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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Nov 01. 2023

Ppaarami’s Diary 빠러미의 일기

ගිහින් බලමු.

2023년 6월 22일


  4년 만에 비행기를 탄다. 오래된 앨범을 꺼내듯 여권을 꺼내 표면을 손으로 한 번 쓸었다. 마지막 행선지는 스페인이었다. 단기 출장이었다. 이번에는 스리랑카에 간다. 지난 2018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다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인연이 이어졌다.


  떠나는 날 새벽에 잠들어서 새벽에 깼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덮고 있던 이불을 들고 아직 어두운 거리로 나섰다. 빨래방은 예상대로 텅 비어있었다. 가장 큰 세탁기에 이불과 침대 커버를 넣고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 타월과 바디 워시와 머리띠, 바디로션과 토너, 핸드크림을 가방에 넣었다. 화장실 선반과 화장대가 텅 비었다. 비행기에 싣고 갈 가방을  한데 모아두고 다시 빨래방으로 가서 세탁이 끝난 것들을 건조기로 옮겼다.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할 일들을 점검했다. 7시까지 공항에 가서 동기 단원들을 만나고, 규정보다 무거운 이민용 가방 무사히 보내고, 문제없이 출국 수속을 마쳤다는 소식을 코이카 담당 직원에게 알리고, 기념사진도 찍고, 한국을 떠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싱가포르에서 환승을 했다. 연결 항공기가 두 시간쯤 지연됐지만 공항 구경을 하며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누구도 손 짐이나 여권이나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고 스리랑카에 도착했다.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들과 만났다. 새벽 1시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피로와 반가움과 어색함과 안도감이 뒤엉킨 얼굴을 하고 나는 카메라를 향해 웃었다.


   이제 내가 가진 것은 검은색 이민용 가방과 회색 케리어에 담긴 50kg의 물건과 노트북, 대한민국 여권과 코이카 단복이다. 그것과 함께 스리랑카에서 살 것이다.      


스리랑카 Pinnawala의 Elephant Orphanage. 코끼리 90여 마리가 사람들의 돌봄 속에 살고 있다.코끼리도 돌봄 받는 곳이니 나도 잘 살아남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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