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by 홍승남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억합니다. 호돌이, 굴렁쇠 소년, 그리고 손에 손잡고.


손에 손잡고 벽을 넘는다면, 어린 마음에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고, TV에 잔뜩 나오는 외국 사람들이 마냥 신기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저는 그때부터 올림픽과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수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마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나,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올림픽은 많은 이들이 꿈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패기 있게 올림픽 정도는 꿈꾸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패기 있고, 끈기 있는 훌륭한 분들께서 올림픽의 꿈을 이루시고, 국민분들께 크나큰 감동을 4년마다 선사해 주셨습니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들이 매일매일 펼쳐지는 그곳, 올. 림. 픽. 그 화려한 무대에서 선수분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려온 피, 땀, 눈물의 결과를 세계인들 앞에서,


‘자 봐라, 이게 K-스포츠, K-깡다구, K-정신력이다!’


라고 유감없이 보여주셨지요.


그분들 덕분에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밀려드는 환희, 감동, 웅장함을 계속 느껴보려, 몇 날 며칠을 하이라이트를 보고 또 보곤 했습니다. 금메달을 딸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그렇게도 매 번 아찔하고, 간절한 마음이 드는지.


그러나 그런 선수분들의 노력은 단지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 국제 대회에서 펼쳐지고 또 펼쳐집니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그분들의 실력이 평가되고 또 평가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냉정한 세계입니다.


우리가 올림픽, 월드컵,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볼 수 있는 그분들의 모습은, 감히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며 훈련했으나, 그런 세계 무대에 당도하지 못한 선수분들은 더더군다나 대중분들께 기억되지 않습니다. 참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꿈이 이루어지기도,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손에 손을 아무리 잡아도 벽을 넘지 못하고, 벽을 마주 한채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산산조각 난 꿈을 똑똑히 바라보며 결국은 돌아서야 하는, 그러나 한 발짝도 꿈쩍 할 수 없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는 그런 순간이 그분들을 거세게 등 떠밉니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 꽃나운 나이, 여느 친구들이 이런저런 꿈을 꾸며, 영어공부 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자격증을 열심히 따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그런 때, 꿈을 접는, 다 펴보지도 못한 날개를 꺾는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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