 사내의 인증을 강타하여 제거하였다.
000405-2-D는 잠시 칼에 찔린 오른쪽 갈비대 부분을 손으로 누루며 두발을 도움닦이로 앞에 있는 중장년층의 사내를 공격하였다.
사내도 상당한 무술의 고단수인 듯 살짝 비켜스며 권총을 빼들었다.
“타-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000405-2-D의 몸이 서너발 뒤로 붕 뜨며 떨어졌다.
다시 “탕. 탕” 하며 총알이 발사되었으나 000405-2-D가 움크린 그늘막 나무 기둥을 스치며 지나갔다.
상부 팀장이 오른발을 움직이며 재차 사격을 가하려는 순간 날카로운 나무줄기 하나가 그대로 날아와 팀장의 오른팔에 꽂혔다.
잠시 팀장이 주춤한 상태에서 움크리고 있던 000405-2-D가 몸을 날리며 절벽쪽 밧줄을 잡고 절벽아래로 뛰어내렸다.
000405-2-D가 뛰어내린 곳으로 팀장이 황급히 다가갔으나 000405-2-D은 보이지 않고 줄만 흔들흔들 거렸다.
팀장은 혹시나하여 줄을 잡아당겨 보았으나 줄을 놓쳐서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옆의 다른 줄로 옮겨간 것인지 힘없이 줄이 당겨져 올라왔다.
팀장은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잡은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절벽아래를 분노에 찬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방 안에는 언제나 온화한 얼굴를 하고 있는 대장의 얼굴이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찬 눈길로 상부 팀장을 노려보며 호통을 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사회에서도 아닌 우리 내부에서 그것도 상부 팀장이 어린 것 하나 제거를 못하다니”
“지능팀에는 가봤나?”
“예 바로 지능팀 들렸다 오는 길입니다.”
“뭐라고 하나”
“갑자기 15초만에 센서 온도가 10℃이하로 떨어졌고 파도에 힙쓸린 듯 방향성없이 파도에 떠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지능팀 말로는 떨어지며 절벽에 부딛혀서 센서가 돌출되지 않았나 합니다.”
“지능 팀장 오라고 해..”
잠시 후 푸른색의 와이셔츠를 정갈하게 입은 지능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능 팀장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제가 보기에는 사망한 것으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센서를 수거하러 팀원들이 바다로 나갔는데 센서를 수거해보면 점더 확실한 것을 알겠지만 센서가 목 부위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힘들지만 절벽으로 떨어진 단 몇초내에 목에 있는 센서를 제거하는 것은 더욱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능 팀장은 수거팀이 돌아오면 결과 보고하고 나가있어”
대장은 지능 팀장이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본 후 상부 팀장을 바라 보았다.
“자네는 지금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한거네.... 우선 나도 상부에 보고를 하여야겠지만 보고 내용중에는 자네에 대한 처리도 포함되겠지... 자네도 알다시피 상부팀의 실수는 곧 우리의 파멸과 같은 거야.. 즉 배신자와 같은 신세가 되는 거지 나가서 준비하도록”
상부 팀장은 각오를 한 듯 경례를 붙이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