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성냥보다 발화점이 낮은 아이였다.

by 해달

마지막 성냥이다. 성냥을 켜지 않겠다고 너와 약속했었다. 다만, 너도 오늘만큼은 나를 이해해주리라고 생각한다. 네가 늘 덮고 있던 담요를 앞에 두고 성냥을 킨다. 피어난 불꽃 속에서 너의 얼굴이 보인다. 불꽃을 몇 분 동안만 쳐다보겠다고 다짐했지만 내 힘으로 불꽃을 끄기가 쉽지 않다. 찬바람에 얼마 안가 불꽃은 사라지고 연기가 바람을 따라 길게 늘어진다. 담요를 어깨 위에 걸치고 사탕 하나를 입에 물어본다. 사탕의 단 맛 때문에 찬바람이 조금은 따듯해진 것 같다.


네가 구겨진 신문을 읽는 것을 보고 나는 네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자들 중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나도 글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편지의 첫 문장을 뭐라고 적어야할지 몰라서 도움이 필요했다. 너는 중학교까지 다녔다며 내게 자랑을 늘어놓고서도 내 부탁을 쉬이 들어주지 않았다. 부탁을 거절해서 돌아가려는데 네가 나를 다시 불렀다. 누구에게 쓰는 편지인지 묻고는 한참을 고심하며 너는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네가 고뇌하던 끝에 나온 문장은 ‘제발 돌아와 주세요.’ 였다. 욕을 하며 짜증을 부리면서도 너는 되돌아가려는 나를 놓아주지 않고 편지지를 가득 채워 써주었다. 수신자는 나의 엄마였다. 외가로 도망친 엄마는 집으로 편지 한 장을 보냈다. 너는 우체통으로 가자고 보채는 내게 잉크가 덜 말랐다고 신경질을 부렸다. 나는 며칠 동안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제일 먼저 편지가 온 것이 있는지 살폈다.


“부츠 값은 네 엄마한테 받을 거야.”


너는 내가 신은 구두를 욕하며 길바닥에 던졌다. 마차가 지나가며 내가 신은 구두를 짓밟고 지나갔다. 구두는 의류수거함에서 찾아서 신은 물건이었는데 헐거워져서 찬바람이 들어왔다. 누가 사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너는 내 손목을 끌고 구두 가게로 나를 데려갔다. 남은 다른 신발 한 짝을 살펴 발 사이즈를 짐작하며 너는 점원에게 내 발 사이즈를 이야기했다. 너는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하나 골랐다. 가격표에는 ‘40,000’ 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네가 이제까지 모은 돈을 다 끌어 모아야 살 수 있는 물건이었다. 찢어진 양말에서 새끼발가락이 드러났다. 너는 멈칫하다가 서둘러 신발을 신겼다.


“편지를 대필해준 대가야. 3월까지는 그 부츠 계속 신고 다녀.”


너는 신발을 살 돈보다 내 발을 더 소중히 여겼다. 네 신발 밑창이 걸을 때마다 덜렁거렸다. 나는 신발 대신 의류수거함에서 두꺼운 담요를 찾아 너에게 건넸다. 네가 틱틱대며 담요를 거둬치워도 강제로 덮게 할 생각이었다. 너는 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덮고 있던 신문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날 밤 나는 벌어들인 돈에 삼분의 일을 네가 사준 부츠 속에 숨겨두었다. 얼마 안 가서 아빠에게 걸려 모두 빼앗겨버렸지만 돈을 꾸준히 모았다면 너에게 새 신발을 사다줄 수 있었을 것이다.


“너 성냥이 뭐로 만들어졌는지 알기나 해?”


나는 열 시가 지나면 남아있는 성냥을 하나 씩 켜서 추위를 녹이며 길을 배회하고는 했다. 성냥에 피어난 불꽃을 쳐다보고 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여섯 살짜리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잠깐 동안 내 몸을 얼리던 주변의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촛불이 꺼질 것 같아서 나는 바람을 등지고 서서 숨을 가늘게 내쉬었다. 촛불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내 코를 따듯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아서 나는 성냥을 몇 개비 더 태웠다. 너는 내 뒤를 쫓아다니다가 입김으로 성냥을 불어 꺼버렸다. 내 목소리에 가시가 돋치며 주변을 울렸다. 가시 돋친 내 목소리 때문에 나까지 가시에 찔린 것 같았다. 너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지만 네 말투 속에 가시는 돋쳐 있지 않았다. 너의 말대로 나는 성냥갑 뒷면을 뒤늦게 살펴보았다. ‘환각, 구토,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연기를 흡입하지 마시오.’ 라는 문장이 보였다. 너는 불꽃에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지 말라고 귀에 못을 박았다. 아예 장사가 열 시에 끝나면 너는 남아있는 성냥을 모조리 뺏어서 가져가버렸다. 오늘 피운 성냥을 제외하고 나는 그 날 이후 한 번도 성냥을 태우지 않았다. 너는 성냥을 뺏은 뒤부터 막대사탕을 하나 씩 건네주었다.


“성냥이라도 피우자.”


“성냥 하나로는 따듯해지지도 않아.”


내가 성냥을 켜지 않은 뒤부터 너의 기침은 점점 잦아져 갔다. 나는 초저녁부터 밤까지 장사를 했기 때문에 너의 기침이 거세진 것을 빨리 눈치 채지 못했다. 기침이 잘 멈추지 않았던 밤, 나는 너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너는 내가 준 담요를 덮고 새우마냥 등을 말고서 몸을 떨었다. 언제 써둔 것인지 네가 떨리는 손으로 내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지폐 몇 장과 짧은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내가 낮에 집에 갔다 온 것이 실수였다. 네가 성냥을 뺏어가듯 나도 너를 감시하며 지켰어야 했다. 나는 네가 먹은 감기약의 효능이 의심스러웠다. 약을 먹고서도 낫질 않으면서 너는 나의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아끼려 들었다. 며칠 간 돈을 모았어도 차비조차 넉넉하게 모으질 못해서 너는 나와 함께 마차도 탈 수 없었다. 나는 날이 밝으면 너를 데리고 바로 근처 병원에 갈 참이었다. 너의 기침 소리를 들으며 나는 밤을 지새웠다. 집에 가지 않아 술에 젖은 아빠에게 따귀를 수차례 맞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나를 밀어내는 너의 손을 내 허리께로 끌어당겼다. 우리는 작은 담요 속에서 웅크려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지난주에 강제로 나는 너를 끌고 아침 아홉 시가 되기도 전에 병원에 갔다. 의사도 혀를 내두르며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의사가 손수 우리를 큰 병원까지 데려다주었고 큰 병원에 도착해서 너는 내가 준 담요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네가 주머니에 쑤셔두었던 남은 성냥은 내 손에 들어왔지만 내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 병원에서 연락이 닿은 끝에 네 부모가 우리를 찾아왔다. 네가 말한 대로 너의 부모에게 나는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촛불 속에 보이던 여섯 살짜리 아이처럼 나는 너의 가족들과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뺨에 따귀를 맞을 일은 없다. 성냥을 팔러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도 관두었다. 알사탕이 박혀 있던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너의 부모가 있는 공원 벤치까지 나는 걸어가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창가로 훔쳐보았던 햇살이 내 뺨에 내려앉는다.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며 너를 기억해본다.


너는 성냥보다 발화점이 낮은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