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다.

제23화 최태평과 오새근의 만남..

by 이and왕

최태평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자기 앞날의 최고 골칫거리를 쳐내기는 했으나, 그로 인해 떠안게 된 조직은 상대하는 것이 영 꺼름직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선재 국정원장한테 추궁당할 때는 너무 다급하여서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조직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하였으나 막상 숙적이 제거되고 평상의 상태로 돌아오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머리 좋기로 소문이 난 최태평도 행동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아 망막하기만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의 요구조건을 무시한다면 국정원장을 단 며칠 만에 소리 소문 없이 해치우는 것을 보면 자신 또한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뒤가 껄끄러워서 국정원과 검찰, 경찰 쪽에 하루빨리 사건의 진상을 보고하라고 다그치고 있지만 어떠한 흔적조차 찾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상대한 조직은 과연 어떤 조직일까?

최태평 의원이 사무실에서 끙끙거리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뭐야”

최태평은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그런지 평소와는 다르게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의원님 국정원의 오새근 총괄부서장이 찾아오셨는데요”

“오새근?”

“예 국정원장과 관련되어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고 합니다.”

최태평은 [오새근] 하고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건장한 체격의 중년 사내가 들어와서 깍듯하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저는 국정원의 오세근입니다”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어서 오세요.. 자 앉으시죠.. 커피 한잔 할까요?”

“예 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부탁드립니다.”

최태평은 인터폰으로 녹차 한잔과 커피 한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요 근래 처음 보는 얼굴인데 국정원 어디 소속입니까”

“네 저는 몇 년 전부터 동남아를 총괄하고 있어서 해외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 그래요.. 그런데 오늘 찾아온 이유는?”

사내는 방금 가져다준 커피를 들어서 한 모금 후룩 하고 마시고 최태평 의원을 빤히 쳐다봤다.

최태평은 속으로 “무척 건방진 사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원님! 저는 오늘 이선재 국정원장님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궁금한 점?”

“예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선재 국정원장님이 피습을 당하여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이것저것 살펴보니 국정원장님이 의원님과 피습당하시기 몇 주 전부터 통화도 하고 만나시기도 하셨더군요.. 그렇죠 의원님?”

순간적으로 최태평은 이 사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역으로 되물어 보았다.

“당신 여기 왜 왔지?”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선재 국정원장님이 피습당하셔서 사망하셨고. 그것과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있어서 찾아뵌 것입니다.”

무척 정중한 어조로 말하고는 있으나 국정원에서 잔뼈가 굳어서인지 취조하는 말투가 역역했다.

“이봐 지금 나를 취조하는 건가요?”

하며 사내를 쳐다보니 사내도 눈동자하나 흔들리지 않고 최태평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취조는 무슨... 좀 전에 말씀을 드렸다시피 전화 통화 기록이 있고 더군다나 만나시기도 하셨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하여 찾아뵌 것입니다.

”나는 야권을 대표하는 당의 당대표야.. 이런저런 국가일로 국정원장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

최태평은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처음 앉은 자세 그대로 앉아서 최태평을 쳐다보고 있었다.

”의원님... 돌아가신 원장님과 의원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는 알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

산전수전 다 겪은 최태평도 이 말에는 가슴이 뜨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

최태평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이자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가?]

최태평은 일단 사내가 국정원장과 자신 사이에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속내를 떠 보기로 했다.

”아... 그 일... 그 일이라면 몇 달 전인가 국정원장이 나한테 귀띔할 이야기가 있다며 넌지시 전화를 해 온 적이 있었어요.. 뭐.. 내용 자체가 특별할 것은 없는데..... “

최태평 의원은 잠시 말을 끊고 국정원에서 온 사내를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전화 내용에 대해서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내가 어렸을 때 참 어렵게 살았지요.. 집이 너무 가난하다 보니 제대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어야지.. 그러던 차에 고향의 한 어른이 나를 귀엽게 봐주셔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돼주셨지 뭡니까.. 그 어른 덕분에 나는 현재 국회의원도 되고 야권의 당대표로써 국민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허허허.. “

최태평 의원은 미지근하게 식은 녹차를 후룩 마시며 말을 이었다.

”돌아가신 국정원장님은 친절하게도 나에 대해서 한 가지 걱정을 해 주시더군요.. 나한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그 어른이 한때나마 조폭과 연루된 일을 하였고, 조폭 생활을 하며 부를 축적하였다며, 그런 사람한테 자금을 받아서 이 자리에 앉았으니 앞으로 큰일을 계획하시는 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까 염려스럽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나는 안상태라는 분으로부터 학비 등을 받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에 패스까지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

말을 마친 최태평 의원은 할 말을 다했으니 그만 가주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물어볼 말이 있습니까?.. 조금 있다가 기자와 미팅이 있는데... “

”네.. 말씀 고맙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고 수사 사항에 따라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최태평 의원은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를 내며 걸어 나가는 국정원 사내의 뒤를 쳐다보며 속으로 내까렸다.

”저 놈은 안 돼... 빨리 국정원장 인선을 서둘러야 되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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