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arami’s Diary(38)
12월 5일
타지에서 살다 보면 아무래도 돈이 궁해진다.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면 더 그렇다. 봉사활동단원은 임기동안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다. 코이카가 주는 지원금으로 주택 관리비도 내고, 전기요금도 내고, 교통비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살아야 한다.
지원금이 생활하기에 부족한 경우 통장에 있는 내 돈을 쓰는 건 괜찮다. 통장에 돈이 많으면 펑펑 쓰면서 살아도 된다. 나는 그렇지 않으므로 한 푼이 아쉬워서 10루피, 20루피도 꼼꼼히 챙기며 살고 있다.
그날 나는 툭툭을 타고 슈퍼마켓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툭툭 요금은 156루피였다. 지폐 100루피짜리를 지갑에서 꺼내어 셋째와 넷째 손가락 사이에 끼고 56루피를 더 추리고 있었다. 지폐로 160루피를 지불할 수도 있었지만 그즈음에 나는 알뜰살뜰 짠순이가 되어있었다. 지원금이 나오려면 3주가 남았는데 내 지갑에는 2만 루피뿐이었다. 한국돈 8만 원으로 3주를 살아야 하는데 그중 고정비인 차비가 4만 원쯤을 차지했다. 나는 하루에 1천 루피(4천 원)로 살아야 했다. 그래서 4루피를 아끼느라 손가락을 꼬부려가며 동전을 뒤적거렸다. 도로가 한산한 시간대라 툭툭은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바람은 상쾌했고 툭툭은 문이 없이 양 옆이 뚫려있어서 바람이 잘 통했다. 동전을 거머쥐다가 네 번째 손가락에 힘이 풀렸는지,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 사이에 끼여 있던 100루피짜리 지폐가 둥실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나비처럼 가볍게 바람을 타고 빙글 우아하게 한 바퀴를 돌더니 휘익 저 멀리 가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4루피 아끼려다 100루피를 잃다니. 이런 멍청이가 있나. 가슴이 저렸다. 소중한 100루피가 날아가는 걸 보면서도 동전을 쥐고 있느라 팔 한번 뻗어보지 못했다. 이런 무기력하고 한심스러운 구두쇠가 있나. 나는 구두쇠가 될 자격도 없다며 자책을 하다가
실소를 터트리고서
100루피가 절실한 누군가의 손에 안전하게 쥐어지기를,
차도에서 온갖 바퀴에 짓밟히지 말고 인도에 내려앉아서 선한 누군가의 작은 행운이 되길 마음으로 바랐다.
이것이 이런 유의 불행이 닥쳤을 때의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이 해결책만큼 마음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다독여주는 것은 없다. 나의 불행을 남의 행복으로 전환하는 것. 정말로 나는 금방 괜찮아졌고 그날부로 짠순이 짓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한동안 불행을 견디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요즘 아주 약간씩 불행을 겪고 있었다. 온통의 불행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불행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불행을 견제하며 나는 불행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난날 내가 했던 노력들을 떠올렸다. 그 치열하고 간절했던 노력들을. 그리고 마침내 이루었을 때의 그 해방감을.
외부 물질을 잃는 것은 약간의 불행일 뿐이다. 크게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 100루피가 죽비대신 내 어깨를 두드리고 간 것 같다.
다시, 수더분하게 잘 살아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