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다.

제13화 최대철의 과거

by 이and왕

오새근 부장도 이선재 국정원장으로부터 이러한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듣고 있어서 잘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오새근 부장은 이선재 국정원장의 은밀한 명으로 수사를 하였던 두 명의 수사관을 불러서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취합하여 보고한 자료를 건네받고, 부연설명을 듣게 되었다.

두 명의 수사관이 보고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 최대철 의원을 내사하기 시작한 두 명의 내사과 수사관은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할 정도로 최대철 의원의 모든 사생활과 공직생활은 무엇하나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였다.

현 야당총재인 최대철 총재는 이천 출신으로 40대 초반에 경기도 이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을 하였다.

젊은 나이임에도 매우 저돌적이며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국회의원 2선 만에 제1야당 총재 자리에 올랐으며, 차기 야권 대권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특히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에 걸맞게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젊은 층과 중장년층으로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여당에서는 최대철에 대해서 지방의원이며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화려한 언변과 소신 있는 행동으로 동료 의원들뿐 만 아니라 타당의 의원들마저도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모범적인 가정생활이 입소문을 타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급상승하게 되어 눈여겨보게 되었다.

최대철 의원의 사생활이 매우 투명하고 지역구인 이천 관내에서도 사리사욕이 없는 깨끗한 정치인으로서 다산 정약용이 환생하였다고 할 정도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세를 얻고 있었으며, 특히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도 아내의 남편으로서도 매우 다정다감한 따뜻한 면면을 가지고 있어서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를 못하였다.

두 명의 베테랑 수사관들은 정치인 최대철을 내사하면서 언뜻 자신들 마저도 존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대로 보고하기에는 자신들을 믿고 일을 맡긴 이선재 국정원장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미쳐서 두 수사관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다.

우선 최대철 의원의 탄생부터 정치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해 보기로 하였다.

추적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장동익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며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동익은 이천 지역 출신으로 이천의 폭력조직의 대부였던 안상태의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오다 몇 해 전에 안상태가 노환으로 별세하며 뒤를 이은 큰아들 안태일에 의해 거의 빈 몸으로 쫓겨나다시피 하여 현재는 동해안 남애리에 집하나를 얻어 살고 있었다.

두 수 사관이 수소문 끝에 장동익을 찾아서 안상태와 최대철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으나 처음에는 아는 것이 없다며 아무런 말을 해 주지를 않았다.

노련한 수사관들은 장동익이 안상태의 뒤를 이은 안태일이 자기 세력을 구축하기 위하여 장동익을 몰아낸 것을 알고 있어서 은근히 미끼를 던졌다.

요 근래 최대철 의원이 대권주자로 나서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이천을 안태일에게 넘기려고 한다는 말을 해주니 그때서야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며 안태일은 표리부동한 자이며 그런 자는 절대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안상태와 최대철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최대철 의원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을 하였다.

어머니는 가지고 있는 돈이나 마땅한 기술도 없는 관계로 이집저집을 돌아다니며 소일거리를 도와주며 그날그날 끼니를 이어갔다.

하루는 그 지역의 유지이며 갑부인 안상태의 집안일을 도와주러 가게 되었는데 어머니의 곱상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 원짜리 돈다발을 툭 던져주며 목욕을 하고 오라고 했단다.

어머니는 그렇게 열흘이나 이십일에 한 번꼴로 안상태의 노리개가 되어주고 돈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창피한 마음에 안상태 방에서 나올 때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이며 주위를 살피면서 나왔으나 언제부터인지 이런 것도 내복이다 하며 안상태로부터 받은 돈을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당당하게 들고 나왔고 가끔은 자신의 아들인 최대철이도 데려가기도 하였었다.

안상태는 일을 마치고 어머니와 나오면 “안녕하세요” 하며 밝게 인사를 하는 어린 최대철이를 보고 “허 그놈” 하다가 어느 사이엔가 어린 최대철의 싹싹함과 영특함이 마음에 들어서 인지 어머니에게 “우리 집에 올 때는 대철이도 데리고 와라” 하였다고 한다.

안상태는 최대철이가 커나가는 모습을 보며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어느 날인가 안상태가 지인과 바둑을 두고 있는데 큰 대마가 외통수에 몰려서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 생인 녀석이 불쑥 “어르신 이쪽 패만 잘 이용하면 꽃놀이 패라서 어르신 대마를 잃더라도 이쪽의 대마는 잡을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하며 훈수를 두었다고 한다. 안상태가 가만히 보니 기묘한 수라 마음속으로는 무릎을 탁 쳤으나 “이놈 어른들 바둑을 두는데 무슨 방정인가” 하며 호통을 쳐서 최대철이를 내쫓았었다.

안상태는 바둑이 모두 끝나고 최대철이를 다시 불러서 넌지시 물었다.
“바둑은 어디에서 배웠으며 어느 정도 두느냐”

“네 바둑은 별도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다만 어르신이 두시는 것을 뒤에서 보다가 무척 재미있는 것 같아서 어르신이 보시다 버리신 책을 보았습니다.”

안상태는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는 최대철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바둑을 볼 수 있을 정도면 최소한 아마추어 1, 2단은 족히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는 “이놈이 내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처음에 안상태는 최대철이를 바둑 쪽으로 키워볼까 하고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두고 보니 공부 쪽에도 매우 뛰어나고 특히 말주변이 좋아서 최대철이 주위에는 같은 나이 또래부터 상급생이나 하급생들까지 항상 들끓었으며 초등학생 때도 그렇고 중학교에 가서도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으며 리더십도 좋아서 총학생회장을 도맡아서 하였다고 한다.

안상태는 그때부터 영특하면서도 리더십도 있고 집념과 야망이 있는 최대철을 잘 키워서 법조계를 거쳐 정치 쪽으로 입문을 시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한다.

그렇게 되면 최대철이보다 두 살이 적은 자신의 아들이 성장하였을 때 좋은 동업자로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았다.

안상태는 현재는 이천 지역의 유지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지만 젊었을 적에는 누구나 두려움에 떨게 하는 악명 높은 폭력조직에서 몸담았으며 결국 보스의 자리까지 올랐었다.

현재는 명목상 고문의 자격으로 한발 물러나 있지만 조직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든 사업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었다.

안상태는 나이가 들면서 정계 쪽에 진출을 할까 하는 생각으로 정치인들도 두루두루 만나고 다녔지만 자신이 젊었을 적에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이력으로는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의원에도 입출마를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안상태는 이러한 자신의 한을 아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서 조직의 일과는 거리를 두고 키우려 하였으나 아들은 이런 바람을 무시라도 하듯이 젊었을 적 자신과 똑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안상태는 이런 자식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부모로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혹시 자신이 죽더라도 아들을 지켜줄 수 있는 방패막이를 만들고자 최대철을 후원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키우고자 하였던 것이다.

안상태는 우선 자신의 호를 따서 벽송장학회를 만들었다.

이천에서 태어나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매년 다섯 명을 선발하여 등록금 등을 후원하게 하여 공식적으로 최대철의 등록금을 후원하였고, 비공식적으로는 서울에 집을 한 채 장만하여 기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오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사를 도와주는 가사도우미까지 채용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이런 후원을 등에 업은 최대철은 기대에 부응하 듯 대학교 4학년 때 사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을 하였으며, 연수원 성적도 우수하여 검사에 등용이 되었다.

최대철은 검사에 임용이 되어서도 특유의 언변과 친화력으로 동기 중 가장 빨리 진급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최대철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사건의 특임 검사를 맡게 되었고 그 사건을 처리하며 각종 매스컴에서 극찬을 받으며 일약 스타 검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해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으로부터 고향인 이천지역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을 받게 되었고 이천지역 역대 최고의 표차로 승리하여 40대 젊은 국회의원으로서 배지를 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회의원 선거유세를 하는 기간 중에 풀리지 않는 의심스러운 일이 한 가지 있었다고 했다.

장동익이 기억하기에는 최대철은 대학시절에는 몇 번인가 인사차 안상태 집에 방문을 하였으나 검사에 임용되고부터는 일체 출입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안상태가 최대철한테 넌지시 일러서 발길을 끊었다고 하였다.

안상태는 최대철이가 자신과 엮이게 되면 혹시 좋지 못한 소문이 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그만큼 안상태는 최대철이를 자신의 자식보다도 더 아끼는 존재였으며, 최대철 또한 그런 안상태를 신적으로 존경하는 관계였다.

그러던 중에 국회의원 유세가 한창일 때 정확하게는 선거 사흘 전 쯤에 갑자기 최대철이가 얼굴이 굳은 표정으로 다급하게 안상태를 찾아왔었다고 한다.

최대철이는 안상태와 단 둘만의 대화가 필요하니 모든 사람들을 물려달라는 요청을 하여 두 사람만 방안에 남겨놓고 모두 밖으로 나왔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최대철이가 조금 풀어진 얼굴로 나와서 장동익한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고 바쁘게 돌아가고, 안채에서는 안상태가 장동익을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