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새근 부장과 옥혜인 본부장은 이선재 국정원장의 저장고 내부에 안치되어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엄지손가락 본을 집어 들었다.
혹시 실리콘 재질의 엄지손가락 본이 찢어질까 봐 손가락이 작은 옥혜인 본부장은 자신의 엄지손가락에 이선재 국정원장의 실리콘 본을 끼워서 만년필 위쪽을 누르며 옷걸이를 좌측으로 한 바퀴 돌리니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던 캡이 열리며 얇은 판막의 저장매체인 반도체가 끼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왕혜인 본부장은 반도체를 집어서 가지고 온 노트북 옆부분의 홀더를 눌러서 열은 다음 반도체를 끼웠다.
노트북 화면에 이선재 국정원장의 영문 약자인 LSJ 폴더가 보였다.
옥혜인 본부장이 LSJ 폴더를 두 번 클릭하니 가장 최근에 녹음된 순으로 25개의 파일이 있었다.
옥혜인 본부장은 모든 파일을 자신의 노트북 하드디스크에 옮겼다.
녹음되어 있는 25개의 파일의 녹음된 날짜를 보니 최근 한 달 기간에 녹음된 파일은 동영상을 포함하여 7개가 있었다.
우선 7개의 파일 중 제일 먼저 녹음된 파일을 열었다.
하지만 내용은 일본 대사와 대화한 내용이 녹음된 것이었고 두 번째 파일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파일을 열었다.
“아-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시죠.. 저 이선재입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하하하”
역시 오새근 부장의 예상한 대로 이선재 국정원장과 최대철 대표와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이 있었다.
드디어 원하던 대화 내용이 나오자 오새근 부장과 옥혜인 본부장은 출입문의 잠김 장치를 확인하고 책상 위 노트북쪽으로 의자를 바싹 끌어당긴 후 녹화내용을 듣기 시작하였다.
“웬일로 바쁘신 원장님께서 전화를 다 주시고... 영광입니다... 하하”
“제가 뭐가 바쁘겠습니까.. 대표님이 나랏일 하시느라 바쁘시지요.. 요새는 대표님 덕분에 와이프도 병원일에서 손을 떼고 나니 집안 분위기도 좋고 아주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
“와이프가 병원을 넘기고 나서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하더니만 이젠 쉬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마음 고생한 반푼데기 아들놈 뒷 치닫거리하는 것도 좋다고 하고요.. 다 대표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은혜도 갚을 겸 겸사겸사해서 저녁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언제가 좋으신가요.”
“......”
“저는 이번 주는 금요일만 시간이 됩니다. 말 나온 김에 금요일 저녁식사는 어떠신가요?”
“......”
“장소는 그날 제가 전라도에 있는 익산을 다녀와야 되는데 혹시 괜찮다면 올라오는 길에 수원 쪽 홍화루라는 중국집에서 뵐까요? 대표님은 이천에서 오시면 한 시간 정도면 될 거고....”
“수원의 홍화루요?”
“예 혹시 아십니까?”
“아.. 아뇨.. 모릅니다. 저는 오후 7시 정도가 좋은데요”
“7시요.. 네 좋습니다.”
여기까지가 유선상으로 대화한 내용이었다.
그다음 네 번째 동영상 파일을 클릭을 하였다.
노트북 화면에는 둥그런 탁자에 나무 손잡이가 있는 주전자와 고려청자를 닮은 컵이 놓여 있었고 그 너머에 수수한 점포차림을 한 최대철 대표가 앉아 있었다.
화면상 최대철 대표의 얼굴은 언제나 그렇듯이 호남형 얼굴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장님께서 제가 자장면을 좋아하는지 어찌 아시고 이렇게 자리까지 내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 대표님도 자장면을 좋아하시는군요. 다행입니다. 저도 자장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이 자장면이라는 음식이 맛도 맛이지만 색깔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하얀 속살을 가진면을 거무튀튀한 자장소스로 버무려 주면 좀 전까지 하얀 속살을 뽐내던 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장소스로 흠뻑 적셔진 거무튀튀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정말 아름답지 않아.. 하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잘도 변신하는 것이 마치 우리들 인간사 같아서 말입니다. 하하하.”
“하이고 원장님은 자장면의 대가 이신가 봅니다. 허허허”
“자-드시죠”
“예 맛있게 먹겠습니다. 하하..”
“대표님 혹시 이천의 안상태 씨라고 아시나요”
“허-그럼요 이천에서 안상태 씨를 모르면 간첩이죠.. 간첩”
“제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정보를 보면 안상태 씨는 이천 주먹계의 대부로써 각종 이권사업에서 이득을 취하고자 완력을 행사를 했다는 말들이 있던데 대표님도 알고 계셨나요?”
최대철 대표는 무척이나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이선재 국정원장의 물음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쓴다는 의미인지 자장면을 크게 저분으로 퍼서 입에다 밀어 넣고서는 입을 크게 움직이며 씹고 있었다.
그런 최대철 대표를 바라보며 이선재 국정원장은 다시 물어보았다.
“안상태 씨는 지금은 물론 돌아가셨지만 주먹계의 대부인 것을 알고 있었죠?”
“그거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그분이 젊었을 적 잠시 몸을 담고 있었지만 그런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뜻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운영하였다고 듣고 있었습니다 만.”
“제가 이제부터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최대표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최대표님의 어릴 적 행적부터 이후 정치에 입문하기까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
“제가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하여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의뢰해서 정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최대표님 만큼 젊고 애국심이 투철하신 분을 한 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으로 최대표님한테 직접 물어보고 답을 듣고 싶어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겁니다.
“.........”
“첫 번째 묻고 싶은 질문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또는 그전에 안상태 씨로부터 자금을 받았느냐 하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수원 오늘 신문사 정치부 기자 김대신 씨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느냐 는 겁니다.”
“.........”
“지금 최대표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제가 최대표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시면서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 참.. 국정원장님은 나라의 녹을 먹는 분이신데 이렇게 남의 사생활이나 캐시면 되겠습니까? 지금 국가 정세가 어떤데 큰일을 하셔야죠 하하 참..”
“최대표님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는데 제가 최대표님에 대하여 이것저것 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서로 시답잖게 나라의 녹이니 나라의 큰일이니 하는 말은 하지 맙시다. 제가 지금 대표님한테 묻는 것은 앞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싶으냐 아니면 여기에서 멈출 것이냐에 대해서 협상하자는 카드를 꺼낸 겁니다.”
“지금 바로 이야기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압니다. 잘 생각하셨다가 일요일 오후 7시까지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국정원장인 내가 여기까지 말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기하신 후 답변을 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저녁값은 제가 계산합니다. 그럼... “
여기까지가 동영상이 포함된 녹음파일 내용이었다.
바로 다섯 번째 녹음 파일을 눌렀다.
전화 음성이 녹음된 파일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원장님. 최대철입니다.”
“아-네 역시 최대표님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시네요. 하하하”
“원장님 혹시 시간이 되시면 따로 만나서 말씀드리는 것이 어떤지요.”
“아니요.. 아니요.. 요즘 제가 바쁜 일이 생겨서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거기다가 국정원장이 야당대표를 수시로 만나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고 봅니다. 해서 만나는 것은 어렵고 전화상으로 듣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장님께서 일부러 시간을 내가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인생 후배로써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말씀하신 내용이 무엇일까 하며 골똘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문의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예 맞습니다. 저는 안상태 씨로부터 어릴 때부터 대학교 다릴 때 그 후 정치에 입문할 때 금전적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안상태 씨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은 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장학금 명목으로 받았고, 그 후 정치에 입문 시에는 저를 친 자식처럼 여겼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에 의한 정치 후원금으로 받은 겁니다.
두 번째 문의 사항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수원 오늘 신문사 정치부 기자 김대신 씨 뺑소니에 의한 사망 사건과 저와 어떤 관계를 물어보는 건지 도대체 감이 안 잡힙니다. “
“최대표님.. 나 국정원장 이선재입니다. 최대표님은 내가 추측이나 또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여 말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국정원장 이선재라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드립니다. 내일 이 시간까지 내가 묻는 질문에 대하여 정확한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섯 번째 녹음파일을 눌렀다.
“최대표님 시간을 잘 지켜주시네요. 좋습니다. 좋아요.. 하하”
“원장님 죄송한데 한 번만 만나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지금은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원장님 얼굴 뵙고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요 만나지 않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원장님.. 원장님이 무슨 일 때문에 화나신 지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사모님과 아드님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
“원장님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럼 내가 묻는 것에 대한 답변을 어서 말하세요”
“원장님 저 최대....”
이선재 국정원장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며 통화가 끊겼고 녹음도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곱 번째 녹음파일을 클릭했다.
일곱 번째는 전화가 끊긴 후 곧바로 최대철 대표로부터 온 전화였다.
“원장님 이대로 끊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가 안상태 씨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정말 제가 알지를 못하겠습니다. “
“최대표님 최대표님은 머리가 아주 좋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한 가지 힌트를 드릴까요.. 최대표님이 선거 일주일 전에 안상태 씨 집에 갔었죠”
“.....”
“왜 갔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최대표님은 그다음에 대해서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까?”
“원장님.. 원장님이 말씀하셨 듯이 저는 아직 젊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조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원장님.. 저 최대철을 한번 믿으시고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저도 원장님의 포부와 인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기회만 주신다면 원장님의 포부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습니다. 한 번만 만나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토요일 시간을 내주시면 우선 제가 사모님과 아드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드린 후 제가 준비한 서약서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가 전달할 서약서를 보시면 저의 모든 인생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보시고 그때에도 불만이 있으시면 어떠한 처분이든 받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이선재 원장과 최대철 대표와의 대화 내용과 동영상을 녹음한 것이었다.
“이봐 왕본부장 녹음 파일을 봐서는 일곱 번째 파일 이후에는 원장님이 최대표를 만났는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구먼..”
“이 파일의 녹음된 날짜를 보시면 돌아가시기 4일 전인데 혹시 다른 루트를 통해서 원장님과 최대표 사이에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을까요?
선배님도 잘 아시다시피 원장님은 어떠한 일이든 약속을 했으면 3일을 넘기지 않는 버릇이 있잖아요 “
“그렇지.. 흠.. 특히 이런 일이라면 더욱 그렇게 하셨을 텐데..”
“제 생각에는 이번 원장님의 일은 최대표와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듭니다. 선배님 저는 이 파일 이후에 최대철 대표 측과 원장님 사이에 어떤 연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원장님이 왜 그날 신라호텔에 가셨는지가 궁금해 죽겠어요.. 선배님이 사모님이나 비서한테 이날 갑자기 호텔에서 왜 주무시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