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다.

제20화. 최대철과 허태경의 만남

by 이and왕

“어서 오세요 삼촌.. 여기는 최대철 대표님”

적당한 키에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가진 40대 후반의 사내가 들어왔다.

사내는 약간의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오른손을 내밀며 최대철 대표한테 악수를 청하였다.

“허태경입니다”

“아. 네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다고요. 죄송했습니다.”

사내는 별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삼촌! 여기 계신 최대철 형님은 큰일을 하시느라 언제나 바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삼촌을 뵙자고 한 것은 몇 년 전 최대철 형님 일로 아버님이 삼촌한테 부탁을 한 것에 대한 뒷이야기입니다.”

안태일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잠시 말을 멈추고 허태경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허태경은 앞에 걸려 있는 “죽고 살던가 살고 죽던가”라고 쓰여 있는 안상태가 직접 써서 만들어 놓은 액자를 지그시 쳐다볼 뿐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삼촌! 몇 년 전 차사고 나서 골로 갔던 수원 기자놈일을 최대철 형님도 손쓰기 버거운 놈이 갑자기 다시 들춰내서는 우리를 난처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아버님이 손을 써서 기자 놈을 죽게 만들었고 그 배후에는 최대철 형님이 있다며 협박을 하고 있다는 거지요”

안태일은 또 말을 멈추고 허태경을 쳐다봤다.

허태경은 역시 말없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앞에 있는 액자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놈이 최대철 형님이 아무리 좋은 말로 해도 안 듣고 협상을 하자고 해도 받아주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삼촌한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려고 오시라고 한 겁니다.”

“지금 나한테 압박을 해오는 사람은 현 국정원장인 이선재 원장입니다.”

최대철이가 협박을 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 말을 하자 그제야 허태경이는 액자에 고정되어 있던 눈을 약간 크게 뜨며 최대철 대표한테로 옮겨서 쳐다봤다.

“예? 국정원장요?”

안태일은 깜짝 놀라는 삼촌을 쳐다봤다. 평상시 웬만한 일에는 놀라는 일이 없는 삼촌인데 협박의 상대가 국정원장이라는 말에 놀라는 모습이 보이는 것을 봐서는 삼촌도 일이 크게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는 듯했다.

“예 국정원장이 그때의 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한테 협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이 건으로 인해서 수사가 진행이 된다면 나도 나이지만 나로 인해서 어르신이 이루어놓은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됩니다.”

“흠..”

허태경은 깊은숨을 내쉬며 버릇처럼 또다시 액자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고, 나머지 두 사람도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는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맨 먼저 허태경이 입을 열었다.

“최대표님이 우리 조카를 찾아온 이유, 그리고 조카가 나를 찾은 이유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하며 허태경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

“내가 죽고 대신 살린 최대표님에 대한 근황을 태국에 있을 때도 간간히 듣긴 들었었는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우리 최대표님 제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많은 권력을 가진 엄청난 위치에 계시더군요. 그런데 그런 분이 조카를 찾고 더구나 나까지 보자는 것은 뭐 딱 한 가지 이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허태경은 말을 멈추고 최대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지금 최대표님을 협박하는 작자가 웬만한 크기의 사탕 물림으로는 협박을 접지는 않을 것 같고, 정치적으로 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순간적으로 흠칫하며 최대철은 허태경이 정곡을 찌르 듯이 훅하고 들어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면초가의 심정이라 뒷말이 궁금하여 재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최대표님이 큰일 하시느라 바쁘신 몸이다라고 하시니 바로 물어보겠습니다. 나보고 또 한 번 내가 죽고 당신을 살려라. 이건가요?”

“아닙니다. 절대 당신을 죽게 만들지도 곤경에 처하게도 하지 않겠습니다.”

“최대표님 나는 돌아가신 어르신 하고 살아오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받은 만큼 돌려 주리라 “입니다.

그래서 우선 정리를 확실하게 한 다음 그다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앞전 수원 기자 일은 어르신이 부탁을 해서 한 일입니다. 어르신한테 받은 은혜..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어르신을 위해서 한일이라는 겁니다. 그때 일을 마치고 태국으로 넘어갈 때 어르신이 부르셔서 고맙다며 이 일은 자신이 꿈꾸고 있는 세상일이 있는데 그 꿈을 실행시켜 줄 사람이 곤란하게 되어 부탁을 하였다며 이해를 해 달라고 말씀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어르신 이번일은 어르신을 위해서 한 일입니다.” 하고 어르신한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르신이 “참 놈하고는” 하며 그 이후로는 그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일은 이유가 무엇이든 최대표님이 나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은 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어쩌튼 저 때문에 그런 곤경을......”

허태경은 최대철의 말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

“현재 최대표님의 의중을 국정원장을 제거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꼭 제거라고는....”

가만히 듣고 있던 안태일이 발끈 화를 내며 말을 끊었다.

“형님! 그럼 왜 삼촌을 오라고 하신 겁니까? 이 자리는 서로가 솔직해져야 믿고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좋아. 내가 말실수를 했어.. 알았어 동생이 말한 것처럼 지금부터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겠어”

“좋습니다. 그럼 아까 한 질문 다시 하겠습니다. 국정원장을 제거해 달라는 겁니까? “

“그렇소”

“최대표님도 잘 아시겠지만 국정원장은 기자 놈 하나 없애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거야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지만 내 실력으로는 국정원장 제거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최대철은 허태경을 만나면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어서인지 바로 낙담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우리 조직의 힘으로는 시간도 부족하고 혹시 실패했을 때의 뒷감당이 안될 것 같습니다.”

“삼촌! 그렇게 되면 국정원장이 우리 조직도 쑥대밭을 만들 텐데 어떻게 하죠. 어차피 죽을 거라면 힘이라도 한번 쓰고 죽는 것이 낫지 않겠어요?”

“조카 잠깐 이 문제는 동네 패싸움이 아니야.. 이 싸움은 단 한 번의 싸움이야 한번 싸워서 지면 그대로 끝이라는 소리야”

“그래도...”

“이 싸움은 싸움을 하는 순간 이기는 것은 당연하고 이긴 뒤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어야 돼.”

“허태경 씨 말씀이 틀린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상대하려고 하는 자가 대한민국의 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원장인 만큼 지금 말씀하시는 것 이상으로 위험이 따르며 실행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동생하고 허태경 씨를 보자고 한 것은 이번일은 실행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가 지금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 외에는 어느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극비여야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 사람도 이유야 어찌 되었든 연류가 되어 있으니 외부로 발성하지는 않겠지만.....”

“참 형님도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이런 일을 우리가 뭐 하러 떠벌리고 다닙니까.”

“나도 현재 정치를 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같은 당에서 호형호제를 하며 한솥밥을 먹는 사이일지라도 수가 틀리면 언제 어디서 내 뒤통수에 비수를 꽂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할 때도 무척 조심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현재 야당의 대표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 외에는 어느 누구와도 이 문제를 가지고 협의를 할 수 가없는 실정입니다.”

“삼촌! 까짓 거 우리가 하죠.”

“조카! 조용.. 가만히 있어”

“알았습니다”

안태일은 허태경의 눈을 쳐다보고 눈을 내리깔며 입을 다물었다.

“최대표님 오늘은 그냥 가시고 내가 내일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내일요? 무슨 좋은 방도라도 있으신가요?”

“최대표님 이번일은 우리가 하기에는 너무 큰 일입니다.”

최대철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럼 다른 조직을 끌어드린다는 말씀이세요?”

“최대표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냉정하게 생각하시고 결정을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우선 이번 일은 우리 같은 일개 폭력조직이 처리를 하기에는 뒷감당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실력 좋은 놈들을 수배해서 일을 처리했다손 치더라도 상대가 국정원장이니 일처리 후 국정원의 추적을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쪽에서든 비밀이 새어나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이번일은 시작을 하면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하고, 성공한 후에도 우리 조직이나 최대표님한테 그 어떤 혐의 점도 찾을 수 없도록 일처리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허-참.. 허태경 씨 그걸 내가 모르겠습니까. 새삼스럽게 말씀을....”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씀인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최대표님만 아시고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사항입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으시겠습니까? 약속을 지키신다면 내가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내일 결과에 대해서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최대철 대표는 무슨 말이길래 이리 뜸을 들이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허태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좋소.. 오늘 이 방 안에서 들은 말은 절대 내입으로는 말하지 않겠소.”

“그럼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이번일을 시행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조직에서 별도의 지침이 있기 전까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둘째 일을 시작하게 되면 중간에 절대 중단이나 변경을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입니다.

이두가지에 대해서 최대표님이 확실한 답변을 해 주시면 내일 오후 7시 전까지 최대표님을 찾아뵙고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니 허태경 씨 내가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일은 절대 다른 조직이 알아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럼 확실하게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조직은 최대표님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큽니다. 또한, 이 조직에 일을 맡기시면 거의 백 퍼센트 성공을 확신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 조직이나 최대표님한테 절대로 누를 끼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허- 우리나라에 그런 조직이 있다고요? 폭력조직입니까?”

“그런 시시한 조직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조건은 뭡니까? 돈을 얼마를 줘야 되는 거죠?”
“돈은 필요 없습니다.”

“뭐라고요.. 돈이 필요 없다니요. 그럼 그런 위험한 일을 무보수로 해 준다는 겁니까?”
“이 조직은 사업가한테는 돈을 받지만 정치인한테는 권력의 일부를 이양받기를 원합니다.”

“뭐요.. 권력?”

“예. 최대표님 위치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의 나눔이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우리 쪽이나 최대표님한테는 시간이 없습니다. 결정을 하십시오”

“잠깐만 제가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국정원장을 제거할 수 있는 확실한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이 움직인다면 백 퍼센트 성공을 자신한다고 하셨고, 혹시 실패든 성공이든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이거 내요. 그리고 그 대가로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권력의 일부를 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고요. 내용은 알겠는데 거기서 요구하는 권력은 무언가요?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선을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면 그쪽에서 일의 경중에 따라 조건을 제시하게 됩니다.”

“좋습니다. 우선 제 입장에서는 여기서의 모든 이야기는 제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대신 허태경 씨는 의사를 전달하고 저한테 조건을 알려주세요. 혹시 조건 자체가 너무 무모하다면 저도 결정할 수가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내일 오후 7시까지 찾아뵙겠습니다.”

최대철 대표는 무언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일은 어떻게든 소리 소문 없이 처리를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어금니로 입술을 아프도록 깨물며 밖으로 나갔다.

안태일은 최대철 대표가 나가자 허태경에게로 바짝 다가서며 묻는다.

“근데 형님 정말 이런 큰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알고 계세요?”
“동생 미안한데 동생은 여기까지만 알고 있어 그래야 동생이 편해”

허태경의 쇳소리가 나는 저음의 말소리를 내뱉고는 입을 다물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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