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다.

제24화 이천으로 향하다.

by 이and왕

왕산은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이천행 버스표를 구매한 후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낮시간이라 자신을 포함하여 총 5명 정도가 탄 것 같았다.

고속버스가 출발을 하고 앞쪽에 매달려 있는 스크린에서는 차 안에서의 에티켓이나 안전벨트 매는 방법에 대해서 안내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도착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나온다.

이천이라는 곳이 서울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였다.

이천에 가면 어떻게 허태경에게 접근을 하여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직접 만나봐야 될까? 아니면 안상태를 먼저 만나봐?

고속버스가 신갈을 지나 영동고속도로로 진입을 하며 차창 너머로 창 가득 보이던 빌딩은 사라지고 푸른 이파리를 가지에 잔뜩이고 서 있는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창너머로 연녹색의 산야를 보다가 따스한 햇살이 눈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깜빡 졸았는지 아득하게 이천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이천의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왕산은 주위를 둘러보며 우선 배가 고파서 근처의 음식점을 둘러보았다.

김밥과 라면 등을 파는 분식집이 눈에 들어왔다.

김밥이나 떡볶이, 라면은 섬에서 훈련을 받을 때 우리들이 가장 좋아했었던 음식들이다.

섬에서 훈련을 받을 때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돌려가면서 먹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무조건 한국 음식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김밥이나 떡볶이, 라면을 가장 좋아했었던 기억이다.

가게로 들어가서 떡볶이 1인분과 어묵 두 꽂이, 김밥 두 줄을 시켰다.

떡볶이와 어묵 두 꽂이가 어묵국물과 같이 먼저 나왔다.

어묵국물을 후후 불어 마시며 떡볶이를 먹는데 기억 저편에 자리 잡고 있던 섬에서의 피눈물 나게 훈련받던 생각과 친구들이 떠 올랐다.

지옥과 같은 훈련을 받으면서도 서로 힘이 돼주었던 친구들... 부모나 형제가 없었던 우리들은 우리와 같이 훈련을 받는 친구들이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최대철을 만나고 돌아온 오세근은 오랜 국정원에 몸을 담은 생활에서 느껴지는 느낌으로는 최대철과 국정원장의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엮여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뚜렷한 증거나 물증이 동반되는 확신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최대철에게 국정원장과의 전화통화나 만남에 대해 물어봤을 때 최대철의 행동과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말투가 무언가를 숨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최대철... 최대철이라.. “

최대철이 국정원장의 죽음을 사주했다면 과연 누구에게 사주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대철을 도와준 이천의 안상태 조직? “ 하지만 일개 지방 소도시의 무뢰배들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길 최대철도 아닐 것이며 자신이 본 국정원장의 피살 현장도 일개 깡패 조직이 처리하였다고 믿기에는 너무나 완벽하고 깔끔한 피살 사건이었던 것이다.

현장 검증 시에도 최고의 숙달된 검증요원을 대거 투입을 하였지만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가 없었다.

호텔 출입자, 호텔 근처 내외부 CCTV, 싸움의 흔적, 지문 등 어디에도 침입 흔적이 없었다.

오세근은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조사를 해야 될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조사할 대상이 야권 대권 후보이며 현재로서는 내년 대선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다 보니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조만간 국정원장 인선이 있을 것이다.

내부 서열로는 자신이 제일 앞서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봐서는 전 보안사령관을 지낸 이철재가 국정원장으로 낙점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숙해 온다.

”그러면.... 나는.... “

오세근은 주먹으로 책상을 ”꽝“하고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내가 너무 서둘렀나? “

일단 국정원장 인선이 발표된 뒤에 국정원장의 죽음을 캐는 일과 최대철 만나는 것을 할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혹시 나를 아프리카 쪽으로 보낸다면...... “


왕산은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와 이천 시내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왕산이 서울에 있을 때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천은 시민이 약 25만 명 정도의 중소 도시이지만 대기업인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고 서울 근교라는 메리트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활기찬 도시 중의 하나이며 옛날부터 임금님한테 진상하는 쌀의 본고장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지역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정시대와 광복시기를 거치면서 이름난 깡패를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내용도 접할 수 있었다.

이천의 크고 작은 상권과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등은 물론이고 각종 이권이 형성되는 곳에는 이들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내용도 알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권 개입의 뒷 배경에는 지금은 죽고 없는 안상태라는 걸출한 인물에게서 형성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상태는 젊었을 적 주먹세계에 있어서도 알아주는 주먹이었지만 항상 약자들에게는 무척 너그러웠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에게는 잘 챙겨주어 모두 마치 가족의 어른으로 여기는 존재였었다.

안상태가 나이가 들면서 공식적으로 주먹세계에서는 은퇴를 하여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을 때도 이천에서 발생하는 이권이나 패권 다툼이 생기면 당사자들을 불러 중재를 하여 큰 소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있어서 이천의 국회의원이나 시위원들은 물론이고 경찰 고위관계자나 관공사의 고위급이 발령받아 내려오면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꼭 하는 존재였다.

왕산은 리아가 부탁한 허태경에 대한 일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허태경에 대한 직접 조사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우회적으로 허태경의 존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안상태와의 관계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안상태는 죽고 없다.

안상태에게는 안태일이라는 외아들이 하나 있기는 한데 아버지 안상태가 죽고 나서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안태일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기반을 주축으로 주류나 토목사업을 확대하려고 하였으나 아버지와는 달리 안태일은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려고 하는 욕심을 너무 부려서 아버지의 옛날 동지들이나 후배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로 욕심이 많은 안태일은 태국에 있는 허태경을 불러들여 조직 강하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왕산은 상점가가 길게 늘어서 있는 로데오거리를 걸어가며 안태일에게 어떻게 접근을 할 것인가를 고민을 해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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