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다

제 3화 햇무리....

by 이and왕

동남아 책임자는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초저녁에 먹은 위스키로 인해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부장님 원장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순간 동남아 책임자는 머릿속에서 띵 하는 소리가 들린 듯하며 순간 숨이 먹는 듯한 목소리로

“뭐야.. 누가 죽어?”

“오늘 6시경 원장님이 신라호텔에서 괴한의 습격으로 아드님과 함께 돌아가셨습니다.”

전화 속 상대방은 금방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동남아 책임자는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응 난데 지금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예약해”


“드르륵드르륵” 하는 낮은 음의 진동이 머리 왼쪽 간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에서 두 번 울렸다.

너풀너풀한 긴 머리가 완전히 파무칠 것 같은 푹신하고 큰 베개 사이로 손이 쑥 나오며 휴대폰을 잡는다.

문자와 전화만 겨우 받을 수 있는 90년대 후반의 폴더폰이다.

사내는 엎드린 채로 폴더를 열고 문자를 확인한다.

“한국 go ”

사내는 문자를 확인하고 몸을 돌려 눕더니 잠시 천장에 매달려서 돌고 있는 선풍기를 쳐다보며 혼잣말로 중얼져린다.

“한국? 드디어 쳐들어가는 건가?”

“그럼.....”


“김상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우리가 풀기 전까지만 해도 반응이 그렇게 좋았는데.... 막상 오픈하니까 접속이 왜 이렇게 안 되나-엉“

사십 대 후반의 중년 사내가 전면에 배치된 스크린을 보며 큰소리로 다그치고 있다.

“저도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스팀에 올리기 전 데모 게임을 풀 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었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게임을 론칭하고 일주일 정도만 해도 데모 때처럼 접속이 많았었는데 일주일 후부터 갑자기 게임 접속 시 버그가 생기고 특히 게임 상위 접속자들의 신상이 털려서 회사 게시판에 오르면서는 거의 접속이 올 스톱이 되었습니다.”

“뭐 게임 접속자의 신상이 털려?”

“예 저희 보안벽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해킹하기가 쉽지가 않을 텐데...”

“야 말이 왜 그래.. 해킹을 당했으면 당했다고 하던가 아니면 해킹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하던가 말을 쉽게 해야 되는 것 아냐”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은 분명 저희 시스템을 해킹해서 저희 고객사 명단을 빼내간 흔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뭐야 내부에서 명단을 뽑아서 줬다는 건가?”

“그것도 의심을 했었으나 고객 명단을 보려면 저나 대표님만 갖고 있는 식별 인증을 해야 되는 것이라 내부 소행도 없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게임업종에서는 불문율처럼 되어있는 [햇무리]를 통해서 론칭을 해야 된다 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한해서는 게임 내용이 너무 좋고 대모에서도 가히 천문학적인 인기가 있어서 그냥 저희가 론칭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일이 [햇무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햇무리]에 대해서는 모두가 쉬쉬하는 내용이고 [햇무리] 자체가 게임 시장을 번창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특별히 비판적인 내용은 없는데... 대체적으로 [햇무리]를 통하지 않고 론칭을 한 경우 대부분 실패를 한다고 합니다. 특히 게임 내용이 좋은 경우 더욱 빨리 막을 내리게 되고요"

“음... 우리가 너무 속단을 한 건가? 그럼 지금이라도 [햇무리]와 접촉을 해보지”

“알겠습니다. [햇무리]는 모든 내용을 온라인 처리가 원칙입니다. 제가 보고를 들였다시피 저희가 앞전에 내놓았던 <메두사>는 [햇무리]를 통해서 론칭을 한 거고 결과론적으로 세 번 업그레이드하여 일 년 반 동안 약 60억 원의 순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순이익의 10%인 6억 원을 [햇무리]에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희가 내놓은 <해무>의 경우 데모 시장에서 엄청난 호응이 있어서 100억 이상의 순이익이 예상되고 그럴 경우 순이익의 15%를 지급해야 됩니다.”

“15%라... 너무 센 것 아냐”

“그렇긴 합니다만 [햇무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게임업계에서는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질서를 잡아주고 있다는 그러한 기대를 갖게 해 줍니다. 특히 자본은 없고 스토리가 좋은 경우 무상 지원을 아낌없이 해줍니다. ”

“흠... 그런데 [햇무리]는 어떤 단체야”

“글쎄요.. [햇무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것도 없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 부장은 대표에게 [햇무리]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했지만 어슴푸레하게 혹시 [한겨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것도 잠시 김 부장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겨레]의 [백성]이 되기까지 약 5년간 노력한 것과 마지막 자격심사 시 맨 끝 줄에 다짐과 같이 쓰여 있는 문구를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 나는 [한겨레]의 [백성]으로써 [한겨레]의 모든 법령을 따를 것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겨레]에 대하여 의심, 의문, 배반을 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시 나는 먼지가 될 것이다 >


“팀장님 이곳은 어쩔 수 없이 지상 노출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좋아 그럼 프랜 B를 가동해”

“알겠습니다.”

“지상 980607 대기시키고 CCTV 조정시킨 1층에서 돌리다가 신호 보내면 바로 힌 원피스 들고 계산대로 보내”

“오케이”

문 입구에 한국 S-1이라고 쓰여 있는 상황실 문을 여니 수십 대의 화면이 켜져 있고 모니터 2개당 1명이 배치되어 손 빠르게 조정하고 있으며, 뒤에서는 40대 후반의 여성이 왼손을 가슴을 가로지르고 그 위에 오른손을 직각으로 대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고 있다.

“자-택시 신호등에 정지시키고 07은 천천히 우창 빌딩으로 걸어가”

“좋아.. 우창 빌딩 내부 CCTV 확인.. 입구부터 화면조정.. 내부 순차적으로 화면조정한다. 07 들어가서 1층 C1 부스에서 힌 원피스를 고르고 피팅룸으로 들어간다.. 좋아 C1 부스 쪽으로 지상 07 들어가고 뒷모습 클로즈업시켜 좋아 옆의 아띠한테 계산하고 신호등 방향으로 나가도록 해.. 좋아.. 정문 나갈 때는 지상 07 얼굴을 약간 옆면이 화면에 보이도록 하고...”

“좋아 지금부터 시작이다.. 07이 분장하고 나오는 대로 화면 조정하고 대기조들은 다른 사람들이 07을 보지 못하도록 할 것”

“1004호에는 몇 명이 있다고 했지”

“이형택 포함해서 5명입니다.”

"프런트를 통하는 것처럼 해서 전화 넣어 물하고 수건을 가져다준다고”

“알겠습니다.”

“띵동 띵동”

“누구십니까”

“예 물하고 수건 가져왔습니다.”

“딸깍” 하고 문이 열렸다.

20대 초반의 작은 키에 아주 평범하게 생긴 사내가 왼손 팔뚝에 물통을 넣은 나무로 만든 바구니를 끼고 수건을 두 손위에 공손하게 받치며 들고 들어왔다.

큰 덩치의 사람들은 왜소한 소년 같은 남성을 힐끗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 사내가 가져온 수건을 잡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왜소한 사내는 수건과 수건 사이에서 반 뺌 정도 크기의 칼을 빼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숙인 사내의 목을 무지개 마냥 동그랗게 그었다. 그리고 바로 뒤돌아서며 다른 손의 칼로 뒤따르던 사내의 명치 부분을 정확하게 찔러서 넘어뜨렸다.

순간 방안은 “뭐얏” 하는 외마디 외침이 울렸으며 덩치 큰 두 사내가 덤벼들었으나 두 명 다 목과 왼쪽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혼자 남은 사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누구냐.. ”라고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는 음성으로 물어보았으나 왜소한 사내는 씽긋 입술 웃음만 흘릴 뿐 가벼운 몸동작으로 사내의 목부분을 자로 잰 듯 가로로 반듯하게 긋고 버릇처럼 칼을 허공으로 힉 뿌리며 칼에 묻어있는 피를 허공으로 날렸다.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있던 사내는 목이 반쯤 꺾인 채로 쓰러졌다.

잠시 후 왜소한 소년 같은 사내는 분장한 채로 발랄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매장 밖으로 사라졌다.

이형사 뭐 좀 있나”

“햐- 정말 대단한데요.. 아주 숙련된 전문가 솜씨입니다.”

“이 큰 덩치들이 단 한칼에 정확히 급소를 맞고 쓰러졌어요.”

“보세요 건장한 남성 5명이 있었는데 어디 하나 흐트러진 것이 없습니다. 즉 싸움을 한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다가 당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혹시 뭐좀 날올지 모르니 감식반한테 지문이든 뭐든 잘 흩으라고 그래”

최반장은 복도로 나오며 통로 쪽을 감식하는 감식반한테 형식적인 말투를 던졌다.

“혹시 복도에 뭐 나온 거 있나”

“아뇨 전혀 없습니다. 정말 깨끗합니다."

“이봐 강 형사 일단 이 건물하고 건물 밖에 있는 모든 CCTV 확보해”

“허 이것 참 난감하구먼"

<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오후 6시경 우창 빌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는 5구의 시신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던 이형택 씨도 있었습니다.

사건 현장을 감식한 형사의 말에 의하면 조직 간의 알력 다툼인 듯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

“조직 간의 알력이라”

“이봐 이형사... 이형사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리고 CCTV에서는 뭐 좀 나왔어”

“아뇨 전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조직 간의 알력 다툼은 아닌 것 같습니다.”

“CCTV를 사건 발생 전과 후를 아무리 봐도 다른 조직에서 움직인 흔적이 없습니다.”

“그럼 자기들 끼지 찌르고 죽었다는 것야 뭐야?”

“일단 사건 전후로 2시간 내에 출입자를 집중 추적해 봐”

“알겠습니다”

4대의 모니터에 1명씩 형사들이 붙어서 눈을 부라리며 출입자를 관찰을 하였다.

“자 5시부터 시작한다. 저 힌 옷 입은 20대 여성하고 모자 쓴 할아버지, 빨간색 핸드백 여자 추적해..”

“20대 여성 화장실 들어갔다가 나와서 바로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빼”

“모자 쓴 할아버지는 커피숍으로 들어가서 동료인 듯한 남성과 이야기 중 47분에 동료랑 같이 나갑니다.”

“빼”

“빨간색 핸드백 여자 여성복 코너에서 옷 고르는 중.. 모자 상품점으로.. 지하 식품 코너로 이동.. 6시 20분 건물 밖으로”

“빼”

“5시 37분 저 뭐야 소년인가 키 작은 소년? 택시에서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감... 1층 C1 부스에서 힌 셔츠 들고 피팅품 입실. 1층 C1 부스 계산대에서 실랑이 벌어짐. 잠시 화면이 계산대를 비췸.. 키 작은 소년 힌 옷을 들고 계산 후 5시 47분 건물 밖으로 나감..”

“빼”

“그리고 5시 55분 유모차 추적... 6시 28분 건물 밖으로 나감”

“빼 - 휴”

이형사는 뭔가 통 알 수 없다는 눈길을 주며 고개를 갸웃한다.

“사건 발생 당일 모든 CCTV를 확인해 봤으나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 전후 2시간을 집중해서 살펴보면 들어가고 나온 사람들이 총 167명입니다. 그중에서 10분 이내에 빠져나온 사람들을 제외하면 136명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동선도 하나같이 문제가 없게 나왔습니다.”

반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조직 간의 알력에 의한 사건이라면 한 건 올리는 것에 아주 좋은 기회이지만 지금처럼 미궁으로 빠지게 돼서 잘못하면 조직 간에 복수가 이어지며 혈투가 벌어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하며 생각해 보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느낌이다.

“당분간은 집에 들어가기는 틀렸구먼"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