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배우는 느린 철학."
오랜만에 내가 가장 아끼는 습지를 찾았다.
숲길을 따라 들어서면 바람도 발걸음을 늦춘다. 물빛은 얇은 거울처럼 고요하고, 그 위로 구름 한 장이 천천히 흘러간다. 이곳에선 소음이 사라지고, 마음의 결이 또렷해진다. 맑은 날, 그냥 앉아 숨을 세면 그 자체가 명상이 된다.
도시의 속도를 달고 살다 보면, 세계는 늘 ‘인간 중심’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습지의 작은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시선이 낮아진다. 물수렁 가장자리의 풀 한 올, 허공을 가르는 잠자리의 날개, 표면 장력을 견디며 미끄러지는 물방개, 그 미세한 움직임들이 서로에게 길을 내주며 살아간다. 거창한 드라마는 없지만, 여기엔 생명의 문장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나는 그 문장들 사이에 쉼표 하나로 앉아 배운다. 생명은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수많은 작고 정확한 호흡의 합임을.
우리가 지켜야 할 존엄은 멀리 있지 않고, 이 조용한 연대 속에 이미 흐르고 있음을. 그래서 이곳을 떠날 때면 늘 같은 다짐을 품는다.
더 천천히, 더 낮게, 더 조심스레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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