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산내면 지리산 산기슭으로 검은 SUV 한 대가 고불고불 산길을 오르고 있다. 산길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았지만 주위가 잘 정돈되었으며 깨끗하게 포장된 길이다.
이곳은 검은 차가 올랐던 차길 초입부터 주위 약 10km 근방에는 어떠한 주택도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외딴곳에 위치한 곳이다.
차는 산기슭으로 오르는 초입부터 약 20분간을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서야 아담한 한옥집이 두어 채 자리 잡은 곳으로 들어갔다. 주위는 해가 넘어가며 어둑어둑해져서 약한 달빛에 비친 나무들만 흐릿하게 보일뿐이다. 다만 옛날 청사초롱 형상을 한 외등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은은한 불빛을 내뿜고 있고, 한옥집의 격자문 창호지를 통해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비추고 있다.
차는 한옥집 우측에 자리한 약 40m 높이의 절벽 앞에 멈추어 섰고, 잠시 후 뒷문이 열리며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여인이 차에서 내리니 조용하던 경내에 서너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조용히 다가와서 목례를 하였고 사내들 사이로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깍듯하게 숙여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하고 한옥의 중앙 부위를 손으로 가리키며 안내를 하였다.
여인이 사라지고 나서 조금 전 여인이 내렸던 차량은 절벽의 우측 끝부분이 “스르릉” 올라가며 차는 올려진 구멍을 통해서 안으로 사라졌다.
“어서 오십시오”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한옥의 내부로 들어가자 20대의 남성과 여성들 몇 명이 하던 일을 멈추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여인 또한 익숙한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이며 내실 쪽으로 걸어갔다.
중앙 홀을 지나 내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큰 거울과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우측 벽이 “스르릉”하는 아주 작은 기계음과 함께 열리고 바로 엘리베이터 문이 나왔다.
안내하는 사내는 여인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안내하며 익숙한 듯 지하 7층 버튼을 눌렸다.
여인과 사내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잠시 안내 멘트가 나왔다.
“오른쪽 거울을 보십시오”
약 2초쯤 지났을까
“모시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갔다.
조용한 기계음과 함께 3초 만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르 열리고 여인과 사내가 중앙 홀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중앙홀까지는 두 사람이 걸어가면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좁은 통로로 이어지는데 총길이는 40m로 된 “지옥의 길”이 나온다.
“지옥의 길”이라 명명된 40m 미터로 이어지는 이 좁은 통로는 이곳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이며 유사시에는 본당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통로를 따라 15m를 걸어가면 둥근기둥이 있고 둥근기둥에는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지며 계단을 따라 5m를 내려가며 다시 평평한 통로로 이어진다. 평평한 통로를 따라 10m를 걸어가면 다시 기둥이 나오고 이번에는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어지며 5m를 올라가면 이어서 평평한 통로가 나오고 이 통로를 따라 15m를 가면 드디어 본당으로 연결되는 중앙홀이 나오게 된다.
이곳의 본당은 들어오는 초입부터 물샐틈없는 경계를 하고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한옥이 자리한 경내까지도 침투가 어렵겠지만 본당으로 들어오기 위한 엘리베이터부터 40m의 “지옥의 길”를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우선 엘리베이터는 전신 인식 및 생체 적외선 온도 감지 기능을 탑지 한 보안시스템이 있으며 비상 상태가 발생하게 되면 첫 번째는 엘리베이터 내부로 독가스를 방출하고 그래도 적이 생존하였을 경우 폭파 처리가 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통과를 하였다고 해도 바로 이어지는 “지옥의 길”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는 통로로 이어진다.
“지옥의 길”은 처음 평평한 15m 구간과 뒷부분의 15m 구간은 독가스 방출과 함께 사면의 벽이 조여 오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기둥과 기둥사이의 계단과 평평한 구간은 양쪽 통로에 차단벽이 내려오며 내부 공간이 1분 이내에 1200℃의 고온에 힙싸이는 지옥의 불맛을 보게 되는 구간이다.
여인과 사내는 으스스한 “지옥의 길”을 지나서 중앙홀로 들어섰다.
중앙홀은 지나온 통로와는 사뭇 다르게 한 번에 200명 이상은 모일 수 있는 넓은 광장이 중앙에 있었으며 땅속에 있지만 특별한 설계에 의해 자연적인 햇빛이 광장 전체를 비추어지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서 마치 넓은 외부 정원을 거니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중앙 홀은 정 중앙에 저녁녘의 해를 상징하는 황금빛 둥근 해가 그려져 있고 원 주위로는 태극의 상징인 팔괘가 레이저빔으로 쏟아지며 1시간에 한 번씩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또한 둥근 벽면에는 8곳을 정대칭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벽면에는 조금 전 여인과 사내가 나온 곳과 같은 통로가 있었다.
여인과 사내는 8곳의 통로 중 유일하게 문으로 닫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닫혀 있는 문에는 산과 산 사이로 해가 져 무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여인과 사내가 다가가자 가느다란 레이저빔이 체형에 맞게 스캔을 하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이 열린 통로는 아까 보았던 통로하고 똑같은 형태로 이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통로 끝의 엘리베이터에 도달을 하니 또다시 레이저 빔으로 스캔을 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여기는 1층과 지하 1층 버튼만 있었다.
1층 버튼을 누르니 무소음 무반동으로 엘리베이터가 상승을 하였다.
물론 최상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여 올라가는 느낌이라든가 소음은 없었으나 느낌상으로도 족히 2-3백 미터는 오르는 것 같았다.
이윽고 1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며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과 함께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전면 전장에는 길이 30m의 둥근 원 형태의 유리창이 있고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끝선에는 해넘이의 끝자락인 듯 옅은 황혼빛이 물들어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세상은 완전한 어둠이 오기 전의 어스름한 분위기 속에 크고 작은 산들이 모양 좋게 펼쳐져 있고 가끔 운무가 그 사이를 지나는 전경은 마치 이 세상이 아닌 신선들이 노리는 계를 보는 듯했다.
중앙 홀에는 둥근 원탁이 자리 잡고 있었고 원탁은 8명이 앉을 수 있도록 배치가 되어 있었다.
중앙 홀의 원탁에는 이미 와서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서며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네 잘들 계셨어요. 반갑습니다.”
“여기는 매번 와도 최고인 것 같습니다.”
“맡습니다. 저도 여기 처음 와서 저 산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다 흘렸습니다.”
“오늘은 유럽 손님이 늦으시네요”
“아 예 독일 쪽 항공사 직원들이 파업하느라 비행기가 연착이 되었다고 합니다.”
“파업이라.. 그럼 그때 결정했던 내용이 잘 전달이 되었나 보네요”
“하하하 그런가 봅니다.”
“어- 이제 오셨나 보네요.”
“여- 반갑네.. 마르코.. 늦은 것 보니 잘 되고 있나 봐”
“반갑네.. 노부요시... 흐흐 그럼 잘 되었지”
“자- 다들 왔으니 풍월주 님을 모셔와”
옆의 비서 격의 사내에게 지시를 하고 7명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산과 산 사이로 해가 져 무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걸어왔다.
그 남성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며 165cm 정도의 작은 키에 아주 평범하게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눈매만은 아주 날카롭게 빛이 나는 듯했다.
“풍월주 님 잘 계셨습니까”
사내가 걸어오자 7명은 일어나서 고개를 공손하게 숙이며 깍듯하게 인사를 하였다.
풍월주라 불린 사내는 별다른 인사 없이 파노라마 창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잘들 계셨습니까”
“오늘은 여러 가지 안건이 있으니.. 자- 바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독일 쪽 하고 프랑스 쪽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 파업이 잘 진행되고 있던데요.. 수고했습니다. 마르코”
“별말씀을요.. 파업 진행에 따라 전산 관련 팀들이 대폭 보강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파업 조건은 추가 근로에 대한 임금 인상 적용과 야간 근로 시 낮 근무의 임금보다 100% 추가 지급 등입니다.”
“어떤가요. 사 측에서도 잘 진행되고 있나요?”
“예 우리 쪽 인사행정 리더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시끄럽게 진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좋아요. 일단 이번건은 한 보름 정도에서 매듭짓는 것으로 하고....”
“예 아마 그 정도면 사측이나 노조 측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현재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무인 검색기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른 전산정보팀 보강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호호 그렇게만 되면 우리 『해거름』이 처음 발족하면서 내걸었던 슬로건이 빠른 시일 내에 달성되겠네요..”
“깨끗한 지구 만들기... 하하하”
“다음 안건 아프리카 지부에서 도움 요청이 왔던데요.”
“예 알제리의 내부에 대한 사항입니다.”
“현재 알제리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여 집권하고 있었으나 2023년도부터 알제리 엘리트 지배계층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가 점점 격하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정보원의 정보에 의하면 군부의 압력과 알제리의 변화를 원하는 젊은 사람들의 수 주간의 시위로 지속적인 정권 유지는 힘들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군부와 젊은 엘리트 계층의 반발이라... 오래가지는 못하겠구먼"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보물과 같습니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가장 땅이 넓은 나라이며 동시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아랍연맹 회원국가들 중에서 가장 영토가 넓으며, 북아프리카를 중동에 포함시킬 경우 중동에서 가장 넓은 나라가 됩니다.
또한, 매장되어 있는 자원이 거의 세계 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석유는 세계 4위. 천연가스 세계 5위, 망간 세계 3위, 수은 세계 3위, 납 세계 5위, 코발트 세계 2위 등 자원 매장량 및 세계 점유율이 엄청나며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철광석 석탄 및 온갖 자원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서 진출을 하고자 고심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동방그룹에서도 천연가스와 망간과 관련된 사업권을 획득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군부 측 3인자인 아흐메드 벤 벨라 특수전 사령관을 영입하여 손을 쓰고 있으나, 미국과 영국 측 그랜드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군부 측 일인자인 페르하트 아바스 총사령관이 문제인 듯합니다. 페르하트 아바스 총사령관은 민족해방운동 당시 해방군을 이끌던 자인데 프랑스군 사이에서도 아주 악명이 높았다고 합니다. 성격이 매우 포악하고 잔인하여 포로로 잡힌 프랑스군의 경우 갖은 고문을 행하였고 자기 부하들도 자신의 눈에 거슬리면 바로 총살을 시킨다는 자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자를 제거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입니다. “
“그런 자라면 주위에 충성심이 강한 자들이 많이 있을 텐데 우리 쪽 피해가 크지 않겠습니까. 또한 잘못하면 우리의 조직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고......”
“페르하트 아바스 총사령관 측 내부 최측근에 저희 『한겨레』 백성 4명이 있습니다. 그들과 작전을 연계하고 07쪽으로 수단과 이집트 2명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제거는 될 것 같은데 미국 쪽에서 강하게 덤빌 것 같은데... 흠....”
“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우선 말을 꺼냈다.
“물론 이번 일이 성사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도 있고 실패할 확률도 많으며 우리 측 피해도 많을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만 말씀드리면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저희가 도약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저희가 우려하고 있는 우리 국가 『한겨레』 가 어느 정도 노출되더라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어느 시점에서는 우리 국가의 노출은 필연적이라 생각합니다.”
뒤이어 유럽 지사장 마르코가 입을 열었다.
“저도 부 풍월주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현재 알제리는 힌 도화지와 같습니다. 누구든 정권과 결탁하게 되면 거기서 나오는 자본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 합니다.”
“저 노부 히데도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번 작전은 찬성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국가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은 CIA 쪽과 KGB 쪽 우리 백성들을 동원하여 연막을 피우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노부 히데는 잠시 말을 끊고 목이 타는지 컵을 들어 물을 들이켰다.
“KGB 쪽에서 현재 군부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비타스 국방장관을 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조만간 국방장관이 나서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무 장관을 전면에 내세우려 하고 있다.라는 정보를 CIA 쪽으로 흘려보내면서 저희 라인을 국방장관과 재무 장관 사이를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비추고 KGB 쪽으로는 미국과 손잡은 페르하트 아바스 총사령관 측이 조만간 쿠데타를 일으켜서 알제리 정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정보를 흘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가 군부 서열 1위인 페르하트 아바스 총사령관을 제거해도 당장은 저희한테 오는 주목은 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흠... 이번 아프리카 건은 페르하트 아바스 총사령관을 제거하고 아흐메드 벤 벨라 특전사 사령관에게 정권이 넘어가도록 하자는 작전인데 그럼 다른 낭도 님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 작전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풍월주의 물음에 듣고만 있었던 미국 지부, 브라질 지부, 남아공 지부, 터키 지부, 스페인 지부의 지부장들은 모두 찬성 의사를 비췄다.
“그럼 이번 아프리카 건은 남아공 지부장이 다음 주까지 작전 계획을 수립하여 나한테 보내고 한 달 이내에 작전을 시행하도록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