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다.
제22화 허태경 태국에서의 생활
`“하이 왕산.. 잘 쉬었어”
왕산은 앉은 자세 그대로 눈만 약간 치켜뜨며 다가오는 여인을 쳐다봤다.
다가온 여성은 자신의 말에 묵묵부답인 왕산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잘 지냈냐고.. 얼굴은 좋아졌는데.. 일주일간 어디 가서 뭐를 한 거야?, 혹시 이천에 갔었어?”
“응 서울 이곳저곳을 오일 간 계속 걸어 다녔어 인터넷을 통해서 봐와서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서울이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호호.. 그럼 굉장하지 엄청난 인파..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 차량.. 빌딩.. 정말 숨 가쁘지”
“이번에 창경궁에서 하루.. 그리고 덕수궁에서도 하루를 보냈는데.. 괜히 정감이 가드라고.. 내 마음의 고향이라서 그런가”
“호호.. 나도 마음의 고향은 아니지만 덕수궁에 가서 정말 깜짝 놀랐어. 우리 인도에도 여러 곳에 궁전이 있긴 한데 모든 궁전들이 왕가의 권력을 상징하기 위하여 금은보석으로 최대한 화려하게 단장을 하였는데 한국의 궁궐은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야. 뭔가 사람 냄새가 나는 친근함이 있는가 하면 절대 권력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정서도 있고, 검소한 듯하면서도 궁궐 처마선과 어우러진 연못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의 조화는 어떠한 사치와 비교를 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
리아는 뭔가 몽환 상태의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왕산한테 질문을 던졌다.
“참. 혹시 이천에 사는 허태경에 대해서 알아본 게 있어?”
왕산은 한국의 궁궐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느닷없이 질문을 하는 리아를 바라보며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안 알아봤어?”
“응 리아가 시간이 나면 이천에 가서 허태경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오라고 했잖아... 그래서 시간이 나면 가보려고 했는데 막상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니 일주일이 그냥 지나가 버렸어”
“이런 아까 물었을 때는 응 해놓고서는..”
“응? 으응.. 그랬나”
“왕산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것좀 고쳐라..”
“내가 왜 이천에 가서 허태경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냐면 내가 태국에 있을 때였어. 방콕의 제일 번화가인 카오산로드에 가면 수많은 라이트클럽과 술집들이 즐비한데 가장 장사가 잘되는 라이트클럽과 술집을 한국인이 운영을 한다는 거야.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지냈었는데 2019년 초에 나에게 몇 가지 작업을 의뢰했던 의뢰인한테 긴밀한 연락이 온 거야”
“응”
왕산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버릇처럼 “응” 하고 답변을 했다.
그런 왕산을 힐긋 쳐다보고는 리아는 말을 이었다.
“그 의뢰인 말에 의하면 카오산로드에 뭔가 막강한 힘이 작용하는데 그 힘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막강한 힘은 무엇이고 그 힘이 왜 당신한테 다가온다는 거냐 하고 물으니 몇 달 전에 자신의 절친이었던 라이트클럽을 운영하던 친구가 처참하게 살해를 당했는데 이상하게 경찰에서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무마를 하였고 특히 그 친구의 사촌 동생이 군부 쪽 실세인데 그 사촌 동생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원한을 산 시정잡배에 의한 단순 살인사건으로 서둘러서 사건을 무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거야..”
“응.. 태국은 군부의 나라인데 그런 군부의 실세가 가족의 복수는커녕 일부러 무마를 시켰다?”
“그래 맞아.. 그리고 그 친구가 살해된 후 며칠 후에 그 친구가 운영하던 라이트클럽이 한국인인 허태경이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래서 내 의뢰인은 죽은 친구는 태국 내에서는 누구도 무시 못할 뒷배가 든든한 권력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가나 하는 의아스러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군.
내 의뢰인은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이쪽저쪽 선을 대서 알아봤는데 경찰 쪽이나 군부 쪽이나 쉬쉬하며 그 사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지 뭐야 더욱 이상한 것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경찰 간부도 더 이상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묻고 다니지 말라면서 몸조심하라는 충고를 해주더라는 거지. 그래서 무언가 느낌이 안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에 자신한테 전화 한 통이 왔다는 거야”
“전화?”
“응 전화... 전화 내용은 당신이 몇 달 전에 죽은 라이트클럽 사장일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사장 앞으로 보내줄 테니 어떻게 죽었냐고 물어보겠느냐며 협박을 하면서 조용히 술이나 팔아먹고 살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하더군”
“그럼 막강한 힘이라는 존재가 협박을 한 건가?”
“그렇겠지”
“에이 뭐야 그렇다면 너무 막연하잖아.. 그리고선 별다른 연락이 없었데?”
“응 내 의뢰인도 그 전화를 받고는 겁도 나고 해서 조용히 있었나 봐. 그런데 그 전화를 받고 일주일 후에 허태경의 측근으로부터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었데”
“허태경?”
“응 허태경. 내 의뢰인은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고 특히 자신의 절친이었던 친구의 죽음 후에 라이트를 인수한 사람이고 하여 인수 경위 등이 궁금하여 만나 보았는데.......”
“만나 보았는데.....”
“만나자고 한 장소는 자신도 잘 아는 식당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갔었다고 하더라고... 안내받은 룸으로 들어가니 넓은 홀에 허태경이가 출입문에 등을 지고 앉아있었고 바로 옆에는 20대의 젊은 여자가 서있었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리아는 자신의 의뢰인이 허태경과의 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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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피차 바쁘니 내가 뜨롱빠이 씨를 뵙자고 한 이유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옆에 서있던 젊은 여자가 세련된 목소리로 통역을 하였다.
“뜨롱빠이 씨는 제가 누구인지 혹시 아십니까?”
“한국에서 온 사업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업가?.. 하하하.. 사업가 그렇지요.. 예 사업가 맞습니다.
그럼 사업가답게 비즈니스 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내일부로 뜨롱빠이 씨의 주점을 내가 인수를 하려고 합니다. “
쇳소리 같은 저음으로 그저 지나가는 말투로 물건 흥정하듯이 가볍게 말을 하는 허태경을 보며 왠지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뭐라고요.. 내 주점을 인수한다고요?”
“인수금액은 이 봉투 안에 적혀 있으니 잘 보시고... 잠깐만요”
옆에서 통역하는 젊은 여자를 보고 물었다.
“지금 몇 시인가?”
“4시입니다.”
“좋아.. 뜨롱빠이 씨 지금 4시입니다. 이 봉투 가지고 가서 보시고 저녁 먹은 후 8시까지 답을 주세요.”
“8시 오?”
“인수금 전액은 달러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저 잠깐... 잠깐....”
“한 가지... 봉투 안의 인수금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는 당신한테 최대한의 선의를 베푸는 것이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고로 주위 사람들 말로는 며칠 전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던 삭산 씨와는 매우 절친하게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말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는 허태경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탁자 밑을 바라봤다.
“한국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자신은 하고 싶지 않은데 주위 분위기에 힙쓸린다 라는 말이죠. 잘 선택해서 이 좋은 세상 친구 따라 바로 가지 말고 좀 더 오래 있다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시... 시간을 좀 더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배짱 좋은 뜨롱빠이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절친의 죽검과 그에 따른 뒷수습이 자신이 여태까지 겪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이러한 뜨롱빠이의 속내를 훤하게 들어다 보고 있다는 듯이 허태경은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딱 잘라 말했다.
“오늘 저녁 8시입니다. 1초라도 지나면 뜨롱빠이 씨와의 비즈니스는 파기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허태경은 자신의 말을 통역하고 있는 중에 벌떡 일어나서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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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 의뢰인이 허태경과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한테 전달한 내용이야”
“그럼 리아의 의뢰인은 주점을 넘긴 거야?”
“응.. 내 의뢰인이 집에 와서 군부 쪽과 경찰 라인을 통해서 허태경이 자신한테 주점을 넘기라고 하는데 어찌해야 되겠냐고 물었더니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가격만 잘 쳐주었으면 팔고 말년을 편히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거야”
“햐-허태경 씨가 어떤 사람이길래 자기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의 군부와 경찰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의뢰인이 군, 경을 포함한 정치 쪽까지 모든 선을 동원하여 알아봤지만 모두들 똑같은 말만 하는지라 결국 나한테 허태경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의뢰가 온 거지.. 하지만 의뢰인이 허태경에게 답을 주기로 한 것은 당일 8시까지이니 내가 아무리 빨리 추적한다고 해도 알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거지”
“그래서”
“그래서는 뭐... 내가 조사한 것은 허태경 씨는 한국의 이천이라는 곳에서 그 지역 보스의 오른팔이었다는 정도만 알려주었을 뿐이고,.. 내 의뢰인은 고민고민 하다가 7시 30분에 전화를 걸어서 주점을 넘기겠다고 했데...”
“그리고서는 정확하게 1시간 후에 통역을 해 주던 젊은 여성이 계약서를 들고 나타나서 탁자 위에 툭 던지며 읽어보고 날인하면 내일 아침에 찾으러 오겠다는 말만 하고는 돌아갔데... 내 의뢰인은 친구의 주검과 주위에서의 충고도 있었서 주점에 대해서 더는 미련을 가지지 않고 계약서에 날일을 하였고 다음날 계약서를 전달해 준 여성이 젊은 사내를 대동하고 은행에서 바로 인출하여 가지고 온 듯이 빳빳한 100달러 돈뭉치가 든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날인된 계약서를 가지고 갔다고 그러더군....”
리아는 말을 잠시 멈추며 목이 마른 지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나이트클럽을 넘긴 이후 내 의뢰인은 방콕이나 살기 좋은 휴양지로 갔는지 나한테 별다른 소식은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 잠시지만 내가 허태경이를 조사하면서 뭔가 석영치 않은 점을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리아는 또 잠시 말을 끊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봐 왕산 내 말에 관심이 있는 거야?”
“응..” 하는 왕산의 버릇처럼 웅얼거리는 대답을 듣고는 베개를 집어 들어 왕산에게 던졌다..
“뭐야 또 응이야”
리아는 혀를 끌끌 차며 말을 계속이었다.
“허태경이가 카오산로드의 노른자위 위치의 라이트클럽이나 각종 술집들을 인수할 때 전부 달러로 현찰을 지급했는데 그 돈의 액수가 어마어마하거든.. 내 말인즉 이천에 있는 허태경의 보스가 감담할 수 없는 금액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허태경 쪽으로 송금된 사항이 없다는 거야..
그래서 태국의 군부나 경찰 쪽 라인을 움직일 수 있고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는 뒷배가 과연 어떠한 조직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 그런데 두 달 전인가.. 갑자기 허태경이가 한국 이천으로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심심하면 왕산한테 이천에 가보라고 한 거야”
리아는 창쪽에 서서 지그시 바깥세상을 쳐다봤다.
“왕산 나는 태국의 일은 허태경이가 [해거름]에 일원이 되어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봤어”
“해거름?”
왕산은 고개를 갸웃 뚱하며 리아를 쳐다보며 물어봤다.
“그래 해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