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야기...
제44-2.. 냄새를 맡는 기적이 일어나다.
후각을 되찾았다.
4년 전 축농증이 너무 심해서 강남에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에서 3박 4일간 입원을 하여 양쪽 코 축농증, 코뼈의 만곡에 대한 수술을 받았다.
모든 수술이 어렵겠지만 코 수술은 정말 힘들었다.
수술부위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코 안쪽 깊숙하게 찔러 넣은 솜으로 인한 답답함을 정말 견디기 힘들었고 수술 시 마취는 하였지만 전신이 아닌 부분 마취를 해서 수술할 때 발생하는 해괴망측한 소리를 모두 듣게 되고 이런 소리들로 인해 느껴지는 공포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었다.
수술을 견디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코 내부의 살들이 잘 아물게 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든 힘든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일 년, 이년이 지나도 냄새를 못 맡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완전히 후각을 상실한 느낌이 들 정도로 냄새를 맡지를 못했다.
커피 향, 김치찌개의 냄새는 물론이고 컵라면의 냄새조차도 맡지를 못했다.
절---망....
정말 절망이 컸었다.
그 고생을 하며 수술을 받고 견딘 것은 어찌 보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게 한몫을 했었는데 냄새를 못 맡게 되다니.....
그런데 이런 나에게 기적이 생겼다.
작년 연초 A형 독감에 걸렸었다.
매년 독감예방접종을 했었는데 재 작년 일이 너무 바빠서 접종을 하지 않았는데 하필 딱 그때 걸린 것이다.
정말.. 정말 온몸이 아팠다.
병원에 가니 코로나 검사키트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바로 A형 독감에 걸렸다고 알려준다.
“타미플루 복용”
낑낑 거리며 머리도 아프고, 살도 아프고 그냥 여기저기 마구 쑤시는 몸으로 며칠인가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아침.... 샤워 중에 갑자기 바디클렌징 냄새를 맡게 되었다.
“어? 뭐지? 왜 냄새를 맡지? 아파서 헛것이 보이는 것이 아니고 헛 냄새를 맡나?”
평소에는 느낌으로 “이 바디클렌징은 이런 냄새가 나겠지?” 하는 형태적 인식을 하였는데 이와는 확연히 다르게 진하고 아주 향긋한 냄새를 맡은 것이다.
“우와... 기적이 일어났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그냥 스치는 듯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하게 냄새를 맡는 것이다.
“아 이런 것이구나 냄새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혹시 오늘 하루만 나나하는 의심스러운 조바심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뽀르르 달려가서 문을 열었는데 “와.. 냄새가 난다 냄새가” 한 대여섯 가지의 냄새가 혼용되어 맡아지는 것이다.
내가 큰소리를 치니 아내가 와서 “무슨 일이야 한다.”
“냄새가... 냄새가 나... 흑흑”
진짜 눈물이 글썽거렸다.
어쩌면 앞으로 죽을 때까지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체념과 낙담을 하였는데 기적처럼 냄새를 맡게 된 것이다.
식탁으로 가니 “김치냄새” 가 나고 “청국장찌개 냄새” 가 나고 또 달걀 프라이를 했는지 구수한 기름냄새도 났다.
토요일에 중국집으로 갔다.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는데 너무나 친근한 “자장면” 냄새가 느껴졌다.
“아 얼마만인가?” 한 17년 전쯤에 이렇게 맡았으리라...
코로 냄새를 맡는다는 것...
이 사항은 코를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해 이러한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 이러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복된 것인가를 알게 된다.
오늘도 특정 냄새를 맡았을 때 그 냄새가 좋은 향기이던 나쁜 냄새이던 상관없이 “하나님 나에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적을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그런데 의문 사항이 있다.
2년 전 코수술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냄새를 맡게 된 것인가? 아니면 A형 독감에 걸리고 열과 함께 많이 아프면서 복용한 타미플루에 의해 맡아지게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