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아빠하고 애랑 같이 살 때는 뭐가 그리 바빠서인지 살림살이가 무엇이 있고 이런 것이 왜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못하고 살다가 요사이 집안 살림을 정리를 하는데 하나하나가 눈에 밟힙니다.”
“물건 하나하나를 보면 자꾸 눈물이 나요.. 애 아빠가 자신은 발에 무좀이 심하다고 손, 발톱깎이를 따로 쓰자며 사용하던 손, 발톱깎이, 플라스틱 주걱으로 뜨거운 밥을 담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며 도자기 주걱을 열개나 사 와서는 ”이 주걱이 다 좋은데 사용하다 보면 잘 부러진데 “ 하며 내밀던 도자기 주걱, 그리고 우리 애가 너무나 좋아해서 어디 출장 가면 항상 사 오는 자동차 모형들.. 사람들이 죽을 때가 되면 이것저것 정리를 한다고 하던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형수님 잘 이겨 내셔야 됩니다. 제가 형님하고 조카를 그렇게 만든 놈들 반드시 잡고야 말겠으니.. 부디 강건히 마음먹고 이겨내셔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막상 애 아빠하고 애가 그렇게 되고 나니 이 세상에 대한 정매미가 뚝 떨어져서 따라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죽였는지 꼭 묻고 싶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꼭... 반드시 잡아 오겠습니다. 그리고 형수님 아까 말씀하신 만년필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네 만년필...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보니 세근이 삼촌 이름이 있어서 삼촌한테 물어보고 버리던지 땅속에 묻어주려고 했어요.”
오새근 부장은 형수님이 건네주는 만년필을 잡고 살펴보았다.
오새근 부장은 만년필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으나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형수님을 보며 이를 꾹 다물며 참았다.
“형수님 이 만년필은 제가 형님 국정원장님이 되셨을 때 기념으로 드린 겁니다. 이 만년필은 형님의 손때가 뭍은 거니 제가 잘 간직하겠습니다. 이 만년필을 보며 형님과 조카의 원한을 잊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형수님 저는 이만 가보겠으니 아까 말씀드린 대로 마음 굳건히 먹으시고 잘 견뎌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참 오늘 제가 방문한 것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 방문한 것이 아니고 형수님한테 문안 인사차 온 것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저한테 만년필 주신 것은 아무한테로 말씀하시지 말아 주세요. 앞으로 형수님은 만년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잊어주세요. 이유에 대해서는 차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오새근 부장은 차를 김포공항 방향으로 몰았다.
가는 도중에 자신한테는 이년 후배이며 현재는 국정원의 계급 서열 4위인 옥혜인 본부장을 불렀다.
옥혜인 본부장은 항공대의 물류학 전공자로서 마약의 유통 등과 같은 범죄를 추적하기 위하여 뽑았으나 탁월한 기지와 영특한 두뇌의 소유자로 어떠한 어려운 일도 아주 쉽게 풀어내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재원이었다.
무슨 일이든지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고 동료들과 후배들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존경을 받았으며 이러한 모습이 눈에 들어서인지 이선재 국정원장은 오새근 부장과 옥혜인 본부장을 기밀공간을 열람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였던 것이다.
어느덧 차는 김포공항 활주로 쪽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김포공항의 활주로 지하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유사시 병력을 이동하는 통로뿐만 아니라 각 중요부처의 요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밀문서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구역이 바둑판과 같이 분리되어 있었다.
국정원은 이러한 공간 내에서도 가장 중앙 부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또한, 이선재 국정원장 시절 비밀리에 국정원장 이하 국정원 중요 요직에 있는 요인들의 기밀문서를 저장할 수 있는 기밀공간을 만들어 놓은 곳이기도 하였다.
이 공간의 이용은 국정원장이 지명한 자로써 보통 세명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공간에는 국정원장과 국정원장이 지정한 자의 이름이 적혀있는 3개의 작은 저장고가 있다.
그 공간에 있는 저장고는 국정원장의 경우 자신의 보안 칩을 이용하여 언제든 열어서 볼 수 있고, 다른 2명의 지명자는 각가의 보안칩을 동시에 접속하여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저장고는 지상으로부터 50m 깊이에 있다.
국정원의 경우 독단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기관과는 별도로 구획된 공간에 위치에 있다. 내부의 구획된 공간들은 국정원을 뺀 나머지 타 기관은 통로로 모두 연결이 되어 서로 왕래가 가능하지만 단 국정원의 공간으로는 들어올 수는 없다. 하지만 국정원에서는 본부장급 이상일 경우 왕래를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국정원과 타 부처 간에 연결된 문은 국정원 측에서는 열 수 있도록 락이 설치되어 있지만 타 부처에서는 열 수 있는 락 자체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새근 부장은 보안 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옥혜인 본부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 ”
평소의 옥혜인 본부장 같았으면 그동안 연락도 없었냐며 장난 삼아 주먹이라도 날렸을 텐데 때가 때인 만큼 진지한 눈빛이다.
“잘 지냈나”
“......” “이거...”
하며 만년필을 보여준다.
“뭐야 이 만년필은... 응 선배이름이 있네”
“응 내가 국정원장님.. 아니 형님한테 선물한 거야”
“뭐.. 그럼 이 안에 원장님 죽음의 원인이 있는 거야”
역시 머리회전이 빠른 옥혜인 본부장은 다그치며 물어왔다.
“아니 아직은 몰라.. 혹시 이 안에 내용이 있지는 않을까 해서”
“그럼 저 저장고 안에 이 만년필을 해독할 수 있는 무언가 있다는 거지”
“이 만년필은 녹음할 수 있는 기밀장치가 있는데 기밀장치에서 녹음파일을 읽어내려면 원장님의 지문이 필요하거든.. 내가 생각하기에 원장님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아마 이 저장고에 자신의 지문을 본뜬 것을 놓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야”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이 만년필은 선배가 국정원장님한테 선물한 거고, 만년필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지문이다. 그러므로 이 만년필을 우리가 활성화시키려면 이 만년필의 주인이었던 원장님의 지문이 필요한데 그 지문이 이 저장고 안에 있다는 말이네 그렇지 선배?”
무엇이든 정리하고 싶어 하는 옥혜인 본부장다운 추리다.
“맞아 형님 성격이라면 반드시 어떠한 형태라도 이곳에 보관하지 않았나 하는 거야.. 우선 옥본부장의 보안칩을 줘봐”
십자가 형태의 목걸이 아래쪽을 돌리니 작은 칩이 하나 나왔다.
오새근 부장은 자신의 보안칩과 옥혜인 본부장의 보안칩을 칩 홀더에 끼워서 국정원장 저장고 락 구멍에 끼웠다.
잠시 시간을 끌며 보안절차가 이루어지며 문이 열리고 내부가 보였다.
내부에는 검은 천으로 된 손가락에 실리콘 재질의 엄지손가락 본이 끼워져 있었다.
“워.호. 여기야 여기”
목소리가 크기도 하지만 인도계의 쭉 빠진 미인이 손을 번쩍 들어서 수 인사를 하니 로만티구스 빠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인도계 여성과 터벅터벅 들어오는 왕산을 번갈아보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 한국에서는 되도록 모자를 쓰지.. 이 나라는 말이야 뭐가 그리 궁금한지 온 천지가 CCTV야..”
“,,,,”
“아직까지는 왕산의 활동이 한겨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인지 윗선까지는 보고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서 한겨레 경계 지명선상에 오르게 될 수도 있거든”
“....”
“어때 공항에서는 내가 알려준 출입국심사 게이트로 잘 나왔어?”
“응 그런데 리아는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잘 알고 있지”
“호호.. 머니지 머니.. 머니의 파워”
“나도 그렇고 내가 루트별 아는 사람들 출입국시 아주 필요하거든.. 비행기로든 배로든 위험에 따라 안전하게 출입국 할 수 있는 루트가 있어야 되니까 말이야”
왕산과 리아는 바텐더 옆쪽으로 나무와 테이블 등으로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는 자리에 앉았다.
“여기는 내가 운영하는 빠야. 여기를 결정할 때 주변환경,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분 등 여러 가지 신경을 썼는데 그중에서 특히 신경을 쓴 것은 CCTV 설치 위치야. 아까도 말했듯이 이 나라는 무슨 관음증이 있는 건지 무슨 CCTV가 그렇게나 많은지 움직일 때마다 참 신경이 곤두서지.. 그래서 여러 가지 알아본 후에 결정한 곳이 이곳이야. 이곳은 빠 입구에서 어느 쪽 방향이든 500m 이내에는 CCTV가 없어 즉 택시를 이용하여 여기를 들어온다던지 반대로 여기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경우 추적이 어렵다는 거지.”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앞으로 여기는 왕산이 서울에서 활동할 때 연락처로 사용하면 돼..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저 바텐더한테 말하면 웬만한 일들은 알아서 처리를 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