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외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사는 곳에 폭탄이 떨어져 있다.
전세 건물 등기에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박혀있다.
이 사실을 알고 처음 든 생각은
‘진짜 유행이긴 한가 보네.’
였다.
‘전세 사기’, ‘보증금 반환 소송’이라는 단어가 세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마라탕과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없다. 넷플릭스도 구독하지 않는다. 인스타도 안 한다. 크롭티를 입겠다는 생각도 한 적 없고, 무선이어폰도 안 쓴다.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편이다. 진흙에 박힌 납작한 돌멩이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근데 이걸 빼네 즌짜.....
나는 휩쓸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예민하고 민첩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누구를 향해?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어리둥절하다. 다시 settle down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