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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Dec 07. 2023

절대로 많이 먹어서는 아님.

Ppaarami’s Diary  (15)

9월 9일


  배탈이 났다. 화장실에 여러 번 다녀왔다.

들락거리기 싫어서 한 번 가면 한참을 앉아있었는데도 그랬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배탈이 나지 않는다. 스리랑카에 와서 배탈이 난 것도 처음이거니와, 외국에 갔다고 해서 배앓이를 한 적이 없었다.  외국에서 자꾸 배탈이 생기면 현지 음식을 꺼리게 된다. 스리랑카처럼 한식당이 드물고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현지 음식을 피하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빵, 과자, 음료로 끼니를 때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배탈이 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오늘 하루 먹은 것을 되짚어 보았다. 

아침에 뮤즐리와 우유와 비스킷을 먹었다.

점심을 먹기 전에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고 그때까지는 멀쩡했다.

점심으로 진저비어 한 모금과 삶은 계란 두 개를 먹었다. 그 후로 두 시간쯤 지나서 배가 꾸르릉 거리기 시작했다.

 우유가 원인인가? 아직 유통기한이 한참 남았다. 스리랑카에 와서 우유를 여러 번 먹었지만  배탈이 난 적은 없다. 그렇다면 계란인가? 오늘 사다 바로 삶은 것인데, 먹을 때는 그저 맛있었는데.      


  천하무적 소장 대장인 줄 알았는데, 섭섭하다. 어제까지는 천하 무척 소화기관이었던 덕분에 나는 현지 음식 이것저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위도 좋은 편이라 해산물이고 육고기고 다 잘 먹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무려 제육볶음이었다. 랑카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여기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육식을 하더라도 대부분 생선과 닭고기 위주로 먹는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종교, 식성, 고기의 풍미 등을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다. 여기 사는 한국 사람들도 현지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 파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냄새와 기름기 때문이다. 고기가 맛이 없다. 그래도 나는 돼지고기가 먹고 싶었다. 제육볶음으로 만들면 돼지 냄새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1년 내내 닭고기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이 돼지도 먹고 소도 먹고 골고루 먹어야지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정육점에서 돼지 목살 500g을 사다 냉동실에 넣어둔 참이었다. 돼지고기를 슬라이스 해서 파는 게 아니라서 내가 직접 썰어야 했다. 그런 수고를 해서라도 나는 제육볶음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내 스리랑카 식생활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배탈이라니. 하필 이런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날에.

  그래도 나는 도전하고 싶다. 배탈을 앓고 나서의 첫 식사가 스리랑카 돼지고기로 만든 제육볶음이어도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다. 이렇게 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아침은 비스킷으로 해결한다. 사과는 비싸고 맛이 없다. 스리랑카에서는 망고를 먹자. 


스리랑카에 스타벅스는 없지만 큰 쇼핑몰에 가면 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스리랑카 사람들이 배탈 나면 먹는 약이다.  이 약을 소개해준 아이는 이 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냥 생각날 때마다 한 모금씩 마셔요. 이거 맛있어요."


몹시 먹고 싶어서 올린 짜장면 사진 스리랑카에는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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